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스며든 리스본 골목길 풍경
포르토 둘째 날 아침 – 짧은 인연과 작별 준비
포르토 숙소에서 보내는 이틀째 아침.
포르토에 머무는 동안 가장 늦게 들어오던 페루 여행자와 드디어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우리는 오히려 아침 식사를 함께 나누며 대화할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이 친구를 볼 때마다 산티아고 길에서 만났던 브라질 친구 아나가 떠올랐다. 어딘가 모르게 비슷한 에너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페루 여행자도 내일이면 포르토를 떠난다고 했다. 우리 둘은 9시 즈음 함께 버스터미널로 이동하기로 약속을 했다.
내일 함께 Chapel of Souls 예배당 근처에 있는 Bolhão역으로 향할 계획이다.
포르토에서 리스본으로 – 아쉬움 속의 작별
OMIO 앱으로 미리 예매해 둔 리스본행 버스 티켓을 챙기고, 포르토에서의 마지막 아침을 맞았다.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서둘러 숙소 체크아웃을 마쳤다.
비록 이틀 동안 우당탕탕 정신없이 고생도 많았고, 별다른 관광도 하지 못했지만—막상 떠나려 하니 괜스레 아쉬운 마음이 밀려왔다.
어수선했던 날들이었지만, 그 안에서도 여행의 온도와 리듬은 나름의 의미를 만들고 있었던 것 같다.
페루 룸메이트와 약속대로 포르토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고 터미널로 가는 길, 오전 10시 버스를 타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호스트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 자리에 있었던 건 하우스 키퍼 아주머니뿐이었다.
짧지만 다사다난했던 포르토에서의 여정을 뒤로하고, 이제는 새로운 도시 리스본으로 향하는 길이다.
숙소를 빠져나오기 전, 로비 우산꽂이에 꽂아두었던 나의 순례자 지팡이와 로닛이 선물해 준 장우산을 찾으러 로비로 내려왔다.
지팡이는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지만, 장우산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가져가 버린 것이다.
하... 정말 마지막까지 이런 일이..
마침 하우스키퍼 아주머니가 로비 청소를 하러 내려오고 있었고, 나는 다급하게 내 우산이 없어졌다고 이야기했다.
아줌마는 즉시 호스트에게 전화로 이 사실을 전해주었다.
이게 스페인이었더라면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식으로 끝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포르투갈 사람들은 그런 순간에도 묘하게 여유가 넘쳤다.
아줌마는 내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숙소에 다른 게스트들이 두고 간 우산이 몇 개 있어요. 그중 하나를 가져가세요.”
로닛과의 추억이 담긴 우산이 사라진 건 아쉬웠지만, 호스트의 호의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나는 짧은 양산 하나를 골라 들고 나왔다. 이 우산도 언젠가 또 다른 추억이 되겠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아침에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출발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페루 청년과 함께 지하철에 올랐다.
지하철 플랫폼엔 여행객들이 많았지만, 대부분이 포르투갈 교통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듯 보였다.
포르투갈의 지하철은 **트래블 카드(Andante Card)**로 개찰구에서 터치해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인데, 이를 모르는 이들이 많아 보였다.
나는 지난 마드리드 여행 후, 부르고스로 돌아가던 날 마드리드의 거대한 기차 터미널에서 길을 헤맸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경험 덕분인지, 이번에는 사전에 미리 동선을 꼼꼼히 확인해 두었다.
포르투에서 주요 장거리 버스들이 출발하는 캄파냥(Campanhã) 버스 터미널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Estádio do Dragão(에스타디오 두 드라강) 방향 열차를 타야 한다.
다행히 포르투의 지하철은 스페인보다 훨씬 깔끔하고, 노선도 간결하게 정비되어 있어
이동이 한결 수월했다.
