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며느리 박 씨의 귀환

전생에 나라를 구한 며느리의 경악

by Marisol

아들의 교육을 핑계로 자신의 유학생활을 모략해서 얼바인으로 떠난 며느리 박혜진은 걱정했던 아들 태광이 보다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스트레스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가뭄에 콩 나듯이 춘자를 찾은 큰아들은 가족들에게 신경질을 내듯 며느리 박 씨에게 힘내라는 메시지라도 보내라고 윽박을 질러댔다. 어이가 없었다.

벼슬을 따러 건 것도 아닐 텐데.


춘자는 며느리가 지 꾀에 지가 넘어간 격이라고 생각했다.


머리가 나쁜 게지.


칫. 어린 태광이도 금방 적응하는데 지 엄마는 2년 동안 영어공부만 하다가 끝나겠군.


춘자는 성당에서 만난 지인과 유학 간 지인의 아들 이야기를 하다가 알게 되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해도 영어 실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미국의 대학에 유학생으로 입학할 수 없다고 한다. 더욱이 언어연수로 유학 간 사람은 2년 이상 학생비자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2년 내에 그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며느리는 전문대학을 졸업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그 시험에 합격해도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합격을 하더라도 미국의 정규대학에 입학이나 할 수는 있을까.

그 정도로 똑똑해 보이지는 않던데.

어쨌든, 그런 일에 대하여 잘 모르는 춘자의 생각에도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며느리는 손자 태광이가 미국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어한다는 속 보이는 이유로 2년 만에 돌아왔다.

영어는 미국아이들처럼 떠들어댈 수는 있으나 다른 과목의 습득 수준이 걱정된다며, 일반학교에 편입하는 것보다 송도에 있는 국제학교에 편입시키겠다고 한다.

그래야 대학에 입학하기 쉽다는 이유이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본 기억이 있다.

송도의 국제학교에 다니는 자식들을 아침마다 등교시키는 부모들의 이야기였다.

외국인 부모의 자식들이나 부모와 함께 오랫동안 외국에서 살았던 아이들이 귀국해서 입학하는 학교로 꽤 잘 나가는 집의 자식들이 많다고 들었다.


아침 등교시간, 교문 앞에 자식들을 학교 안으로 들여보내는 엄마들의 고급 외제차가 즐비하게 줄 서있는 광경까지 화면에서 본 것 같다.


자기 자식의 원만한 교우관계와 체면유지를 위해 고급 외제차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춘자의 며느리도 큰아들을 졸라 결국 하얀색 벤츠를 샀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겨.


춘자는 여태껏 풍요롭게 살지 못했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큰아들이 번 돈으로 호의호식하는 며느리의 일상이 못마땅했다.


아마도 큰아들은 동생 미정이와 박사장이 벌인 사기행각에 그동안 스트레스받게 한 데에 대한 보상으로 며느리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했으리라. 집 명의도 회사 대표 명의도 모든 명의를 며느리 이름으로 했으니 국세청이며 채권단의 항의를 며느리가 다 받아내야 했으니.


그래서 당당한 팔랑귀 며느리.


청담동 엄마들 사이에서 자식들을 엄격하기로 유명한 미국의 사관학교에 유학을 보내는 것이 유행이라고 말 안 듣고 공부 안 하는 태광이를 이번에는 그곳으로 입학시켜 제대로 교육을 시키겠다고 한다.

그 학교를 졸업만 하면 엘리트 집안들과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을 수 있고, 좋은 학연을 배경으로 태광이의 입신출세를 보장받게 된다는 것이다.


글쎄...

춘자는 이번에도 또, 며느리가 어설픈 수작을 부리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니 새끼 인생이니 니들이 알아서 하렴.


춘자는 더 이상 손주들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았다.

하긴, 걱정을 해도 아들 내외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지들끼리 결정하고 말 것이다.

춘자가 보기에도 공부로 성공할 것 같지 않은 며느리도 그렇고, 손주 녀석도 처들인 돈만큼 공부를 잘할 것 같지도 않다.


그 밥에 그 나물, 돈을 처들인들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꼴이며 '개 발에 편자'를 붙이는 꼴이다.


큰아들이 번 돈을 며느리 계략대로 써버릴 것을 생각하니 춘자는 답답하고 짜증이 날 뿐이었다.




