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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sol Sep 25. 2023

가라쓰 전통문화 「군치」의 매력!

지역 전통축제, 그 문화적 힘!


 사가현 가라쓰시(佐賀県唐津市)에서는 매년 11월 2일부터 4일까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전통 축제 「가라쓰 군치(唐津くんち)」가 개최되는 지역축제로, 피리와 북, 종소리로 연주되는 미쯔바야시(三ッ囃子)라는 음악과 함께 호화롭고 거대한 사무라이 투구와 같은 히키야마(曳山)라는 수레를 끌고 가라쓰 곳곳을 행렬하는 가을축제이다. 


 역사적 유래를 알아보면 1661년~1673년경, 가라쓰 신사의 창건을 기념하기 위한 축제로 시작되었다고 하며, 음력 9월 29일 행하여졌기 때문에 '구가쯔 니쥬구니찌'라는 발음상 '군치'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여러 형태의 투구 모양은 대대로 가라쓰의 상업을 전승하고 있는 14개 마을을 상징하는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졌는데 사자, 용, 도미, 봉황 등 환상적인 동물 형상을 한 것으로 높이가 6미터 정도에 무게가 1~2톤이나 되는 거대한 조형물이다. 히키야마는 목조 구조물 위에 점토를 바르고 그 표면에 일본 종이를 바르고 옷 칠과 금박 등을 거듭하면서 100~200겹으로 만든다고 한다. 거대한 투구 모양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819년으로, 가타나마찌(刀町)라는 마을이 그 시초였고 '아까지시(赤獅子)'라는 붉은 사자 모양의 수레였다고 한다. 그 후, 1876년까지 14개의 마을도 자신들의 마을을 상징하는 모양의 투구를 만들어 4개의 바퀴를 장착한 수레 위에 올려 끌어서 이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오랜 시간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히키야마는 세계 최대급의 미술공예품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평상시에는 전시장(히키야마 전시장)에 전시되어 있어서 축제 기간이 아니어도 가라쓰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언제라도 볼 수 있다. 


 여러 모양의 투구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우오야마찌(魚屋町)의 도미 모양을 한 다이(鯛) 히키야마」이다. 다른 히키야마보다 도미 히키야마가 행렬할 때 유독 행렬 뒤에 따라다니는 사람이 가장 많고 인스타그램이나 SNS에 올라온 사진 중 도미 사진이 가장 많다고 한다.


 가라쓰 군치의 히키야마는 1958 1 23사가현의 중요 유형 민속문화재로 지정되었고「가라쓰 군치의 히키야마 행사(唐津くんちの曳山行事)」는 1980 1 28일에 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그리고 나는 2016 12 1 유서 깊은 행사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현장에서 가라쓰 시민들과 함성을 지르며  기쁨을 같이 나누었다.


 이 행렬이 지나갈 때 울리는 미쯔바야시 음악의 피리 연주 소리와 함께 「엔야, 엔야(エンヤ、エンヤ)」, 「요이사, 요이사(ヨイサ、ヨイサ)」하는 함성은 수레를 끄는 사람들이나 관중들이나 할 것 없이 모두들 외쳐대는데, 가라쓰를 뒤엎을 것 같은 웅장하며 압도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이 광경을 보러 일본 전국에서 온 사람들과 외국인 관광객까지 거의 150,000~500,000명의 인파가 모이는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동영상을 찍어대느라 가라쓰 시내의 하늘과 땅은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인산인해의 히키야마 행렬 모습
가장 인기 있는 도미 모양의 히키야마

   

  