실용 팁 (원하시면 박스처럼 따로 분리해서도 제시 가능)
※ 포르투 지하철 이용 팁
Andante Card: 포르투갈의 교통카드로, 지하철·버스·기차 대부분 이용 가능 > 트래블 월렛, 트래블 로그
사용법: 개찰구 진입 전, 기계에 '터치'해서 승차 기록 필수
목적지: 대부분의 장거리 버스는 Campanhã 터미널에서 출발하므로,
Estádio do Dragão 방향 열차를 타야 정확히 연결된다.(구글 검색 가능)
Campahã역에 도착해 터미널에서 10시 정각에 출발하는 55번 버스 앞에서 대기를 했다.
그런데 페루 청년은 왜인지 갑자기 핸드폰으로 좌석을 확인해 보더니 자신은 오후 10시 출발을 잘못 보고 왔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는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55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Campanhã 역에 도착한 뒤, 나는 10시 정각에 출발 예정인 55번 리스본행 버스 앞에서 대기했다.
함께 동행한 페루 청년도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 좌석 정보를 확인하더니
당황한 표정으로 **“오후 10시를 오전 10시로 착각했어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예상치 못한 실수에 그는 곧 미안한 마음과 함께 인사를 건넸고, 우리는 짧지만 따뜻한 여행의 인연을 그렇게 마무리했다.
나는 다시 버스 앞에 서서, 혼자 남은 오늘의 여정을 마음속으로 그려보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포르토 외에는 포르투갈의 다른 도시들에 큰 기대가 없었다.
그래서 리스본도 일정에 넣을 생각이 없었고, 단지 경유하듯 하루만 머무를 계획이었다.
결정은 하루 동안 직접 도시를 걸어본 뒤에 하기로 마음먹었다.
미리 예약해 둔 숙소는 시내 중심가의 게스트하우스에 오후 1시 15분쯤 도착하면 짐을 맡기고,
그날 하루는 리스본을 천천히 걸을 예정이다.
제발! 부디 리스본에서는 태양이 내리쬐길 바라면서 말이다.
10월 29일,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 이후 나는 여전히 여행 중인 백패커였지만,
마음속 태도는 여전히 ‘순례자’ 그대로였다.
버스 안, 내 옆자리에 앉은 포르투갈 현지인은 조용하고 친절했다.
항상 그랬듯, 표를 늦게 샀기 때문인지 내 자리는 또다시 맨 뒷자리.
창밖 풍경이 물러나고 눈을 붙이고 나면, 포르토에서의 적응기와 하갈 언니와의 작별도 모두 뒤로하고
이제는 리스본, 수잔이 기다리는 그곳으로 향한다.
잘 있어, 포르토!
리스본
리스본(포르투갈어: Lisboa 리즈보아[*], 문화어: 리스봉)은 포르투갈의 수도이다.
리스보아 현의 중심도시이자, 포르투갈에서 가장 큰 도시다.
대서양에 면한 항구 도시로, 인구는 545,796명 (2021년)이다.
리스본의 경제적인 산출, 삶의 표준, 시장 크기, 그랑드 리스보아 (Grande Lisboa)
소구역에 기인하여 이베리아반도의 두 번째로 가장 중요한 재정적 경제적 중심이다.
자료 발췌:위키피디아
리스본은 타구스 강과 북 태평양 바다가 맞닿아 있는 구조로 강과 바다가 맞닿아 있어서 콜럼버스가 이곳 리스본에서 대항해 시대를 시작하며 출정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포르토의 우중충한 회색 하늘을 뒤로하고 4시간을 달려 드디어 리스본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부산을 오가는 거리처럼 느껴졌지만,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풍경은 전혀 달랐다.
터미널 주변으로는 탁 트인 타구스 강이 펼쳐졌고, 사방이 열린 시야에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하늘은 흐림과 맑음을 오가며 여전히 변덕스러운 날씨였지만,
편리하게 연결된 지하철을 타고 숙소 근처 Baixa-Chiado 역까지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리스본도 포르토와 마찬가지로 트레블 카드로 간편하게 교통 이용이 가능했다.
