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주차_달리기가 기다려진다.

6km (트랙 15바퀴)

by 슬로우 러너

아침에 큰 아들이 학교에 가기 전에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오늘은 6km 뛰는 날이지? 그러면 15바퀴 달리는거야?"
"응 맞아"
"그러면 게토레이를 냉장고에 넣어 둘게"


온 가족이 달리기가 습관이 되고 있다. 매주 한번씩 시간을 정해두고 가족들과 함께 달리기를 하면서 이제는 우리 가족의 주간 행사로 자리잡았다. 달리기를 꾸준하게 이어가고, 달리기가 기다려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요한게 있다. 첫번째는 달리기가 너무 힘들지 않아야 한다. 너무 힘들게 달리면 '달리기 = 고통스러운 운동'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슬로우 러닝이 좋다. 몸에 큰 무리가 되지 않고 힘들지 않게 운동하면서 운동 효과는 유지할 수 있다.


두번째는 적당한 성취감이 있어야 한다. 몸이 건강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경험하고 나면 달리기의 매력을 느끼게 된다. 외적인 보상도 괜찮다. 마라톤 대회에 나가서 열띤 응원 소리를 들으며 목표했던 기록으로 완주를 하면 달리기와 더 가까워지게 된다. 우리집 아이들에게는 매주 달리기를 한 후에 받는 상금이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딸은 이번에도 집에서 쉬는 것을 선택했다. 수요일에 축구시합 결승전이 있어서 컨디션 조절을 하고 싶다고 했다. 아빠의 입장에서 가족들에게 함께 달리기를 하자고 말하면서 권면하지만 절대로 강요를 하지 않는다. 참여하는 사람에게 기회와 보상을 주고, 싫다고 하면 다음을 기약한다.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


엄마와 아빠, 큰 아들과 막내 아들이 집에서 워밍업으로 스트레칭을 하고 학교 운동장으로 걸어갔다. 아빠와 큰 아들이 앞에 가고 엄마와 막내 아들이 뒤 따라서 걸어갔다. 아빠가 큰 아들에게 6km 목표가 몇분인지 물어보았다.

"50분 안에 들어오도록 할거야"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목표를 세우면, 너무 힘들지 않게 달리기를 할 수 있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큰 아들이 달리기를 기다리는 이유는 이 두 가지 때문인것 같다.


트랙에 도착해서 막내아들 1번 레인, 큰 아들 2번 레인, 아빠가 3번 레인에 서서 출발했다. 엄마는 8번 레인에서 번외 경기로 달렸다. 15바퀴 달리기는 체력도 필요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이 중요하다. 반대로 말하면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 체력과 인내심이 함께 향상된다.


아빠는 지난주 4km를 4분39초/km의 속도로 달렸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서 25분에 결승선에 들어오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늘 목표는 거창하다. 이런 점이 장점이면서 동시에 단점이다.


아빠는 4바퀴를 달리고 두 아들을 한 바퀴 따라잡았다. 7바퀴를 지나고 다시 한 바퀴를 더 따라잡았다. 운동장에서 축구하던 사람들의 공이 트랙으로 넘어왔을 때, 아빠는 잠시 달리기를 멈추고 그 공을 축구하는 사람들에게 건네 주어야할지 아니면 그냥 달리기를 계속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만약 혼자서 기록을 신경쓰지 않고 달리는 상황이었다면 잠시 멈추어서 공을 안쪽으로 차주었을것 같다. 하지만 기록을 측정하면서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었다.


11바퀴가 지나고 비슷한 상황이 한번 더 일어났다. 이번에는 큰 아들이 달리고 있는 앞으로 축구 공이 넘어왔다. 큰 아들은 잠시 멈추어서 축구하는 사람들에게 공을 차서 건네주었다. 동생과 한바퀴 정도 차이가 났기 때문에 잠시 멈추어서 공을 건네주어도 승부에는 큰 변동이 없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아빠는 29분 18초의 기록(4분53초/km)으로 결승선에 먼저 도착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숨을 고르면서 아이들을 향해서 계속 달렸다. 100m 달리기와 100m 걷기를 인터벌로 하고 있는 큰 아들의 속도에 맞추어서 달렸다. 마지막 100m 직선주로를 마치 시합을 하듯이 아빠와 큰 아들이 나란히 달렸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아빠가 큰 아들의 뒤통수를 보면서 달리게 될 날이 올것 같다. 큰 아들은 44분55초의 기록(7분29초/km)으로 결승선에 도착했다. 목표를 여유있게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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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다시 막내 아들을 향해서 달렸다. 한바퀴가 남았다. 지난주에 비해서 거리가 2km 늘어났지만 컨디션은 더 좋아보였다. 15바퀴를 무사히 완주하고 시간을 보니 50분45초(8분28초/km)였다. 세 사람 중에서 막내 아들만 4km보다 6km를 더 빠른 속도로 달렸다. 지난 주에 정말 컨디션이 안좋았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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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km 달리기를 모두 마치고 큰 아들과 막내 아들 모두 크게 힘들어하지 않아 보였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꾸준하게 달리기를 하면서 체력이 향상되었고 몸에 무리가 되는 않는 적당한 속도로 달리는 요령을 터득한것 같았다. 다음주에는 8km를 달린다. 하지만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6km를 달려보니 충분히 할만 했기 때문에 더 먼 거리 달리기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것 같다.


이렇게 꾸준히 가족들과 함께 달리기를 하면서 온 가족이 진짜 마라톤에 다같이 참여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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