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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일상의 즐거움

by Shu

난 이제 나민이를 내 과거에서 놓아주기로 했다.

더이상 나민이를 끌어안고 미워하기에는 내 정신 상태가 불안정했다.

차라리 모든 것을 놓고 편히 있는 것이 더 나았다.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을 끝마친 날, 난 눈에 초점하나 안 잡혀있는 모습으로 사무실을 나왔다.

밖은 우중충해서 긴 복도가 어둡게 보였다.

곧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우산 하나 없는 나는 손등으로 머리 정중앙만 겨우 가린채 집으로 걸어 들어왔다.


난 아직도 그날을 기억한다.

하지만 오늘의 나와 그날의 나는 다르므로 난 새 삶을 살기로 했다.

곧 방학을 맞아, 학교는 단축 수업과 공연을 선보였다.

덕분에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각 반에서는 피자며 치킨이며, 온갖 냄새가 풍겨왔고

상자에 가득 쌓여온 햄버거는 필수였다.


나와 민지, 여정이, 희지도 이런 축제를 재밌게 받아들였다.

그렇게 한참을 재밌게 놀았다.

매일매일 하교 후 코인 노래방에서 죽치고 있거나, 아예 P시를 벗어나 U시에서 놀기도 했다.


민지는 있는 것이라고는 음식점뿐인 P시에 불만을 품고 있었지만 15년 동안 살아온 곳이기에 이곳을 떠나지는 않는 모양이였다.


그리고 나도 이곳 P시에 정을 들여버린 것인지 이제는 P시를 떠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 뿐이였다.


한참이 지나고 이제 슬슬 3학년으로 올라갈 시간이 되었다.

난 3학년이 되고싶지 않았다.

지금도 충분히 힘들고 고통스러운데 3학년이 되면 얼마나 갑갑할까 벌써부터 두려웠다.

곧 동생의 졸업장과 앨범이 나오며 시간은 점점 흘러갔다.


1월 초, 방학이 시작되었다.

그저그런 평범한 방학식과 단체 대청소를 마치고 쓸쓸히 무거운 짐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쩐지 이것이 마지막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참 빠르구나... 싶다가도 어느날은 시간이 가지 않아 미치겠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난 집에 도착해 짐을 내려놓았다.

학교 내에서 쓰던 슬리퍼는 현관에 던져 놓고 가방은 대충 방 한 구석에 내팽겨 쳐 놨다.

그리고 곧 찾아올 긴 방학을 기대했다.

하지만 어느때와 같이 방학은 평화롭고도 고요하게 지나갔다.


중간에 민지와 만나 사진도 찍고, 코인 노래방에 가서 노래도 불렀지만 지루한 방학을 채우긴 역부족이였다.

어째선지 지루한 방학이 끝나고...

이제 다시 학교에 등교해야했다.


떨리는 손으로 반배정을 기다렸다.

곧 민지가 반배정 표를 가지고 왔다.

민지는 어째서인지 그런 것을 잘 찾아왔다.

나에게 반 배정표를 주는 민지는 마치 한 수 앞을 보는 예언자 같은 느낌의 분위기를 보여줬다.


난 덜덜 떨며 반배정표를 보고 그 자리에서 좌절했다.

내가 아는 아이는 한명도 없고 모두 내가 알지도 못하는 이름들 뿐이였다.

난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들어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민지는 여정이와 석준이가 같은 반이 되어 나를 공감해 주지 않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난 민지에게 큰 실망을 하고 돌아섰다.

그 길로 난 민지와 멀어졌다.


난 민지 대신에 강훈이와 진희랑 함께 다녔다.

그러다 보니 나도 둘 처럼 행복한 연애가 하고 싶어졌고, 화장을 하고 꾸미기 시작했다.

메이크업 동영상을 많이 본 덕분인지 처음한 메이크업 치고는 꽤나 능숙한 모습이였다.


게다가 1,2학년을 지나 다이어트를 한 덕에 몸무게까지 4키로그람이나 더 줄었다.

그렇게 난 비교적 깔끔한 모습으로 학교에 등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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