터미널에서 시내 중심 광장까지는 약 30~40분 소요, 여행자의 첫발을 내딛기엔 부담 없는 거리였다.
나는 오후 1시에 리스본에 도착해서 짐을 메고 광장 중심가 근처를 관광하며 숙소로 이동을 했는데 그때 기념품 샵에서 수잔을 우연히 다시 만났다. 이곳에서 며칠 더 휴양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우리는 저녁에 만날것을 약속을 하고는 가벼운 만남을 뒤로 하고 각자의 길을 떠났다.
숙소는 중심가 언덕에 위치한 Inn Possible Lisbon Hostel 구불구불한 리스본의 골목길로 구글 지도가 나를 안내했다.
골목길에는 각양각색의 그래피티와 타일 작품들이 길가의 갤러리처럼 진열돼있는 느낌이다.
길을 해메여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체크인 시간인 3시까지는 아직 한참 남아 있었다.
나는 미리 숙소에 도착해 짐을 맡기고, 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길을 천천히 걸었다.
길을 헤매거나 비를 맞으며 고생할 걱정은 더 이상 없었다.
서두르지 않고 햇볕을 쬐며 노란색 트램이 천천히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이곳이 내가 바라던 진짜 휴가지구나.”
그 순간, 나는 하루만 머물겠다는 마음을 바꿔
이곳에서 하루를 더 보내기로 결심했다.
리스본은 마치 영화 세트장 같았다.
보도블록 하나하나까지도 아름답고 정교하게 다듬어진 도시였다.
날씨 탓도 있겠지만, 포르토보다 이곳이 나에게 더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도시에서는 더 이상 구글 지도가 필요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포르토에서 겪었던 수많은 고생 덕분인지, 나는 핸드폰 화면을 보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길을 걸었다.
발길 닿는 대로, 타구스 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길을 따라 천천히 내려갔다.
눈길을 사로잡는 예쁜 예술 공방 하나가 보였다.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곳에 들어가 작품들을 천천히 구경했다.
벽과 바닥,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 다양한 색감과 작품들이 정신없이 나를 사로잡았다.
“이런 곳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곳이었다.”
그 순간, 나는 이 도시가 가진 매력에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두 개의 기둥과 대리석 계단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18세기 후반에 지어진 명소로, 타구스 강의 일몰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 중 하나다.
바로 길 건너편, 코메르시오 광장 중심에는 킹 호세 1세의 동상과 말 동상이 우뚝 서 있다.
강가 근처에서는 사람들 각자 다양한 자세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누군가는 누워서, 누군가는 앉아서 여유롭게 풍경을 만끽하며 말이다.
구름 뒤로 비치는 태양은 마치 리스본에 온 나를 환영하는 듯 찬란하게 빛났다.
오랜만에 만난 햇볕이라 그저 반가울 뿐이었다.
나는 선착장 근처에 있는 카페로 발길을 옮겨, 조용히 브런치를 즐겼다.
선착장 앞에 자리한 카페 겸 레스토랑, CAIS 19 29는 넓은 테라스와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선베드까지 갖추고 있었다.
확실히 관광지라 그런지, 물가가 포르토에 비해 두 배쯤 비싸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만큼의 가치를 충분히 하는 아름다운 장소였다.
카페 내부에는 포르투갈 전통 타일이 정성스럽게 붙어 있어 현지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토마토 브라타 샌드위치와 카페 콘 레체를 주문했다.
식사를 기다리던 중, 맥주가 너무 맛있어 보여서 포르투갈 맥주도 한 잔 시켰다.
곧 기다란 700cc쯤 돼 보이는 그란데 사이즈 맥주잔이 나왔다.
‘뭐, 바쁠 것도 없는 휴양지에서 낮술 한 잔쯤이야 괜찮지 않겠나?’ 하는 마음으로,
떠다니는 요트와 멀리 보이는 다리 풍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여유를 만끽했다.
거하게 한잔 마시고 배를 든든히 채운 뒤, 숙소로 돌아왔다.
