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보탬] 시즌6 종료

트레바리 클럽장 후기

by 이상균


트레바리 독서모임 [인생에 보탬은 안되지만] 여섯 번째 시즌이 끝났다.


시즌 여섯 개를 운영하는 동안, 특집(테마)이 있는 시즌은 세 번 운영해 보았다. 이번 시즌은 실재(實在, Reality) 특집이었다. 실재는 어려운 철학의 언어로 말하면 인식 주체로부터 독립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것, 정도로 정의될 것인데, 쉬운 인간의 언어로 말하면 내가 소멸해도 여전히 세계에 존재하는 것,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당연해 보이는 이 주제는 조금만 파고들어도 전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첫 번째 시간에 우리는 카를로 로벨리의 <보이는 것은 실재가 아니다>를 읽고 최신의 양자역학이 말하는 물리적 실재에 대해 알아보았다. 양자역학에 의하면 세상에 고정되어 존재하는 것은 없다. 나도, 당신도, 사과와 사과나무도, 어떠한 건축물이나 자연물도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두 번째 시간에 우리는 김상환 교수님의 <왜 칸트인가>를 읽고 임마누엘 칸트와 선험적 관념론과 경험적 실재론을 배웠다.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오색창연한 세계가 실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 일으켜 세운, 우리 안에 갇힌 세계이며, 진짜 세계엔 결코 닿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놀라워했다.


세 번째 시간에 우리는 장용순 교수님의 <라캉, 바디우, 들뢰즈의 세계관>을 읽었다. 이 책은 정말 좋은 반응을 얻었다. 어려운 프랑스 철학의 오래된 구도를 날카롭게 한 줄로 꿴 좋은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라캉이 말하는 실재와, 상징으로 가득한 세계에 대해 배웠다.


그리고 마지막 시간에 우리는 <싯다르타>를 읽었다. 마지막 시간에 나는 <싯다르타>가 말하는 불교적 실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멤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나는 어디로 가는가? 하고 물었고, 누군가는 우리가 서로의 강물이라는 명언을 만들었고, 누군가는 싯다르타가 명상을 하던 강가, 그 강물의 소리 안에서 우주의 맥박을 들었다. 어떤 멤버는 유물적 우주를 만났고, 누군가는 '촛불에게는 우주가 필요 없다'는 아포리즘으로 시작하는 긴 독후감을 썼다.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특집이 있었고, 나 나름대로의 결론이 있었지만, 나는 이번 시즌을 열린 엔딩으로 끝냈다. 아마 각자에게 마지막 책은 다르게 읽혔을 것이다. (소설이기도 하고) 멤버들은 나름대로 만족할만한 자신만의 결론과 생각을 가지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시즌은 늘 시원섭섭하게 끝난다. 내겐 다시 2개월의 휴가가 주어졌다. 시즌 중에는 아무래도 모임 준비를 해야 하므로 내가 읽고 싶었던 책보다는 모임이 도움이 되는 책을 읽게 된다. 이제 별렀던 25년의 독서라이프를 시작한다. 헤겔 입문서를 책장에서 꺼냈다.


이하 시즌 동안 읽은 책들.



https://brunch.co.kr/@iyooha/103

https://brunch.co.kr/@iyooha/28

https://brunch.co.kr/@iyooha/49

https://brunch.co.kr/@iyooha/74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진품 없는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