책을 구매해서 읽기 시작한 작년 11월 이후 세 권을 완독 했고, 현재 한 권은 거의 다 읽고 한 권은 읽기 시작했다. 내 인생에 '완독'이란 단어는 없었는데 책을 사서 읽기 시작한 후로 당연한 것이 되었다. 책이 즐기는 '취미'가 되었다니, 과거의 나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변화다.
어렸을 땐 엄마와 함께 도서관에 자주 갔다. 그래서 그런지 '회원증만 있으면 무료로 책을 빌릴 수 있는데 굳이 돈을 내서 책을 사야 돼?'라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오래전부터 기저에 깔려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사서 읽으니 내 맘대로 밑줄도 치고, 정해진 기간이 없어 내 속도에 맞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사서 읽으면 한 권의 책을 오로지 '나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내 인생의 성장 속도가 일정한 속도로 흘러가다가 특정한 사건을 겪었을 때 급격히 빨라졌는데, 책은 한 권을 읽을 때마다 빨라지는 기분이었다. 직접 겪어야 했던 시간을 책 한 권으로 압축적으로 경험할 수 있으니 속도가 빨라지는 것도 당연한 결과였다.
이걸 느끼게 된 후로는 책을 끊을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이 책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며 아무 책이라도 일단 읽어보라고 얘기할 때 나는 의심을 품었다. 하지만 직접 책을 읽어보고 나서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이 느낌은 본인이 직접 느껴봐야 한다.
어제 친구랑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한 권의 책을 다 읽기 전에 다음에 읽고 싶은 책을 미리 산다고 말했다. 그래야 중간에 공백 없이 다음 책으로 바로 넘어갈 수 있어서 좋다고. 그러자 친구가 "고기 좋아하는 사람들도 아직 고기 다 안 먹었는데 흐름 끊길까 봐 미리 주문하잖아ㅋㅋ 그거랑 똑같네."라고 말했다.
독서 기록을 위한 브런치북 제목을 고민 중이었는데, 친구와의 대화에서 힌트를 얻었다. 이제는 혼자 읽는 것 말고도 책을 읽고 느낀 나의 감상과 생각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한다. 한 권의 책을 더 깊게 소화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