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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Jun 19. 2024

커피 한 잔의 시간을 원해

도서관 다녀올게요

"알바 가기 전 도서관 들려야지."


거실에서 아빠가 큰 소리로 티비를 보고 계셨다. 가방을 챙기는 날 보고 아빠는 왜 이렇게 일찍 나가냐고 물어보셨다. "도서관 들리려공" 아빠는 자기가 티비를 봐서 그렇냐고, 자기는  낮잠을 잘 거라고 했다.


"아니? 그냥 도서관에 가고 싶어서 그래."

"책 빌리러 가는 거야"

"아니  읽으러 가는 거야."

"그럼 거실에서 읽지 왜 도서관에 가?"

"도서관이 더 시원하니까요~"


멀리 화장실에서 소리치며 물어보는 아빠의 말에 같이 소리치며 대답하다 보니 슬슬 짜증이 났다.


우리 아빠는 외출을 안 좋아하는 슈퍼집돌이다. 내가 카페 들러서 책 읽고 오겠다 하면 "너가 돈이 남아도는구나~" 말하는 사람. 집에서 할 수 있는 걸 왜 굳이 돈을 내고 밖에서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도서관에 와서 급한 일을 끝내고 나니 아빠와의 대화가 다시 생각났다. 아빠는 내가 집에 같이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말했던 걸까? 아빠 때문에 내가 일찍 나간다고 생각해서 미안한 마음을 그렇게 표현한 걸까? 갑자기 마음이 안 좋아졌다.


"나의 정서가, 나의 글이, 나의 인생이 조금은 더 아름다워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생활의 틈에 좋은 걸 채워 넣는다."
- <달면 삼키고 쓰면 좀 뱉을게요>, 김혜원, p.48


꼭 어떤 공간에 가는 게 단 한 가지 목적을 위한 건 아니다. 내가 카페에 가는 건 오직 커피를 사 먹기 위함보다 아무런 방해 없이 혼자 조용히 책 읽는 편한 시간을 즐기기 위함이다. 이건 1시간이라도, 내 삶 틈을 만들어 평온함과 좋은 기분을 껴넣는 일이다.


오늘의 도서관도 그랬다. 시원한 도서관 안에 있는 카페에 앉아 달달한 연유라떼에 스콘과 잼을 주문해 혼자만의 책 읽는 시간을 원했을 뿐이다.


어쩌면 난 아빠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자기 방어를 했나 보다. 설명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걸 아니까. 아빠를 사랑하지만 이건 그것과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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