  그런데, 단순히 이 축제를 보려고 온 관광객들이 안타깝게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군치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기회이다. 마을 사람들 중 선조 때부터 가업을 이어받은 상인이나 가라쓰의 유명 인사, 기업의 대표 등 어르신에 해당되는 집의 가족으로부터 초대를 받아야 갈 수 있는 잔치로, 나와 같은 외지인이 여기에 초대를 받으면 영광이라고 할 정도로 지역성이 짙은 전통 잔치이다. 나는 내가 가라쓰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해부터 여기저기 어르신들로부터 초대를 받아 잔치에 참석했는데, 이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거대한 도미조림('아라'라고 함)이 식탁 한가운데 놓여 있고 그 옆에는 각종 해산물 요리와 향토요리, 그 집안 만의 가정 요리 등을 차려놓고 초대받은 손님들에게 대접하는데, '아라'라는 크기가 1미터는 족히 넘고 무게가 30kg 정도가 되는 도미조림으로 이미 시각적으로 압도당한다. 맛은 어린아이들도 좋아하는 '단짠' 맛인데 정종과 함께 먹으면 우와~ 그 매력적인 맛에 다른 음식은 쳐다보지도 않게 된다.


 주의할 점은, 식탁에 놓여 있는 많은 음식을 한 번씩 다 먹어보겠다는 욕심으로 초대받은 자리에서 마냥 있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다음 초대 손님이 오면 눈치껏 자리를 비켜줘야 하기 때문이다.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다른 집 잔치에 가면 된다. 당연히 초대받은 집이어야 한다. 행사 때마다 대략 세 집에서 다섯 집의 초대를 받는데, 집집마다 가풍에 따라 다른 음식을 먹어 볼 수 있어서 그 또한 즐겁고 새로운 경험이 된다. 1년 중 최고의 축제이므로 가라쓰의 모든 사람은 한껏 취하고, 먹고, 기쁨과 정을 나눈다. 


 

전통 료칸 요요카쿠(洋々閣)의 연회장



30kg 정도의 거대한 도미조림(아라)

                                                                                                              

 초대받았던 곳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전통 료칸 요요카쿠(洋閣)의 연회에 초대받았을 때인데, 연회장의 한가운데 잔뜩 음식을 차려놓고 숙박 손님들은 물론 연회 초대 손님들은 연회장 벽 쪽에 놓인 좌식의자에 둘러앉는다. 연회가 시작되면 자기 자리 앞에 놓인 우리나라 개다리소반 같은 작은 개인 상에 직원들이 일일이 음식을 갖다 준다. 음식을 먹고 있는 중에 료칸 경영진 가족들이 주인석에 일본식 인사 방식으로 무릎을 꿇고 앉아서 손님들에게 가족 모두가 한 마디씩 감사의 인사말을 한다. 

 초등학생 막내 손자까지. 그리고 나면, 본격적인 연회가 시작되고 이젠 손님들이 앉은 순서대로 자기소개와 초대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하는데 초대 손님들이 많으면 그 시간이 길어지지만, 술도 마시고 음식도 먹으면서 자유롭게 경청하므로 언제 그 시간이 끝났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갑자기 군치 미쯔바야시 음악인 피리 연주가 들리면 음식을 먹다 말고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일어나 둥글게 둥글게 손을 잡고 띠를 만들어 큰 원으로 돌기 시작한다. 누군가가 먼저 「엔야, 엔야(エンヤ、エンヤ)」, 「요이사, 요이사(ヨイサ、ヨイサ)」를 외치면 모두들 같이 함성을 지르며 춤을 추면서 한 시간이 넘는 동안 군치 축제의 클라이맥스를 연출한다. 힘이 들어도 멈출 수가 없다. 이미 모두가 하나가 되어 인간 띠로 일체 되어 있기 때문에 감히 그 대열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가라쓰 군치', 이 전통 있는 '문화 콘텐츠'라는 힘이 상상 이상의 엄청난 결속력으로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그 장소에 있는 낯선 사람들을 하나로 응집시키고, 춤과 함성으로 새로운 사회문화적 행동 규범을 만들어내는 어포던스[1](affordance)의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내가 그동안 연구했던 지역 브랜딩, 장소 브랜딩에서 가장 핵심적 요소라고 생각했던 '문화 콘텐츠'의 힘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그동안 맥락을 잡지 못하고 고민했었던 연구방향이 확고한 확신으로 정리되었다.


 


동영상 참조 : 가라쓰군치 축제의 현장, https://www.youtube.com/watch?v=ychHrwk12BA


[1]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어떤 행동을 유도한다’는 뜻으로 ‘행동 유도성’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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