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큰아들 부부의 파탄

독수리 아빠, 기러기 아빠, 결국 펭귄 아빠

by Marisol

불화의 시작은 큰 아들의 핸드폰에 저장된 어떤 여자와의 문자 메시지를 며느리가 훔쳐본 것이라고 들었다.

어떤 여자야?

하면서 따져 묻는 며느리의 갑작스러운 추궁에 우물쭈물 ‘잘 아는 보험설계사’라고 어설프게 얼버무린 것이 실수였다.


그 찰나를 기다린 것 마냥,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병아리를 매서운 눈으로 지켜본 독수리가

확!

달려들어 날카로운 발톱으로 잽싸게 낚아채듯 핸드폰을 빼앗았고,


그 핸드폰을 큰 아들 얼굴에 들이대면서 눈에 살기가 가득한 얼굴로 집요하게 따지고 드는 며느리 손에서 핸드폰을 되찾으려고 하다가

휙!

밀쳐버린 것을 아들 태광이가 보고,


끄악!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울었고,


그 소리를 들은 이웃집 주민이 경비실과 경찰서에 가정폭력으로 신고를 했다고 한다.


춘자는 큰아들 종태가 며느리가 아닌 다른 여자를 만났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한참 젊은 나이의 남자 입장에서 방학이면 방학마다, 또 몇 년 동안이나 마누라와 아들이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 홀로 외롭게 남겨졌으니 여자들이 꼬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터이다.

자식들 중에서 돈도 가장 잘 벌고 제일 잘생긴 춘자의 자랑스러운 큰 아들이다.


여자들이 그냥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 잘난 아들이 가정폭력범으로 몰려 경찰서에 잡혀갔다니, 춘자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못된 며느리 탓이라고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큰아들의 자식과 며느리가 미국에 유학을 가 있다는 이야기를 성당에서 만난 자매님에게 했더니 웃기는 이야기이지만 춘자로서는 웃지 못할 농담을 들은 적이 있다.


흔히 자식의 조기유학을 돌보기 위해 같이 떠난 아내를 멀리서 지켜만 보는 아빠를'기러기 아빠'라고 하는데, 그들보다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한 달에 한두 번 가족을 만나러 가는 부자 아빠는 '독수리 아빠'라고 한단다.


반대로, 자식들 교육과 가족의 생활비를 보내느라 월급은 물론 살고 있던 아파트까지 팔아서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홀로 남겨진 아빠는 제대로 발 뻗고 잘 공간 없는 고시원이나 모텔에서 쪽잠을 자며 생활하다가,

외국생활에 적응하게 된 처자식들은 더 이상 아빠와 대화가 안 통한다며 무시하게 되고

결국, 이혼을 당해 위자료와 양육비로 재산을 빼앗겨 한 푼도 없이 꼼짝달싹 못하는 '펭귄 아빠'로 전락한다는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얼마 후, 텔레비전에서 명절 특선영화인 ‘날아라 펭귄’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어린 자식의 영어교육을 위해 헌신하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였다.

큰아들 종태처럼 자식의 유학생활을 위해 처자식을 미국으로 보낸 남자의 이야기도 있었다.

처자식의 생활비와 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해 아파트를 팔게 되고, 주인공은 좁고 허름한 고시원에서 비참한 홀아비 생활을 하는 장면이 계속되었다.

춘자는 영화를 보며 자매님의 이야기대로 결국 펭귄 아빠가 될지도 모르는 큰아들을 생각하며 그 영화를 끝까지 다 보지 못하고 텔레비전을 끄고 말았다.




사기꾼 박사장으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된 큰 아들은 거의 모든 재산의 명의를 며느리 박혜진 이름으로 해 놓았다. 회사의 대표이사 등재를 포함해서 청담동의 아파트 펜트하우스와 며느리의 차 벤츠, 큰아들의 차 아우디 등등.


금융실거래법에 의해 금융권에 자산을 위탁하면 자금을 쉽게 움직일 수 없다며, 돈을 벌면 금괴나 미국 달러로 바꾸어 집 안방에 들여놓은 대형금고 안에 꽉꽉 숨겨놓았다고 언젠가 술에 취해 자랑도 해댔다.


가정폭력범으로 몰려 이혼 위기에 놓인 큰아들은 며느리가 바꿔놓은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를 몰라 쾅쾅 문을 두드리다가 또 한 번 경찰서에 가게 되었고, 결국 며느리 박혜진은 큰아들의 접근금지 신청과 함께 이혼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손자 태광이가 징징 울면서 춘자에게 전화를 했다.


