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한 달 생활비
처음 캐나다 생활을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이 바로 이 생활비인데요. 아무리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고 카페에 질문을 해봐도 결론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 사람 바이 사람”이라는 답들 뿐이었어요. 사람마다 가족 구성원이나 식비 수준, 생활환경이 다르다 보니 딱 얼마다라고 속 시원히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죠. 제가 실제로 살아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우선 첫 번째로 생활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렌트비부터 보죠. 이건 정말 어느 지역 어느 도시에 가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에요. 토론토나 밴쿠버는 스튜디오 콘도 (원룸 아파트)의 렌트비가 월 1,500달러에서 2,000달러 까지도 해요. 위치가 다운타운이라면 금액은 더 높겠죠. 그래서 혼자 오는 워홀러 라든가 유학생이라면 당연히 학교 근처의 룸렌트를 찾을 거예요. 이 경우 마스터 룸을 사용하는지 덴 (베란다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월 500달러에서 1,000달러 사이의 비용이 발생할 거예요. 가족이 함께 오는 경우, 아이가 없다면 두 사람이 원룸에서 생활 가능하지만, 자녀가 있다면 아이 수에 따라 투룸 또는 쓰리룸 집을 구해야 하는데, 집의 종류가 하우스 / 타운하우스 / 아파트 / 콘도에 따라 가격은 정말 천차만별이에요.
다음으로 식비 또한 집에서 무조건 장 본 재료로 만들어 먹겠다면 대충 한국에서 월 식비 들었던 만큼 들겠지만, 외식을 하기 시작하면 이 비용도 정확히 얼마다라고 말할 수 없는 거죠. 기본적으로 식비는 본인이 한국에서 썼던 만큼 쓴다고 생각하는 게 제일 맞는 것 같아요. 물가가 우유나 소고기 등 한국보다 싼 상품들도 많지만, 반대로 한국인이니까 한인 마트에서 김치 같은 한국 식자재를 사다 보면 당연히 현지 사람들의 식재료 구입비 보다 더 들게 되니까요.
인터넷이나 휴대폰 요금은 요즘은 많이 내려간 것 같아요. 사는 지역에 따라 할인되는 인터넷 사업자가 있는데 그건 둘째 치고, 기본 300M 이상의 속도를 사용해야 한국에서처럼 끊김 없는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어요. 휴대폰은 저렴한 통신사의 프로모션을 잘 활용하면 10G 내외의 데이터에 전화 문자 무제한 플랜을 월 30 ~ 50 달러 요금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이나 백투스쿨 시즌을 잘 활용하면 생각보다 핸드폰 요금은 많이 아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전기나 수도 요금은 렌트 조건에 따라 포함되어 있기도 하고, 별도이기도 한 부분이에요. 게다가 월 사용량에 따라 부과되는 요금이니 이것도 얼마라고 말하기가 어렵죠. 콘도의 경우 보통 수도 요금은 포함되어 있는 반면, 전기 요금은 별도인데 여름에는 별로 쓸 일이 없어서 한 달에 30달러 수준이지만 겨울에는 난방이 전기 히터이기 때문에 사용량에 따라 100달러 가까이 나오기도 해요. 콘도의 난방 히터는 전기는 많이 쓰고 따뜻하지는 않기 때문에 따로 히터 전자제품이나 전기장판을 사서 쓰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지요.
자동차는 필요한 지역이나 가정환경이면 구입해야 하고, 혼자 유학이나 워킹 홀리데이로 온 경우에는 그다지 필요는 없겠지요. 자동차야 말로 신차로 구매하는지 중고차로 구매하는지, 차종이나 브랜드는 어떤 것을 구입하는지에 따라 정말 그 가격이 천차만별인 항목이니 이 부분은 그저 본인의 상황과 경제적 형편에 따라 선택하면 될 일이에요.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캐나다는 자체 내수 브랜드가 없다 보니 모든 자동차가 수입품이라는 점, 그래서 중고차도 오히려 한국보다 비싸다는 점이에요. 기름값은 주마다 다르지만 비싼 주의 경우 리터당 1.7달러 정도고 앨버타는 산유 지역이라 상대적으로 기름값이 가장 저렴한 동네예요. 한 달 유류비나 연간 자동차 보험료는 차의 상태나 구입가격에 따라 다르니 이 부분도 정확하게 얼마라고 말할 수가 없네요.
결론적으로 일반적인 평균 생활비는 정확히 얼마라고 말할 수 없다는 거예요. 저도 이 부분 때문에 처음 캐나다 생활을 준비할 때 많이 답답하고 당황스러웠는데요. 그래서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제 기준에서 한 달 생활비를 한 번 계산해 봤어요.
저는 3인 가족이 광역 밴쿠버 내에 위치한 지어진 지 약 10년 정도 된 콘도의 2 베드룸을 렌트했고, 자동차는 저렴하지만 연비 좋은 중고 4 도어 세단을 구입했어요. 이런 저의 주관적인 상황에서의 한 달 생활비는 대략 얼마 정도인지 한 번 알려드릴 테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 렌트비 2,500달러 (수도 및 쓰레기 처리 요금 포함)
- 하이드로 (전기요금) 20달러 / 겨울철 80달러
- 자동차 보험 150달러
- 자동차 기름 100달러
- 인터넷 50달러
- 휴대폰 2대 70달러
- 식비 약 2,000달러
외식이나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제외하고 어디까지나 기본적으로 매달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비용들만 한 번 쭉 나열해 봤어요. 3인 가구 최소 월 5,000 달러는 필요하네요. 여기에 옷이나 신발, 아이 용품, 여행, 외식 등의 소비 상황이 발생하면 그 금액만큼 더 필요하겠죠? 자녀가 더 많거나 집이 더 크거나 자동차 유지비가 더 든다면 또 그만큼 더 비용이 추가될 테고요. 반대로 원룸이나 룸셰어로 생활하면 그만큼 기본 비용이 덜 소비될 테고, 차가 없거나 식비가 적게 드는 사람들은 또 덜 쓰게 될 거예요. 그래도 제 기준의 월 생활비를 보시면 어느 정도 본인의 상황에 맞춰 가늠은 해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간단히 공유해 봐요.
마지막으로, 생활비를 염두에 두고 외진 지역 (노바스코샤 주, 서스캐처원 주 등)을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요. 거주 인구가 적은 지역이 렌트비가 저렴한 것은 맞지만, 대신 기본 소득이 낮고 일자리도 부족해요. 물론 식당이나 호텔 등 어느 지역을 가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직업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본인이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가 IT나 특별한 산업 군에 속한다면 내가 가려고 하는 지역에 그 일자리가 많은지도 미리 꼭 한 번 파악해 보시고 지역을 정하시길 바라요.
일례로, 제 학교 친구 중 방글라데시 출신 학생 한 명은 원래 처음에 정착한 지역이 매니토바 주였는데, 당시 전공이 컴퓨터 사이언스였지만 졸업 후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 밴쿠버로 다시 두 번째 학교 입학을 했었어요. 처음에 그 지역을 선택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생활비가 적게 드는 곳이었던 점인데 본인의 학과 전공과 졸업 후 일자리에 대해서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죠. 캐나다에 살아 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놓칠 수 있는 부분이고 저도 밴쿠버에 살면서 완벽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기 전에 전공 선택과 졸업 후 취업에 대한 부분을 꼭 고려하시고 지역 선택을 하시고 그에 따라 생활비를 고려하셔야지, 무턱대고 생활비에만 중점을 둬서 지역을 선택하시면 나중에 크게 낭패 볼 수 있다는 점 명심하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