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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시작

새로운 친구

by Shu Aug 24. 2024

인스타로 디엠이 하나 왔다.


-안녕? 너도 마플샵 했었구나-


같은 반인 이지훈에게서 온 디엠이었다.

이지훈은 나와 별로 친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전혀 친하지 않았다.


말 한번 섞어본 적도 없고, 옆자리에 앉은 적도 없다.

딱 한번 접점이 있던 적은 3학년 올라와 같은 반이 되고 나서 본 영어 시험에서 서로의 채점한 시험지를 돌려줄 때뿐이었다.


그러므로 이 아이가 나에게 말을 걸 확률은 30퍼센트 정도 되었다.

난 처음에는 이 애가 나를 놀려먹거나 잘못 말을 건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야 난 이 아이를 몇 번 본 적은 있었지만 그것은 전부 저 환한 조명이 비추는 무대 위에서 뿐이었고, 사람에게 관심 없는 난 다른 곳에서 그를 딱히 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응, 맞아-


내 무미건조한 첫 답장이었다.

난 모든 것이 다 귀찮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그 디엠을 받았을 당시에 난 서진이와 함께 놀고 있을 때였다.


-내가 하나 사도 될까? 디자인이 예쁜 것 같아서-


그의 채팅이 올라오자마자 난 바로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였다.


-진짜? 그럼 나야 고맙지!-


지금 막 판매를 시작해 잘 팔리지 않던 상품이 팔리기 시작했다.

난 그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또 왜인지 친하게 지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되었다.


난 옆에 있던 서진이에게 친구 사귐과 물건 판매를 동시에 해냈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몇 시간 후, 난 그 아이와 몇 가지 대화를 나누었다.

그 대화 속에서 난 결론적으로 이 아이는 나를 놀릴 마음이 없고 내 인스타 게시물을 보고 나에게 연락한 것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난 단지 그뿐이었고, 다른 생각은 없었다.

난 인생을 꽤나 대충 살고 있었고, 생각 또한 대충 했다.

그 아이와 난 학교에서는 아예 말을 하지 않았고, 서로 눈을 마주치는 일도 없었다.

분명,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난 우연히 민지와 만나 함께 걷고 있었다.

그러면서 난 그 아이의 이야기를 꺼냈다.


" 아, 맞다.. 나 반에서 친구 사귄 거 같아."


"음~ 잘됐네 뭐.."


"너도 아는 애일 걸..? 지훈이라고.."


민지는 내 말을 듣고도 별로 관심이 있어 보이진 않았다.

민지는 옛날부터 남 이야기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으니 말이나.

민지가 관심 있는 이야기는 딱 연애 이야기뿐이다.


"아, 그 여자친구 있는 애 말이지?"


"응? 아니, 헤어졌다나 봐."


내 말을 들은 민지는 급하게 고개를 돌려 날 쳐다봤다.

뭔가 관심을 보이는 듯한 초롱초롱한 눈빛이었다.


" 그럼 네가 꼬셔."


???

하지만 민지의 입에서는 그저 황당한 답변만이 나올 뿐이었다.

난 그런 민지를 무시한 채 묵묵히 길을 걸었다.


다음날 학교, 난 체육시간에 하린이와 채영이 옆에 앉아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지에 대한 주제가 나왔다.

난 그 주제에 조금은 관심이 있었다.

최근 들어 제 외모를 가꾸기도 했고, 친구 커플의 연애를 보며 부럽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난 먼저 좋아하는 사람이 없을 것 같은 하린이에게 말을 걸었다.


" 넌 좋아하는 사람 있어?"


그러자 하린이는 무척이나 놀랐다.


"어어, 아.. 난"


그러자 하린이가 답답했는지 채영이가 하린이 대신 입을 열었다.


" 얘 좋아하는 애 있어. 난 알고 있지~"


난 채영이의 말에 역으로 놀랐다.

그러고는 하린이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말해달라 매달렸다.

하린이는 계속해서 안된다고 하고도 조금 흔들리고 있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매달린 후에야 하린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말해줬다.


