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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반딧불이

25

by 판도

공산은 서울로 올라가면서 하모에게 빛바랜 편지 한 통을 건네었다. 보내는 사람이 안순동, 받는 사람은 조하모로 되어 있는, 우표도 붙어 있지 않은 편지였다.


“안 선생 일기장에 끼워져 있던 거다. 최 검사님으로부터 어머니가 받은 건데 지금까지 내가 보관하고 있었어. 미안하다. 빨리 전해 주지 못해서.”


하모에게

나는 너를 처음 만난 그날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어. 물론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간 교실에서 너와 공산, 강욱 그리고 기만을 통해 내가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말이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첫 수업 시간에 멋대로 별명을 만들어 너를 놀리지 않았을 텐데.

너는 평소처럼 멋지게 책을 읽었을 텐데.

공산이랑 강욱이랑도 좋은 사이로 시작할 수 있었을 텐데.

그래서 하는 말인데 사람은,

너무나 부족한 우리 인간은 말이지.

인생을 몇 번은 살아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그래야만 실수도 줄어들고 후회도 줄어들고.

만약에라도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 같아.

우리 다시 만나면 그때는 정말 즐겁게 보내자.

네게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안순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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