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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험, 내신에 반영되는 거 다들 알지? 등급 하나 차이로 대학 간판이 바뀌는 거다. 내신이 너희 인생을 좌우한다는 뜻이고. 선배들은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학교를 신흥 명문 고등학교로 일궈냈으니까. 이번에는 너희 차례임을 명심해야 한다. 알았지, 다들?”
종례 시간에 담임이 내신의 중요함을 새삼 강조했다.
“그리고 당부하는데 커닝은 하지 마라. 그깟 점수 몇 점에 영혼을 팔아서야 되겠냐?”
담임의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선생님!”
“그래 공산이 뭐냐? 오늘은 조용히 넘어가나 했다.”
“커닝이 영혼을 파는 거라면 내신을 조작하는 거는 뭔가요?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발기는 거 아닌가요?”
“뭐? 너 지금 뭐랬어? 내신을 어떻게 해?”
“왜 그렇게 놀라세요? 선생님이 제일 잘 아시잖아요.”
“자, 잠깐만. 이 새끼가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매번 넘어가 주니까 못 하는 말이 없네.”
담임이 공산에게 욕하는 것을 하모는 본 적이 없었다. 거머리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두 눈을 감고 해탈봉으로 교탁을 탁 탁 탁 박자를 맞추듯 내리치며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기를 한동안 반복했다. 잠시 후, 눈을 뜬 그가 해탈봉을 교탁에 내려놓았다.
“공산이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만, 우리 학교는 원칙을 중요시한단다. 시험과 성적 관리도 마찬가지야. 항상 공정하게 처리하고 있다. 외부 감사와 내부 시스템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유지하고 있고. 육성회에서도 학생과 교사, 학부모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알아? 어머님이 학교를 위해 누구보다 애써주시기 때문에 되도록 이야기를 안 하려고 했는데 공산이 네가 평소에 얼마나 주제넘은 짓거리를 하고 다니는 줄 아니? 함부로 입을 놀려서 학교와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 선생님이 너를 위해 말하는데, 다시 한번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낸다면 이 좋은 학교는 영영 못 다니게 될 거다. 물론 네 어머니도 육성회에서 쫓겨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