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 째 겨울 잠옷 바지가 침대 위에 나뒹굴고 있다. 허리 고무줄이 늘어져 발목으로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을 확인한 이후로는 죽, 그 상태였다. 얇은 봄가을용 파자마로 버티고 있지만 추워서 자다가 깨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위생관념과 게으름에 질려버렸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출근 전 눈을 딱 감고 파자마 바지를 세탁기에 던져 넣었다. 표준 코스로 9시간 뒤 세탁 예약을 설정했다. 세탁기 문이 딱, 잠겨서 아홉 시간 후 에야 바지를 꺼낼 수 있다. 그 때는 바지가 축축하게 젖어서 ‘세탁기에서 다시 건져 입기’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귀가해서 젖은 빨래를 꺼내 널었다. 저녁을 먹고 샤워를 했다. 물을 뚝뚝 흘리며 욕실에서 나왔을 때, 빤스와 잠옷 상의 말고는 입을 것이 없다. 겨울 잠옷 바지를 당장 고치지 않는다면 말이지. 실내 온도는 23도. 하의 실종으로 버틸 재간이 없다.
게을러 터진 새끼는 얼어 죽을 위기가 닥쳐야만 옷을 수선해 입는 것이다. 빤스 바람으로 서랍에서 일주일 전에 산 새 고무줄을 꺼냈다. 기특하게도, 바지 고무줄을 수선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다. 몸이 안 움직여서 그렇지.
바지 허리 춤에 칼집을 내고 구멍에 고무줄을 끼워 넣는 동안 다리에 닭살이 돋았다. 창구멍으로 들어간 고무줄 끄트머리가 실종되었을 때, 젖은 바지를 주워 입거나 속옷차림으로 이부자리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으, 춥게 자는 건 질색이었다.
천 속에 숨은 고무줄을 꺼낸다고 용을 썼다. 종아리는 차갑고 머리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두번째 시도에선 고무줄을 단번에 집어넣고 매듭까지 짓는데 성공했다. 고무줄을 더 조여야 하는지 가늠해 보려고 잠옷 바지를 입어 보니 허리가 아주 든든했다. 별것도 아니었네! 튀어나온 고무줄 매듭을 구멍 안으로 밀어 넣고 바느질을 해 마무리해야 했다.
‘그럴 필요가 있나?’
바지가 허리 밑으로만 안 내려가면 그만이지. 대애단한 과업을 완수하고 이불 속에 기어들어 갔다. 베개는 덜 마른 머리카락 물기에 얼룩졌다. 몸을 뒤척이자 굵은 고무줄 매듭에 허리가 눌렸다. 이불 속에 안 들어 갔으면 모를까, 완벽한 마감을 짓기엔 이불 밖은 너무 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