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늘리기 훈련
지난주까지 아이들과 400m 달리기를 함께 하면서 기록을 측정하였고, 가족 모두 달리기와 많이 익숙해진것 같다. 아이들은 여전히 달리고 난 후에 힘들다고 말하지만, 아빠가 봤을 때는 아이들의 실력이 향상되고 있는게 보인다. (기록이 아빠의 생각을 지지해준다.) 올해 초 아이들에게 우리 가족 마라톤을 제안했을 때, 거리 1km당 1등에게 상금 $10을 주겠다고 말했더니 세 아이들이 만장일치로 10km를 선택했다. 단거리보다 중장거리 달리기를 좋아하는 아빠가 의도한 대로 아이들이 선택했다.
6월30일에 있을 10km 가족 마라톤을 5주 앞두고 이제는 거리를 늘리면서 훈련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빠는 아이들에게 6월 달리기 훈련 계획에 대해서 새로운 제안을 했다.
6월 2일 - 2km
6월 9일 - 4km
6월 16일 - 6km
6월 23일 - 8km
6월 30일 - 10km
"매주 2km씩 거리를 늘려가면서 6월 30일 10km 마라톤을 준비하자"
올해 초 훈련 계획을 세울 때, 아빠는 준비운동으로 400m 트랙을 3바퀴 뛰고, 그 후에 400m 기록측정 달리기를 하고, 이어서 인터벌 트레이닝으로 "100m 달리기 + 100m 천천히 달리기"을 2-3km 정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관심은 상금이 있는 400m 기록측정에만 있었다. 아이들은 달리기 자체보다 상금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워밍업 달리기도 한바퀴로 줄어들었고(힘을 아껴서 400m 달리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400m 기록측정 달리기에 온 힘을 다 쏟아 부은 후에는 인터벌 트레이닝을 할 수가 없었다.
매주 준비운동을 포함해서 1-2km정도 달리기에 힘을 다 쏟는 훈련만 하다가 갑자기 10km를 달리려고 하면 적응이 안될것 같아서 점진적으로 거리를 늘리는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아이들이 아빠의 의견을 받아들여주었다. 대신 매주 1등 상금에 신기록 상금을 포함해서 $5를 주고, 2등에게도 $2 상금을 주겠다고 했다. 아빠의 "점진적 과부하" 훈련 계획이 합리적이라고 아이들이 판단을 한 것인지, 아니면 늘어난 상금에 관심이 생긴것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평화롭게 합의를 했다.
집에서 간단하게 워밍업 스트레칭을 하고 학교 운동장으로 출발했다. 날씨가 좋아져서 운동을 하기 위해 밖에 나온 사람들이 꽤 있는데 그 옆에서 동적 스트레칭을 하는게 조금 부끄럽다고 하는 말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딸은 다음날 학교 대표로 축구 시합에 나가서 컨디션 관리를 위해서 집에서 쉬겠다고 했다. 아빠는 큰 아들과 막내 아들과 함께, 남자 세 명이 학교까지 걸어갔다. 10분 정도 걸으면서 이 정도면 충분하게 몸을 풀었다고 생각해서 운동장에 도착해서 바로 2km 달리기를 시작했다.
2km면 400m 트랙 5바퀴이다. 처음 한 바퀴는 각자의 레인에서 달리고, 나머지 4바퀴는 모두 1번 레인에서 달리기로 했다. 지금까지 가장 순위가 낮은 순서대로 레인을 배정했다. 1번 레인: 막내 아들, 2번 레인: 큰 아들, 3번 레인: 아빠
트랙에서 달리기를 하면 서로 속도가 달라도 어디만큼 가고 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좋다. 아빠의 출발신호와 함께 달리기를 시작하고, 첫째 아들과 막내 아들은 거의 나란히 뛰었다. 3바퀴가 지날 무렵에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의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큰 아들은 조금씩 힘을 아끼며 기록 욕심 보다는 동생보다 앞서서 달리는 페이스를 유지했다.
3바퀴 반쯤 뛰었을 때, 아빠가 두 아들을 한 바퀴 추월했다. 아빠는 아이들과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 기록에 욕심이 있었다. 9분 안에 2km를 달리려고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혼자서 열심히 달렸다. 결승선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8분 37초였다. 4분 19초/km의 속도로 달리며 목표했던 기록 안에 들어왔다.
아빠는 결승선을 지나고 난 후에도 계속 달려서 아이들 옆에서 나란히 뛰었다. 큰 아들이 11분 59초에 결승선에 들어왔다. 형과 거리가 벌어지고 난 후에 막내 아들은 그냥 여유있게 걸었다. 어차피 빨리 뛰든지, 천천히 뛰든지, 아니면 그냥 걷든지 순위가 달라지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던것 같다. 아빠가 옆에서 달리며 끝까지 열심히 뛰라고 말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렇게 천천히 걸으면 달리기 시합 끝나고 나서 같이 축구 안하고 바로 집으로 갈거야!"
아빠의 협박이 섞인 말을 듣고, 막내 아들은 마지막 30m를 기운을 차리고 달려서 13분 46초 기록으로 결승선에 통과했다.
만약 딸이 같이 뛰었다면, 큰 아들이 더 열심히 달렸을 것 같다. 그리고 막내 아들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을것 같다. 우리 가족은 서로에게 경쟁 상대이고 또한 페이스 메이커이다. 혼자서 달리는 것보다 함께 달리는 것이 더 좋은 이유이다.
10km 마라톤은 400m 달리기와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체력을 조절하면서 꾸준하게 달릴 수 있어야 한다. 순발력보다는 지구력이 훨씬 중요하다. 2025년 상반기에 아이들과 함께 달리기를 하면서, 가족 모두 체력이 향상되고, 버티고 견뎌내는 지구력이 더 좋아지기를 기대한다. 만만치 않은 세상을 살면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을 만날 때가 있다. 그래서 버티고 견뎌내는 힘이 필요하다.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리고 견뎌내는 내공을 쌓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