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주차_달리기는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운동이다.

4km (트랙 10바퀴)

by 슬로우 러너

지난주 월요일에 아이들과 2km달렸고, 이번주에는 4km를 달렸다. 지난주에 비해서 거리가 2배로 늘어났다. 3주 후에 10km 마라톤을 하려면, 거리에 대한 감각을 가지고 달려야 한다. 10km는 의욕만 가지고 막무가내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꾸준하게 준비를 하면서 몸을 만들어야 하고, 마음을 관리할 수 있는 훈련을 해야 한다. 비슷한 거리를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는 훈련을 해야한다.


올해 초에 가족들에게 '우리 가족 마라톤'에 대한 아빠의 구상을 말했을 때, 거리를 얼마나 달릴지에 대해서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거리가 늘어날수록 상금을 더 많이 주겠다고 말했다. 1km를 달리면 우승 상금이 $10이고, 5km를 달리면 $50이고, 10km를 달리면 $100이라고 말했더니, 아이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져서 10km를 선택했다. 고등학생, 중학생, 초등학생 세 자녀들이 이렇게 대동단결하는 모습을 정말 오래간만에 보았다.


3월부터 가급적이면 한주에 한번씩 가족들과 함께 달리기 훈련을 하면서 400m 트랙을 달렸다. 6월에는 매주 거리를 2km씩 늘리면서 6월30일에 있을 10km 마라톤에 준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딸은 학교 축구 시합과 다른 일정으로 이번주에도 달리기 훈련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렇게 훈련에 빠져서 10km를 달릴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된다. (하지만 그녀는 승부욕이 강하기 때문에 실전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한다.)


엄마와 아빠, 큰아들과 막내아들 4명이 집에서 워밍업 스트레칭을 하고 학교 운동장으로 걸어갔다. 엄마는 천천히 트랙을 달렸고, 아빠와 두 아들은 출발선에 섰다. 지난주 등수대로 1번 레인에서 막내아들이, 2번 레인에서 큰아들이, 3번 레인에서 아빠가 달리고, 한바퀴가 지나고 모두가 1번 레인에서 달리기로 했다.


출발 신호를 알리기 위해서 아빠가 큰 소리로 "Three, Two, One, Go!"를 외치려고 했는데, 큰아들이 아빠를 말렸다.

"지난주에 아빠가 너무 크게 말해서 다른 사람들이 쳐다봤어"

아빠는 큰 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게 뭐 어때? 각자 자기 운동에 집중하는거고, 화이팅을 외치면서 출발하면 좋잖아'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보이지 않는 벽을 느끼는 사춘기 아들의 마음을 배려해주는게 필요할것 같았다. 우리 가족이 매주 달리기를 하고 있는 장소는 큰아들이 다니는 고등학교 운동장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학교 친구들이나 비슷한 또래 아이들을 만나면 민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한국말로 출발 신호를 바꿨다.

"준비, 시작"


너무 크게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

"아빠가 작은 소리로 말할테니까 아빠를 보면서 신호를 잘 들어야 해"

이렇게 말했지만, 막내아들은 출발 직전에 축구하는 사람들을 쳐다보느라 아빠의 신호를 듣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조용히 타이르며 너무 크지 않은 출발 신호와 함께 4km 달리기를 출발했다.


지난주에 캐나다 전역에서 산불이 번지면서 공기가 정말 안좋았다. 한국의 미세먼지가 심각할 때와 비슷할 정도로 하늘이 뿌옇고 공기가 탁하게 보였다. 그래서 아빠는 며칠 동안 달리기를 하지 않았고, 마침 몇가지 행사가 겹쳐서 바쁘고 피곤한 한주를 보내느라 달리기를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일요일까지 공기가 별로 안좋아서 월요일에 가족들과 같이 달리기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을 했다. 하지만 월요일 오전과 오후에 비가 내리면서 공기가 깨끗해졌다. 비가 공기를 청소해준 덕분에 달리기를 하기에 최적의 날씨가 되었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아빠는 며칠동안 운동을 못했더니 몸이 지뿌둥하고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졌다. 속도를 올리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기록 욕심을 내려놓고 천천히 몸을 달래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4바퀴를 달릴 즈음에 두 아들을 한바퀴 따라잡았다. 7바퀴를 달릴 즈음에 다시 한바퀴를 더 따라잡았다. 8바퀴가 지나고 나서 마지막 2바퀴는 속도를 조금 더 올려서 열심히 달렸다.


