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잎 클로버를 흔들며
부엌 창틀로 자꾸만 거미들이 모여든다. 성깔 있는 집주인이 부채로 바람을 일으키며 목청껏 소리를 질러봤지만, 소용이 없다. 줄을 타고 벽과 방충망 사이를 날아다니며 끼를 부리는 거미는 재미있나 보다. 내가 째려보든 말든 내 손을 징검다리 삼아 집 안으로 들어왔다. 난 더운 입김을 토해내며 관리실에 전화했다.
집 거미는 대체로 구석지고 습한 곳에 산다고 했다. 그런데 쨍하게 해가 비치는 우리 집 부엌 창을 왜 그렇게 들락날락하는 걸까? 몇 번 다정한 눈길을 줬던 내 탓일까?
두 번 만에 통화가 된 관리실 직원은 내일부터 아파트 전체 방역이니 기다리란다. 전화를 끊은 나는 여전히 부엌 창틀에서 뛰노는 거미들에게 애원하듯이 말했다. ‘더 이상 나에게 매달리지 말고 제발 이곳을 떠나’라고.
내가 거미와 티격태격 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에 있는 사원에서 분쟁이 일어났다는 뉴스가 들렸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관광객과 국경을 지키던 군인의 말싸움이 무기를 앞세운 전쟁까지 갔다 한다. 사흘 만에 국경 근처에 살던 두 나라 민간인 사망자가 30여 명에 피난민이 10만여 명이라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아니 무엇을 위한 전쟁일까? 먹고 먹혔던 묵은 역사가 바퀴처럼 싸움으로 돌고 있다.
23년 전인가 태국 방콕에서 캄보디아 씨엠립을 가기 위해 갔던 국경 근처 모습이 생각난다. 두 나라 간의 끊임없는 전쟁 후유증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국경 도시인 포이펫의 어느 가게에서 콜라를 마시던 우리 일행에 몰려들던 아이들. 그곳에 묻혀있던 지뢰 폭발사고로 팔이나 다리가 절단된 아이도 있었다. 갓난아이를 옆구리에 낀 채 'One dollar'를 외치던 소녀. 우리가 마신 콜라병을 서로 주우려고 싸우던 아이들. 뼈만 앙상한 몸으로 누워있던 아이에게 붙어있던 파리떼. 다리가 절단된 성인 남자가 담배(아편일 확률이 높다.)를 피우며 우리들 앞으로 깡통을 내밀던 모습은 지금도 섬찟하다.
이 전쟁이 끝나면 피해자로 남겨질 자들의 모습이 그때와 같지 않을까. 씁쓸해진 가슴에 거미를 향한 내 눈빛이 흔들렸다. 나를 애타게 바라보는 거미를 어쩌지 못하고 그냥 창문을 닫았다. 이기적인 인간들의 욕망이 뭉쳐서 벌이는 전쟁의 참혹함에 나는 한낱 미물일 뿐인 거미조차도 함부로 다루기가 힘들었다.
사람 생명이 소중하듯, 살아있는 모든 것들 또한 귀한 존재일 텐데…. 부디 우리 모두에게 절대적인 독해(毒害)인 모든 전쟁이 지상에서 사라지길 간절하게 하늘로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