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사기의 시작

파티는 파탄으로

by Marisol

큰 딸 미정이의 두 번째 남자 박사장은 이번에 시작한 부동산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불 판에 고기를 구워가며 쉴 새 없이 얇고 검은 입술을 움직여 떠들어댔다. 멸치 모양을 한 얇은 눈도 테이블을 둘러앉은 가족들 한 명 한 명 눈도장을 찍어대며 쉴 새 없이 눈동자를 굴려댔다.


정신 사나워 뭘 제대로 먹을 수가 있나, 하고 입 속으로 꾸물꾸물 투덜대면서도 바지런히 춘자의 밥그릇 위에 고기를 얹어주는 박사장의 손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춘자는 천천히, 많이, 끝까지 먹는다.


남이 만들어 준, 아니 남이 사주는 음식이 가장 맛있다고 누가 그랬다.


식사를 하는 도중에 큰아들과 며느리가 늦어서 죄송하다고 실눈을 한 눈웃음을 지으며 들어왔다. 큰아들 내외는 늘 이렇게 늦게 나타난다. 막내아들이 비아냥대며 표현한 대로,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막 도착한 유명 가수라도 되는 듯.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하기에 식당 입구부터 웃음소리가 크게 들리냐며 큰아들이 입에 가득 차게 커다란 고깃덩이를 넣고 우물거리는 춘자를 보며 물었다.


우걱우걱 고기를 씹어대느라 입을 벌리지 못하는 춘자 대신에 큰딸 미정이가 낼름 답했다.


“오빠! 요즘 이 사람이 진행하고 있는 개발사업이 대~박 날 것 같아!”


서울 강남에 있는 기획부동산 회사에서 대활약을 하고 있다고 자처하는 큰아들이 눈을 크게 굴리며

“무슨 사업인데?”하고 소주잔에 술을 따르며 물었다.


미정이가 깨 방정을 떨며 박사장을 채근한다.


“자기야~! 자기가 설명해 봐. 오빠도 관심이 있나 본데.”


춘자는 설명을 들어봐야 알 것 같지도 않은 화제에 관심도 없는 터라 며느리의 깔짝대는 젓가락질을 못마땅한 얼굴로 흘겨보면서 연실 박사장이 밥그릇에 올려주는 고기를 우물우물 씹어먹고 있었다.


인천 송도 노른자 땅에 대형상가를 건축하게 되었다며 박사장은 확실하게 대박 날 거라며 큰아들, 막내아들에게 투자하면 한방에 큰돈을 벌 절호의 기회라고 침을 튀기며 설명하고 있다.


춘자가 생각하기에도 박사장의 언변술은 정말 대단하다.


아파트는 이제 투자의 대상으로서는 한물갔다는 등, 철저한 분석과 수익구조를 정확하게 맞춰놨기 때문에 시행사며 시공사, 금융권에서도 서로 참여하겠다는 의향서를 받았다는 등, 논리적이면서 매끄럽게 늘어놓는 박사장의 사업설명은 누가 들어도 침을 흘리며 투자하겠다고 손들고 달려들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더군다나 박사장과 호형호제한다는 정치가 아무개가 뒷배를 봐준다는 끝머리의 한마디에 큰아들은 물론 둘째 딸 미영이와 아직 사회생활에 물들지 않은 막내아들까지도 박사장의 뱀 같은 눈동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때까지 조용히 눈을 내려 깔고 박사장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며느리가 치켜 올라간 눈을 꿈뻑 감았다 뜨면서 물었다.


“어떻게, 얼마나 투자하면 되는 거예요?”


며느리의 속 깊이 숨겨놨던 시커먼 욕심 보따리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알아챈 박사장의 얍쌉한 뱀눈이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의 눈으로 바뀐 찰나의 순간을 춘자가 젓가락을 식탁에 내려놓으면서 본 것 같기도 하다.


가족모임을 빙자한 투자 설명회가 되어버린 그 자리는 춘자가 끼어들어 참견할 틈도 없이, 박사장의 계략과 미정이의 협작으로 대박을 꿈꾸는 어리석은 자들의 섣부른 파티로 무르익어갔다.


춘자의 불안과 걱정대로

번갯불처럼 번쩍했던 파티가 날벼락같은 파탄으로 이어지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큰아들은 그 대박사업에 투자를 하기로 하고 막내아들이 큰아들의 보증을 서면서 춘자의 두 아들은 박사장이 만들어 놓은 먹이사슬에 꽁꽁 묶이게 되었다.




꽁꽁 얼어붙은 땅이 녹기 시작했던 이듬해의 초봄.


인천 송도의 노른자 사업은 유령사업이 되어 대박을 꿈꾸며 투자했던 사람들은 사라진 박사장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큰아들과 며느리는 틈만 나면 집으로 쳐들어와 당장이라도 사기꾼 박사장과 큰딸을 찾아 콩밥을 먹게 하겠다며 째진 눈을 부릅뜨고 악악거렸다.


그 사건으로 며느리 박혜진은 춘자의 집안에서 슈퍼 갑’이 되어 군림하게 되었다.


봄이 되었는데도 춘자의 계절은 아직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춥고 무서운 겨울이다.


아니, 앞으로도 계속 겨울에서 봄은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성모님!

저에게 봄날은 언제 올까요!

keyword
이전 08화7. 둘째 딸의 첫 번째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