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많은 유학생의 학교 생활
대학교 생활이라는 걸 이미 한국에서 대부분 경험하고 오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거창한 팁이랄 것까지는 없을 것 같아요. 요즈음엔 학생 때 해외에서 어학연수나 유학을 경험한 분들도 많고요. 다만, 저처럼 학생 시절이 오래전 일이 된 삼십 대 후반 또는 사십 대 유학생의 경우에 해당되는 사람들에게 제 경험을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우선 모든 분들이 머릿속으로는 인지하고 있지만, 마음과 행동이 따라주지 않는 부분은 나이를 내려놓는 마음가짐이에요. 특히나 직장 생활을 하다가 왔다면 한국식 위계질서, 상하관계에 익숙한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하죠. 직장 생활을 하다가 왔다면 더욱이 조직의 중간 관리자 혹은 그 이상의 직책을 맡으며 아랫사람에게 지시하거나 리더로서 행동하던 사고와 습관이 몸에 배어 있을 거예요. 다른 영미권 국가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캐나다는 수평적인 사회이고 특히나 대학에서 학생들과의 관계는 더욱 그렇죠. 나는 이제 학생이고, 나와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은 캐나다에서 갓 고등학교 졸업한 만 19세 정도의 청소년부터 시작해서 전 세계 각지에서 유학이나 이민을 목적으로 온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나이대도 천차만별인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을 거거든요. 이런 다양한 학생들과 함께 친구로서 공부하고 생활해야 하는 상황임을 미리 인지하고 있어야 해요. 전공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수업이 참여형 수업이고, 과제는 개인 과제보다는 3~5명이 함께 팀을 이뤄 과제를 해서 제출하는 팀 프로젝트인 경우가 많아요. 내가 영어를 잘하느냐는 둘째 치고, 낮은 자세와 열린 마음으로 친구들과 평등한 의사소통을 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지요. 사회 경험이 풍부해서 내가 아는 지식이 많고, 함께 하는 팀원의 잘못이나 실수가 눈에 보여도 그걸 지적하고 탓하기보다는 잘 가르쳐 주고 함께 끌고 간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게 본인 스스로의 정신건강에도 좋을 거예요.
특히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해요. 팀 과제가 많다는 의미는 나 혼자 잘해도 함께하는 동료들의 참여 태도가 좋지 못하면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고 나만 힘들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잖아요. 한국에서도 대학 조별 과제에 대한 문제점에 대한 자조적인 농담이나 불만들이 인터넷 밈 (Meme)으로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이유죠.
그래서 팀원을 잘 만나는 것도 복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내가 수업에 참여도 잘하고, 교수님의 질문에 답변도 한 번씩 하고, 또 내가 잘 이해 안 되는 부분은 부끄러워하지 말고 교수님께 질문도 하고 그러다 보면 다른 학생들에게도 내가 적극적인 사람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팀 과제를 할 때 팀원 모으기도 쉽고 나와 같은 성향의 팀원들이 모이기 때문에 좋은 팀원을 만나 과제를 수월하게 할 확률이 높아지는 거죠.
저의 실제 경험으로 이야기하자면, 저는 매 수업마다 최소 한 번은 교수님께 질문하고, 답변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수업에 참여했어요. 1학기 초부터 그렇게 적극적인 모습을 일부러 보이려고 어필했더니 저처럼 수업 태도가 적극적인 친구들이 저와 팀 과제를 하려고 먼저 말을 걸어오더라고요. 수업 태도가 적극적인 학생들이 모인 팀이다 보니, 무언가 역할을 맡아야 할 때도 뒤로 빼거나 거절하는 사람들이 없고 서로 나서서 하나라도 더 하려고 하더라고요. 그런 팀이 구성되고 나니 팀 과제가 어렵게 느껴지지 않고, 그런 팀원들 덕분에 수업이나 학교 생활 적응이 수월했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간혹 강제로 매칭된 팀 과제에서 팀 회의에 불참하고 맡은 역할을 잘 안 하는 팀원을 만나는 경우도 있었고, 또 반대로 지나치게 의욕이 넘치는 팀원을 만나 너무 과하게 시간을 빼앗기고 과제 진척이 더뎠던 경험도 있었어요. 그런 경우에는 내가 좀 더 하거나, 과감하게 브레이크를 걸기도 했어요. 어떤 학생은 팀원들이 다 나 몰라라 해서 혼자 과제를 다 하게 되어 교수님에게 상황을 리포트했던 일도 있었어요. 혼자 힘으로 해결이 안 되는 경우에는 교수님이나 학생처 (Student Office)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에요.
