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지 Jan 12. 2024

가장 나다운 이야기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내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법은?


나는 중학생 때부터 익명으로 블로그 활동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와 팝송을 소개하고, 취미활동인 해외펜팔과, 내가 대외활동을 기록했다. 조회수는 높았지만 비교적 댓글은 달리지 않았기에 인터넷이라는 공개된 장소에 글을 쓰면서도 일기장에 글을 쓰는 것 같았다.


이렇게 500개가 넘는 글을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나 다운' 글을 쓰는 것에 익숙해졌다. 내 생각과 말을 자유롭게 표현했다.


사람들은 무언갈 검색해서 내 블로그에 들어왔고, 원하는 것을 찾거나 못 찾고 다시 나갔을 것이다. 그런 한 사람 한 사람을 다 의식했다면, 하나의 글도 제대로 완성하지 못했을 거다.


작년에 창업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동아리 회원 200명 앞에서 내 프로덕트 아이디어를 발표해야 하는 때가 있었다. 내 아이디어가 투표를 받아서 상위팀 안에 들어야 팀빌딩을 할 기회가 주어지는 자리였다. 도착한 발표장은 내 상상보다 훨씬 컸다.


발표장에 가는 동안 지하철에서, 걸으면서 했던 자기 암시의 말은 "야, 저 사람들 다  얘기 들으려고 오는 거야.  얘기 들으려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씻고 준비하고 여기까지 오는 거라고. 주인공은 너야. 하고 싶은 말 후회 없이 다 얘기해 버려."였다. 말을 머릿속에서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장소가 어디든 내 얘기를 할 기회가 주어졌다면, 상대방은 내 얘기를 듣기 위해 이 자리에 왔을 확률이 높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내 얘기를 하는 게 아닌 한 상대방은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거다.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내 글이 궁금해서, 내 얘기를 들으려고 내 글을 클릭한 사람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을 의식할 필요 없다. 내가 원하는 건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상대방이 원하는 건 내 이야기를 듣는 것이니, 나는 그냥 내 이야기를 하면 된다. 내 이야기가 맘에 안 드는 건 그 사람이 처리해야 할 문제이고, 이미 내 손을 떠난 단계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에 연연할 필요 없다.


이 방법이 어렵다면, 반대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나를 지나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는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생각해 보면, 아마 일일이 기억하지 못할 거다. 나도 상대방에게 그런 사람일 수 있다. 그러니 내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에 부담 가질 필요 없다.


내 이야기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만 가지의 이야기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니 나는 가장 나 다운 이야기를 들려주면 된다. 내 이야기를 가장 나답게 풀어낼 때, 내 이야기는 유일무이한 가치를 지닌다.


#질문있는사람 #질문챌린지 #셀프인터뷰

이전 08화 좋아하는 일을 찾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