“할머니~… 아빠 좀 말려주세요. 아빠가 엄마를 막 때려요.

할머니~ 아빠 나빠요. 도와주세요 잉잉…”


순간 춘자는 화가 치밀었다. 내 아들이 번 돈으로 호의호식했던 며느리와 손자 놈이 자신의 아들을 파국으로 내 몰고 있는 것이 괘씸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 니 놈이 더 나빠 이놈아!

아빠 덕에 좋은 옷, 좋은 음식, 좋은 교육받은 놈이 아빠를 배신하다니!

이 몹쓸 놈!”


그 전화통화 이후 춘자는 태광이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전화도 없었다.


엎친데 덮친다고, 큰아들 종태가 운영하던 기획부동산 회사에 검은 먹구름이 들이닥쳤다.

강남 일대에 뱀처럼 똬리 틀고 있었던 수많은 기획부동산 회사의 대표들이 불법 부동산 거래로 검찰에 붙들려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는 뉴스 속보로 연일 시끄럽게 텔레비전에서 떠들어대고 있다.


큰아들 종태를 키워 줬다는 기획부동산 사업의 제왕이며 지존이라는 왕사장이 잡혀 들어가고, 큰아들의 사무실마저 급습한 검찰에게 불법 부동산 계약서가 발각되어 결국, 큰아들마저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되었다고 형 회사에서 총무일을 맡았던 막내아들 종민이가 울먹이며 전화를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종태는 감옥에 들어가지 않는 상황에서 일이 정리가 되었지만, 회사에 남아있던 직원들은 도망가듯이 뿔뿔이 흩어지고 종국에는 폐업을 하기에 이르렀다.


큰아들은 돈도 잃고, 가족도 잃고, 사람도, 일도 잃고 말았다.


고통스러운 혼돈 속에서 겨우 정신을 차린 어느 날, 다섯 개의 커다란 박스를 힘겹게 운반한 택배기사가 초인종을 눌렀다.

“택배입니다~. 착불인데요”


며느리 박 씨가 보낸 큰아들의 물건이었다.


막내아들을 불러 큰아들의 옷가지와 책, 골프 백 등 사용했던 물건들이 담긴 커다란 박스를 베란다에 옮겨 놓으면서 춘자는 가슴이 답답해 숨을 쉴 수 없어서 베란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춘자의 불길했던 예상대로 청담동 펜트하우스와 외제차, 어마어마한 금괴와 달러는 송두리째 명의자 며느리 박혜진의 손으로 들어갔다.




“오빠! 오빤 바보야? 그 돈을 다 빼앗기고 말았단 말이야?

그게 왜 태광엄마꺼냐구!

협의 이혼하지 말고 고소해 오빠!

내가 아는 변호사가 있는데, 재판하면 오빠 재산 다는 아니지만 반 이상은 찾아올 수 있대”


미정이의 자신감 넘치는 소리에 그렇게라도 해볼까, 하며 큰아들과 큰딸 미정이는 강남을 뻔질나게 다니면서 변호사를 통해 재판을 시작했다.


협의이혼을 하게 되면 양심상 얼마간의 재산을 큰아들에게 넘겨주려 했던 며느리 박혜진은 사기꾼이며 협작꾼이라고 여기는 큰 시누이 미정이를 내세워 재판을 걸어온 큰아들의 행보에 괘씸죄를 더해서 유명한 이혼변호사 2명을 고용해 일말의 여지도 없이 맞대응을 했으며, 결국 큰아들 종태는 한 푼도 건지지도 못하고 완패를 당했다.


쪽박신세가 된 큰아들이 이 파국의 원인은 큰딸 미정이라고 술을 마시며 한탄하는 소리를 듣고, 춘자는 애당초 사기꾼 박사장을 집에 끌어들여 형제들을 신용불량자로 만들고, 며느리의 불 같은 심기를 건드려 그나마 받을 수 있었던 재산도 못 받게 만든 미정이의 경솔함을 커억 커억, 목에 낀 가래침 내뱉듯이 책망했다.


그랬더니, 미정이는 눈을 치켜뜨며 오히려 한 옥타브를 올려 큰 소리로 버럭 째지는 신경질을 냈다.


“엄마!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구 그래?

태광엄마 그년이 도둑년이지!

자기가 번 돈은 한 푼도 없으면서 몽땅 다~ 털어갔잖아!

천벌을 받을 날 도둑년!

아이구 아까와라…

저승사자는 뭐 하나...”


춘자는 할 말이 없었다.


그래.

며느리 그년이 난 년이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 난 년…!


사기꾼 딸년에 도둑년 며느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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