어딜 가나 결국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고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유학 생활도 마찬가지 더라고요. 심지어 여기서는 내가 외국인이고 내 감정이나 생각을 온전히 다 표현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이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 문화 특유의 나서지 않고 조용히 티 안 나게 묻혀 가려는 자세는 좋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나를 더 내보이고, 별 거 없더라도 내 의견이나 내 생각을 표현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다른 사람들도 나를 존중해 주는 거구나 하는 걸 제 대학 생활 동안 깨달았어요. 어떤 사람들을 만날지 모르고, 누구와 친해질지 또는 갈등이 빚어질지 그건 아무도 모르지만, 기왕 해외에서 늦은 나이에 대학 생활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만큼 적극적인 리더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유학이나 이민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제 관점에서는 적극적이고 자기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물론 한국에 있으면 주체적인 삶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건 당연히 아니지만요. 그래도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 나를 스스로 몰아넣고 역경을 이겨내는 자세가 확실히 수동적인 삶의 모습은 아니더라는 제 개인적인 의견이에요. 그러니, 해외 유학을 결정했다면 그 능동적인 자세를 해외 대학 생활 내내 유지하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특히 저처럼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하고 학생으로는 늦은 나이에 유학을 오는 사람들은 더욱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론적으로, 늦은 나이의 유학생들에게 드리는 대학 생활 팁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수업 참여와 교우 관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실제로 나는 그다지 적극적이거나 능동적인 성격의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이상향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 넣고 마치 배우가 된 것처럼 그 모습을 연기한다고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유유상종이라고 내가 수동적이고 수업 참여에 미온적이면 적극적인 학생들과 팀 구성을 하기 어렵고 나랑 똑같이 적극성이 떨어지는 학생들과 팀 활동을 하게 될 확률이 높아요. 저는 이 부분이 학교 생활을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마지막으로, 같은 한국인 학생들만 찾아다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말 잘 통하고 평균적으로 더 똑똑한 한국인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과제하면 생활이 수월하겠지만, 캐나다에 온 만큼 다양한 국적과 문화의 친구들을 사귀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리지 않았으면 해요. 내가 비영어권 국가 출신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잘 이해해 주고 대화할 때 배려해 주는 좋은 학생들이 많아요. 한국인들끼리 있으면 아무래도 나이에 따라 위계질서도 생기고, 내가 나이가 많으니 뭐라도 사줘야 할 거 같고 혹은 반대로 내가 나이가 어리니 뭐라도 더 챙겨드려야 할 거 같은 그런 한국 사회의 습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거든요. 그게 좋다 나쁘다를 얘기하려는 게 아니라, 해외에 나와서 해외 문화를 경험해 보는 데에는 걸림돌이 된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은 거예요. 외국인 학생이라고 무조건 다 착하고 좋고 나랑 잘 맞는다는 얘기도 결코 아니니까요. 다만, 나이를 넘어 서로 수평적인 관계로 다양한 문화권, 국적의 사람들을 말 그대로 사람 대 사람으로 관계 맺고 소통해 볼 수 있는 기회인 만큼 그 기회를 온전히 누려보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드리는 조언이에요.
끝으로, 이민 1.5세대 혹은 2세대 한인들의 경우 이름만 보고 반가운 마음에 한국인이라고 생각하고 한국말을 걸거나 한국식으로 다가가면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하세요. 그들은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자라면서 내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대내외적으로 무수히 질문받고 자문하며 고민해 온 사람들이라서 외모나 이름만으로 자신을 한국인으로 대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어요. 나는 캐나다인인데 자꾸 한국이름인데 한국인이냐고 묻거나, 태어나서 한 번도 한국에 가 본 적도 없어서 한국 문화나 한국어가 불편한데 대뜸 한국말로 말 걸어오거나 나이로 위아래를 따지기 시작하면 자신의 정체성을 위협받는다는 느낌이 들겠지요. 제 경험 상 해외 교포 학생들은 한국인과도 외국인과도 또 다른 영역의 사람들이었던 것 같아요. 그냥 다른 외국인들과 동일하게 대해주면 문제 될 것 없고 서로 편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