미국의 사관학교에 입학한 태광이를 뒤로하고 큰아들과 며느리는 이제 학교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고 졸업하면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은 따 놓은 당상이겠지 하며 한시름 놓았다. 자식을 유명한 사관학교에 입학시킨 우아한 청담동 엄마의 호화로운 취미생활도 할 수 있을 테니.

골프 같은.


골프에 빠진 며느리는 태광이와 같은 학교에 자식을 유학 보낸 청담동 엄마들과 골프 동호회를 결성해서 큰아들보다 더 뻔질나게 골프를 치러 다녔다.


지난 명절날, 음식을 다 차려놓은 늦은 시간에 쭈뼛쭈뼛 현관문을 들어 선 며느리는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 대신에 두툼한 봉투를 안방에 있는 춘자의 핸드백에 슬그머니 넣고는 '실금 실금' 웃음을 흘리며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들 틈바구니를 삐집고 끼어 앉았다.


잽싸게, 곁눈질로 두툼한 봉투를 확인한 춘자는 가족들 어느 누구도 보지 않는 사이를 틈타 안방문을 조심스럽게 꽉, 닫고는 입술을 왼쪽으로 삐뚜름하게 올리며 웃었다.


며느리는 얼마 전 골프모임에서 유명한 연예인과도 같이 라운딩을 했다며 인증사진을 춘자 얼굴 앞에 들이대며 입안에 박혀있는 덧니가 뾰족한 턱 아래로 쏟아질 듯 웃어대며 자랑질을 해댔다.


"어머님, 제가 이번에 처음으로 골프대회에서 상을 탔어요! 진짜 깜짝 놀랬다니까요!"

하면서 며느리는 계속 자랑질이었다.


"그래! 대단하구나! 축하한다! 우리 며느리!

그런데 무슨 상을 탄 거니?"


"네 어머님. 별거 아니구요.

베스트 드레서상이요!"


호화로운 생활을 꿈꾸는 것은 춘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돈 잘 버는 남편도 없고, 큰아들은 며느리에게 꽉 잡혀 춘자에게 풍족한 용돈을 주지 못했다.

호주에 있는 큰딸은 지 자식 공부시키기에 여유가 없고, 식당을 넘기고 받은 보증금과 권리금을 몽땅 큰딸이 개업한 미장원에 털어놨으니 꼼짝달싹 못하는 처지가 된 둘째 딸은 춘자에게 생활비는커녕 용돈 몇 만 원 주기가 버겁게 되었다.


그러니, 갖은 생색을 내며 용돈을 주는 며느리에게 큰소리 한번 내지 못하며 춘자는 어울리지 않지만 인자한 시어머니의 모습을 연기해야만 했다. 그래야 계속 용돈을 받을 수 있고 우아한 신앙생활을 계속할 수 있으니까.


며느리 박 씨는 진정으로 전생에 나라를 구한겨.


그런 며느리가 경악할 만한 사건이 터졌다.


사관학교에 다니던 며느리의 아들 태광이가 학교에서 사고를 쳤단다.

그 엄격한 학교에서 친구들과 장난으로 학교 소방시설을 부셨다는 것이다.

혼비백산한 큰아들과 며느리는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바로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가서 변호사를 고용해 일을 마무리 짓고 왔지만,

태광이는 그 일로 인해 어렵게 들어간 학교에서 퇴학을 당했다.


한국인 유학생이라고 무시하고 인종차별한 것이라며 며느리는 울분을 토하며 억울해했다.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온 며느리의 아들 태광이는 계속 그렇게 사고를 쳤다.

상점가에 들어가서 물건을 훔치거나, 친구들과 싸우거나.


태광이가 다녔던 그 엄격한 사관학교는 인종차별로 인해 태광이를 퇴학시킨 것이 아니라,

태광이의 인성을 제대로 인지한 것이었을까.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더니


될성부른 고추였던 게야.


춘자는 또다시 태광이가 태어나기 전에 꾸었던 그 꿈을 기억했다.


친정 집 밭에서 ‘똑’ 하고 땄던, 손에 묵직하게 꽉 찼던, 고추가 순식간에 까맣게 썩어버렸던.


그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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