"... 내가 약간 아이돌 같이 생긴 사람을 좋아해서.."


아이돌?

나는 아이돌 같이 생긴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반에 아이돌 같이 생긴 사람이 없었다.

다들 그냥저냥 평범한 얼굴에 평범한 키였다.

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는 운동장을 바라봤다.

그 어디를 봐도 아이돌처럼 예쁘고 잘생긴 사람은 없었다.


난 혹시 급식실에서 자주 마주치던 5반의 잘생긴 남자애를 말하는가 싶었다.

5반의 한 남자애는 1, 2 학년 때는 못 보았던 얼굴이었다.

아마 전학 온 것 같다.


그 남자애는 민지와 내가 포카리라고 이름 붙인 아이이다.

하얀 피부와 진한 쌍꺼풀, 찰랑거리는 직모 머리가 청순하고 투명한 모습에 붙여둔 별명이다.


게다가 그 아이는 아이돌처럼 밝고 귀여운 미소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하린이가 좋아하는 사람은 5반의 포카리가 아니었다.

의외로 하린이의 짝사랑 상대는 우리 반에 있었다.


난 급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누가 제일 짝사랑 상대에 유력할까 머리를 굴렸다.


"... 혹시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이지훈이야?"


"... 응, 맞아"


난 다시 한번 더 놀랐다.

이지훈은 그다지 잘생기지도 않고... 옛날에는 인기가 많았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이들의 기억 속으로 사라진 것 같은 존재였다.

그런 이지훈을 좋아한다는 것은 나에게 꽤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여태껏 내 주위에는 이지훈을 좋아하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이지훈을 왜 좋아하는데?"


"음... 그냥 어느새 보니 걔만 보고 있었다고 해야 하나..?"


난 쑥스러워하며 머리를 긁는 하린이의 모습을 보았다.

또래 아이들보다 덩치도, 몸무게도 더 나가는 하린이었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소녀 같았다.

나는 저 넓은 운동장을 바라보며 내가 누구를 좋아해 본 적이 있는지 떠올렸다.


사실 난 누군가를 그렇게 오랫동안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

만약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것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하린이는 누군가를 오랫동안 좋아하고 있다는 게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난 하린이의 짝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빌어주기로 했다.


그런데...

그날 밤, 이지훈에게서 DM이 왔다.


-안녕, 혹시 책 읽는 거 좋아해?-


-음... 뭐, 좋아하긴 해-


난 개학하고 있던 자기소개 시간에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었다.

아마 그것을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다.


-진짜? 똑똑한가 보네-


-아니, 별로 그렇진 않고-


이때, 지훈에게서 뜻밖의 답장이 왔다.


-뜬금없지만... 내일 같이 등교하지 않을래?-


-음... 뭐, 그래-


난 조금 당황했지만 이어 알겠다고 했다.

난 아침에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물건이 엎어져 정리 안된 내 방이 보인다.


난 이후, 느릿느릿 욕실로 걸어가 머리를 감아내고 내 책상 앞에 앉아 간단한 메이크업을 한 뒤 밖으로 나섰다.

지훈과 통화를 하며 걸었지만 난 이 아파트의 길을 잘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어찌어찌 지훈과 마주치고 함께 학교로 걸어갔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주변에 교복을 입은 학생은 우리 둘 뿐이었다.

지훈은 나보다 20센티는 더 넘게 컸다.

그래서 그런지 길을 가다 말고 계속해서 제 머리에 닿는 나뭇가지를 손으로 치워댔다.

난 그 모습이 웃겨서 웃어버렸다.


교실에 나란히 앉은 후, 난 그 애에게 한 열쇠고리를 내밀었다.

옆 섬나라 일본에서 유명한 캐릭터 열쇠고리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은 캐릭터였기에 싫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마워, 나도 준비해야겠네"


"별말씀을.. 그냥 나랑 친구 된 기념으로 주는 거야"


그렇게 난 차근차근 그 아이와의 친분을 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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