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 서른 살이 되니 소개팅이 뚝 끊겼다. 사실 나이 때문이라기보다는, 내 인맥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지인이 동나버린 탓이라고 믿고 있다. 주변에 계속 어필해서 몇 번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가 대망의 그날이 왔다.
친구랑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갑자기 신점으로 주제가 바뀌었는데, 역시 인간은 나약하면 뭔가 영적인 것에 기대고 싶은 건가? 아니면 내 친구의 마케팅 능력이 뛰어났던 걸까?
친구가 알려준 곳으로 가면 내가 언제 연애를 할 수 있고 결혼을 할 수는 있는 건지 알려줄 것 같았다. 계속된 헤어짐으로 인해 움추러드는 나날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말의 망설임 없이 예약 전화를 걸었는데 주말은 한참을 대기해야 했기에 평일에 휴가까지 쓰고 다녀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점은 용했다. 가족사를 너무 잘 맞춰서 신뢰도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갔다. 몇 달 전 아빠가 쓰러진 것과 할머니가 돌아가신 년도까지 맞췄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신기하다. 다들 이렇게 빠져드는 건가...?
아무튼!
나에게 서른여섯에 결혼하면 왕비사주라고 했다. 그전에도 결혼 운이 나쁘지는 않지만 서른여섯은 정말 대운이 들어온다고! 이때 만나는 남자를 잘 보라고 그리고 꼭 잡으라고 얘기했다!
어머나 왕비 사주라니... 내가 너무 바라던 삶이었다
나는 장녀인 데다가 공대생이라 그런가? 어떤 일이든 주도적으로 하는 성격이다. 지금도 웬만한 집수리는 알아서 한다. 공대 출신이라는 자부심 있달까?
망할 놈의 자부심은 자부심이고 내가 할 수 있음에도 애인이 해주면 보호받는 거 같고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마치 생선살을 내가 발라 발라 먹을 수 있지만, 애인이 내 밥 위에 생선살을 올려주면 기분이 좋은 것처럼.
예전에 박사남자 친구와 사귈 때 생선구이집을 갔었는데 옆 테이블에서 생선살 발라주는 것을 보고 부러워서 나도 발라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오빠 나도 이거 생선 가시 발라주면 안돼?"
"연지야 그 정도는 너 혼자 할 수 있잖아? 나는 생선 가시 바를 줄 모르는 사람은 먹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 그리고 내가 가시를 다 못 바를 수도 있으니까 네가 발라먹는 게 좋지 않을까"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가시가 나왔을 때 짜증을 내지 않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인정했다. 그리고 그 뒤로 누구에게도 생선살 발라달라고 한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공주 취급에 로망이 있었는데 왕비라니? 여왕이 아니고! 너무나 귀가 솔깃했다. 엄마한테 바로 전화했다
"엄마 나 점보고 왔는데 36살에 결혼하면 완전 왕비 팔자로 살 수 있대"
"연지 너 지금 몇 살인데"
"나 30살"
"야 그러면은 36살에 결혼하면 너무 늦은 거 아니야? 그런 거 믿지 말고 빨리 가"
"아무래도 그렇지?"
36살까지 결혼 안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때부터 나는 왕비 왕비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