결승선에 도착해서 시계를 확인해보니 18분36초였다. 4분39초/km의 속도로 달렸다. 지난주에 2km를 4분19초/km의 속도로 달린 것에 비해서 꽤 느려졌다. 18분 안에 들어오려고 목표를 세웠지만, 시간이 더 걸렸다. 아쉽지만 이번주는 어쩔 수 없었다. 이제는 아이들과 속도를 맞춰서 달리기 위해서 아이들을 향해서 달렸다.


큰아들이 막내아들을 한바퀴 추월한 상황이어서 막내아들 옆에서 런닝메이트로 같이 달리며 힘을 실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막내아들은 힘들어 하며 뛰다가 걷기를 반복했다. 이제 2바퀴 정도 남은 큰아들이 막내아들을 다시 추월하려고 하는 순간에 아빠는 큰아들과 속도를 맞춰서 나란히 달리기 시작했다.


큰아들은 100m 직선거리를 달리고 100m 곡선 트랙에서는 걸었다. 인터벌 트레이닝 방법으로 달린 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속도로 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달리기 훈련을 할 때 강도를 조절하면서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면 운동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동생과 2바퀴 정도 차이가 났기 때문에 큰아들이 여유있게 천천히 산책을 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인터벌 트레이닝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대견해 보였다. 큰 아들은 28분15초에 결승선에 들어왔다.


이제는 다시 막내아들 옆으로 갔다. 8바퀴가 지나고 나서 더이상 뛰지 못하고 걸었다. 표정이 정말 힘들어 보였다. 막내아들이 걷는 속도에 맞춰서 아빠는 천천히 달리면서 응원했다.

"천천히 걸어도 괜찮으니까 포기하지 말고 힘내서 결승선까지 가자!"

다 끝나고 집에 와서 들어보니 중간에 발목이 접질려서 달릴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에 걸으면서 10바퀴를 다 채워서 완주했다.


앞서가는 형을 따라잡으려고 동생이 무리를 했던것 같다. 형이 잠시 쉬면서 천천히 걸을 때, 막내는 열심히 달렸다. 둘의 거리가 좁혀지고 막내가 힘이 슬슬 빠질 때, 형은 다시 속도롤 올려서 달렸고 동생과 격차를 벌려 놓았다. 그런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큰아들은 성취감을 느꼈고, 반대로 막내는 점점 지쳤던것 같다. 심리 게임에서 형이 동생을 이겼다. 막내는 38분5초에 힘겹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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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는 지난주와 같았다. 큰 이변이 없다면 남은 3주 동안 반전이 없을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2~3년 동안 누가 얼마나 꾸준하게 운동하느냐에 따라서, 그때는 순위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10km 마라톤을 가족들과 함께 달리는 것을 시작으로 매년 우리 가족 연례 행사처럼 가족 마라톤을 할 생각이다. 나중에 기회가 생겨서 다같이 진짜 마라톤 대회에 나가면 정말 "재미와 의미" 모두 있을것 같다.


30분 이상 달리기를 하면 온몸에 운동이 된다. 그리고 마음을 관리하는데도 큰 유익이 있다. 달리기를 꾸준하게 하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 또한, 몸과 마음이 건강하면 달리기를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달리기의 매력이 참 많지만 그 중에서 몇 가지를 고르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데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자신에게 적합한 속도를 찾아서, 내 몸이 건강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짜릿함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다 마음 맞는 사람과 같이 달리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면 그것 또한 달리기가 주는 소중한 선물이다. 아내와 런닝 데이트를 해도 좋고, 아이들과 함께 달리면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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