리스본은 도시 전체가 유명 관광지라 어디를 가든 사람이 북적였다.
날씨는 오락가락했지만, 포르토처럼 하루 종일 비가 내리진 않아 강가와 북태평양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온화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내가 묵는 곳은 6인실 여성 전용 도미토리였다. 맡겨둔 배낭을 챙겨 방으로 올라갔다.
나는 문 바로 정면에 있는 1층 침대를 썼는데, 내 옆 침대에는 벨기에에서 온 여행자 둘이 있었고, 문 바로 앞 침대에는 아주 어린 이탈리아 여행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방메이트가 정말 중요한데, 다행히도 모두 조용하고 안정적인 분위기의 여행자들이라 마음이 놓였다.
잠시 숙소에서 쉬면서 한숨 돌릴 예정이다.
수잔이 연락이 왔다.
리스본과 알마다를 잇는 2km가 넘는 4월 25일 다리(Ponte 25 de Abril) 관광과 벼룩시장 투어를 했다고 했다.
해 질 녘 타구스 강 근처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며 일몰을 감상하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였다.
걸어서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광장을 지나 강가를 걷는 길은 나에게 산책에 가까운 거리였다.
나는 수잔이 알려준 장소로 숙소를 나와 강가를 끼고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곳은 빈티지한 분위기의 빨간 벽돌 외관이 인상적인 카페 겸 레스토랑이다.
수잔과 수잔의 친구는 카페테라스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관광을 하느라 약간은 지쳐 보였지만,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서 리스본의 낮과는 또 다른 활기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듯 느껴졌다.
우리는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을 즈음, 식다을 빠져 나와 도심 속 골목길을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밤이 되자, 도시 곳곳에서 버스킹 음악가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삼삼오오 모여 있던 사람들은 마치 공연을 기다렸다는 듯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앉아, 음악을 즐기며 자유로운 저녁 시간을 보낸다.
마치 이 모든 풍경이 일상인 듯, 그들의 표정은 편안하고 익숙해 보였다.
우리는 구도심을 지나 유적지와 성이 있는 언덕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리스본의 밤 풍경을 구석구석 눈에 담았다.
도심을 벗어나 외곽 언덕에 이르자, 사람도 소음도 점차 사라지고,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가 가 연출됐다.
강아지를 위한 훈련장 같은 공간도 있고, 구시가지에는 여전히 삶의 온기가 남아 있는 현지인의 일상과 관광지가 어우러져 흥미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그 덕분에 한결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마치 서울의 남산 성곽길을 산책하듯, 여행지이면서도 일상 같은 풍경이었다.
우리는 거리 곳곳을 누비며 소소한 구경을 하다가, 저녁을 먹기로 했다.
유럽 사람들에게 저녁 식사는 하루 중 가장 중요한 한 끼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도 식당을 고를 때 조금 더 신중하게 고른 것 같다
기준이 뚜렷한 건 아니지만, 한국에서 맛집을 고르듯 이곳에도 그런 암묵적인 룰이 있겠지 싶었다.
우리는 현지인들이 많이 들어가는 레스토랑을 골랐고, 자리에 앉아 현지 메뉴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
메뉴는 감자튀김과 대구튀김이 함께 나오는 요리였다. 리스본이 대구 요리로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세계테마기행에서 본 기억이 났다.
평소에는 흘려들었던 이야기였지만, 막상 그 나라에 와보니 문득 떠오르는 걸 보니 여행이란 참 묘하다.
포르투갈 음식은 대체로 기름기가 많은 편인 것 같다.
독일인과 네덜란드인답게, 당연히 음료는 맥주였다.
든든하게 저녁을 먹고 나니, 구시가지 산책을 겸해 숙소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밤공기는 선선했고, 노란 불빛이 포르투갈 전통 타일 위로 부드럽게 스며들어
밤 풍경을 한층 더 아름답게 만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 숙소 근처의 그래피티가 가득한 계단길에서 야외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골목의 작은 술집 앞, 음악 소리에 이끌린 사람들이 계단에 하나둘 모여 앉아,
지나가던 이들의 발길을 붙잡고, 맥주잔을 기울이며 리스본의 느슨하고 여유로운 밤을 만끽하는 모습은 마치 즉석에서 만들어진 야외 콘서트장 같았다.
