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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인들과 어울리기

그들의 프라이드는 어디까지인가

by 소류 Nov 11. 2023

제노포브(Xenophobe)라는 말을 아실라나요?


외국인을 이유 없이 두려워하거나 혐오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물론 나라마다 어느 정도의 차별성은 있지만, 어느 나라를 가도 스위스만큼 이런 단어가 적합한 나라는 없는 거 같아요.


스위스 하면 생각나는 건,


은행, 치즈, 초콜릿, 시계, 그리고 중립국 정도일까요.


그런데 이 나라는 왜 중립국이 되었을까요?


이걸 알게 되면 제노포브의 스위스라는 것도 어느 정도 납득하게 될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는 얄팍한 역사편에서 다시 다뤄보도록 하구요.


어쨌든 피부로 느낀 스위스의 중립국선언의 의미는 "우리를 건드리지 마라"라는 느낌입니다.




이나라 사람들은 타국에 대해 참으로 배타적입니다.


스위스인의 습성은 뭔가 새로운 게 있으면 일단 "거부"부터 합니다.


한 예로,


한국에 갈 때 스위스에서 각종 치즈를 종류별로 사 갑니다.


보통 한국인에게는 이런 치즈들이 맛도 없고, 짜고, 느끼하고 그렇지만 일단은 맛이라도 봅니다.


그리고 스위스로 돌아올 때, 한국에서 전통떡이나 한과같이 한국적인 과자를  가지고 옵니다.


그럼 스위스인들의 반응은


"음~, 처음 보는 거네." 하며 경계합니다. 그리고 옆으로 스윽하고 밀어버리죠.


이게 보편적입니다.


다른 유럽이랑은 천지차이입니다.


전 유럽인중에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 친구들이 있지만 이런 나라 쪽이랑 스위스는 완전 딴판입니다.


국민성이 폐쇄적이고 보수적입니다.


나이든 사람만 그럴까요? 아닙니다. 젊은 사람도 비슷해요.


심오하고 깊은 이야기를 할수록 이네들은 국뽕, 다시말해 프라이드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스위스인 20대초반 M양은 어릴때부터 태권도를 해서 한국도 몇 번 가보고, 저한테 한국어도 배우다가 서울대와 카이스트에 교환학생으로 갔었습니다.


한국이 너무 좋다고는 하지만 더 깊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스위스가 가장 살기 좋으니까 결국은 사는곳은 스위스가 될 거라고 합니다.


제가 스위스는 불편해서 돌아가고 싶고 남편도 일본에서 사는거 동의한다고 했다고 하니


"너는 외국인이니까 이해하지만 너희 남편도 그랬다고? 스위스인인데?"


랍니다.


다른 스위스인 A군은 주변환경・가족환경 자체가 외국과 거의 교류가 없는 시골 농가집안 출신입니다.


A군과는 말 타러 갔다가 알게 되었는데, 한국어의 발음이 귀여워서 배우고 싶어해, 언어교환을 하게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파티 초대도 받았고, 한국교회가 어떤지 궁금해하기도 해서 데리고 간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A군은 오픈마인드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스위스인들과 다를 바 없이 나쁜 건 다 외국에서 들어온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더라구요.


치안좋던 스위스도 난민 때문에 치안이 안 좋아졌고, 거리는 더러워졌고, 소매치기도 늘었다. 스위스인은 깨끗하고 조용한걸 좋아하는데 그렇지 못한 건 전부 외국인 탓이다.


제가 일본에서 다시 스위스로 돌아간다고 하자,  A군이 제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 아래와 같습니다.


"Welcome! 도쿄에서 잘 되지 않아서 유감이야.
네가 돌아오면 우리는 가끔 만나서 언어교환을 하자.
역시 스위스만 한 곳이 없지?"

스위스인은 다른나라사람을 싸잡아서 "그것들"로 묶어 버립니다.


제 아는 한국여자분은 이거 때문에 너무 상처받아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 때처럼 가족 모임할 때 본인은 투명인간 취급받는 느낌이랍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영국인 친구는 코러스합창단에 가입했습니다.


이들과 어울려보고 싶어서였는데, 합창단 연습할 때는 그럭저럭 재미나게 하는 거 같지만 끝나고 뒤풀이에는 그 누구도 같이 가자고 권하지 않는답니다.


티베트에서 10살 때 스위스로 이주해서 25년 넘게 살고 있는 남편 친구도, 스위스인은 너무 클로즈마인드고 자존감이 너무 높아서 피곤하다라고 합니다.


그럼 내 남편처럼 혼혈은 어떨까요?


이들은 외국인인가, 스위스인인가? 라고 물어보니 그런걸로 스위스인이다, 아니다.가 아니라 스위스어로 대화를 하면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제 아무리 오래 살고 스위스어가 유창한 남편친구 티베트인도 어느 미묘한 부분에서 스위스인이 아닌게 나타난답니다.


그래서 이친구는 비록 여권상은 스위스국적이지만 "외국인" 인거고, 남편처럼 스위스・일본 혼혈이지만 국적과 상관없이 남편은 스위스인이라고 누구나 생각한답니다.


스위스어로 대화를 해보면 알 수 있다는데 제가  늬앙스를 알 날이 오긴 올까요 ㅎㅎ


그래서 또 물어봤습니다.


외국인이 스위스를 싫어하고 매번 불만 말하고 욕하는것을 스위스인도 알고 있지?


"응. 알 걸, 모르나? 행여 안다 하더라도 아마 관심없을 걸. 어차피 "그것들"이 말하는 불평불만일 뿐이잖아. 불만 있으면 지네 나라로 돌아가던가, 가지도 못하면서."

제 친구 레오도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그런건 귓등으로도 안 듣는답니다. 그것 또한 스위스인의 프라이드겠죠.


예전에 비정상회담이라는 방송에서 한 스위스인이 말했습니다.


보통은 Made in China 이런식으로 로고를 적는데 스위스는 "SWISS MADE"라고 적는다구요.

 

맞습니다.


롤렉스차고 BMW타는 스위스인은 거의 없습니다.


롤렉스는 중국인・중동인이 많이 쓰니까 싫어하고, BMW는 동유럽인이 많이 타기 때문에 싫어합니다.

같은 취급당하기 싫은거죠.


그들은 이들 외국인과 다르다라는 프라이드 때문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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