우리는 레게머리를 한 가수가 부르는 레게 기타 선율에 이끌려 숙소로 향하던 걸음을 잠시 멈췄다.
한국 가수들이 유럽 골목길에서 버스킹을 하는
‘나라는 가수’라는 예능 프로그램의 컨셉이 이곳 리스본에선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느껴졌다.
한참을 음악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어느새 숙소 앞에 도착했다.
이제 진짜 수잔과의 작별 시간이 다가왔다.
수잔은 나의 순례길 초입부터 자연스럽게 만난 친구였다.
나이와 국적을 떠나 마치 이미 알고 있던 사람처럼 자연스럽고 은은하게 우정을 쌓아나갔다.
언제 처음 만났는지 모를 만큼 익숙하게 다가왔고,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스스럼없이 함께 걷고 또 헤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런 수잔과, 이제는 정말로 이별할 시간이다.
수잔과 그녀의 친구는 내가 묵는 숙소 앞까지 친히 바래다주었다.
포옹과 작별 인사를 나눈 후, 그들은 내일 포르투로 떠날 예정이다.
이번 리스본 여행은, 아마도 수잔과 함께한 시간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수잔 다시 길에서 만나요.
부엔 까미노!
숙소 앞 골목은 여전히 북적였다.
밤이 되자 리스본의 불빛과 음악에 이끌려 나온 여행자들이 거리를 걷고, 바에 들어가고, 웃으며 떠들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하루 종일 걸어 다닌 피로가 몰려와서 그런지, 화려한 거리 풍경보다 얼른 숙소에 들어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방 안으로 들어가 보니 룸메이트들이 모두 들어와 있었다.
서로 오늘 하루는 어디를 다녀왔는지, 어떤 풍경을 봤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보면 상대의 나이나 성향이 어느 정도는 짐작되기 마련이다.
조용하고 차분했던 이탈리아 여행자는 이탈리안치곤 아주 드물게 20대 초반의 어린 친구였는데, 혼자 조용히 여행하는 걸 즐기는 스타일 같았다.
반면, 벨기에에서 온 두 명은 딱 봐도 ‘직장인 포스’가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30대 중후반의 내 또래인 듯해 대화가 더 잘 통했다
나는 밖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벨기에 여행자들이 “내일 같이 리스본 시내 관광할래요?”라며 자연스럽게 제안을 건넸다.
나야, 완전 땡큐지!
기대하지 않았던 리스본에서의 하루 치고는, 대만족이었다.
경유지로만 생각했던 이 도시에서 이렇게 좋은 기억을 남기게 될 줄은 몰랐다.
어쩌면 무지한 선택에서 운 좋게 얻어걸린 곳일지도 모르지만,
오늘 날씨가 정말 큰 역할을 해준 것 같다.
이미 포르투에서 혹독하게 치른 여행자 신고식을 끝마친 후라,
비로소 ‘진짜 여행’이 시작된 듯한 느낌이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낯섦보다 편안함이 먼저 느껴졌다.
늘 밝게 웃어주는 수잔과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건,
리스본의 햇살처럼 내 기억 속에 따뜻하게 남을 장면이다.
선선한 강바람, 도시 곳곳에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
이 모든 요소가 리스본을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마음을 쉬게 해주는 휴양지로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내일은 벨기에 친구들과 함께 리스본 시내를 둘러볼 예정이다.
혼자였더라면 지나쳤을 골목이나 이야기들을, 타인의 시선과 감정으로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
낯선 도시에서 만난 여행자들과의 이런 '우연한 동행'이야말로 여행의 진짜 묘미가 아닐까.
내일이 기대된다.
이제 슬슬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Buen Cam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