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 그렇게 아빠가 되어갑니다.
저에게는 20년지기 친구 부부가 있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그들의 연애사를 가까이에서 지켜봤고, 결혼식에서는 제가 사회를 맡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저의 아내와도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
저희 부부와 친구 부부는 모두 자녀가 두 명씩 있습니다. 아이들 역시 태어나면서부터 서로를 자주 보고 어울리며 친밀한 유대감을 쌓았습니다. 이 관계는 마치 친척보다 더 가깝고,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은 하나의 가족 같은 느낌을 줍니다.
친구 부부는 저희에게 늘 새로운 깨달음과 영감을 줍니다. 특히 가장 부러운 점은 "집안의 활기"입니다. 아빠는 듬직하고 유머가 넘치며, 엄마는 포용적이고 긍정적입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많은 것을 배웠는데, 그중에서도 한 장면이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얼마 전 두 가족이 아이들과 함께 넓은 잔디밭으로 놀러 갈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뛰어놀기엔 썩 좋지 않았습니다. 하늘은 흐렸고, 바람도 제법 불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걱정이 앞섰습니다. 아이들이 실망하진 않을까,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런데 친구의 아내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바람이 불면 연날리기를 할 수 있어서 좋고, 바람이 안 불면 배드민턴을 해서 좋겠다.”
그 말을 듣고 제 시선이 아이들에게 향했습니다. 아이들은 친구의 아내 말에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이 이런 부모와 함께 자란다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힘을 자연스레 키울 수밖에 없겠구나.
저희 딸은 내성적인 편인데, 친구의 아내를 무척 좋아합니다. 아마도 저와는 전혀 다른 그녀의 대화 방식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행동을 제한하고 표현에 엄격한 편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라면을 끓일 때 딸이 “아빠, 내가 라면 넣어보고 싶어”라고 하면 이렇게 대답하곤 했습니다.
“불은 위험해. 우리 딸이 다칠 수 있으니 나중에 더 크면 해보자.”
그 말을 들은 딸은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다른 곳으로 가버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친구의 아내와 딸의 대화는 전혀 달랐습니다.
딸: “이모, 내가 라면 넣어보고 싶어요.”
친구의 아내: “미소(가명)가 라면 넣어보고 싶었구나. 그래, 이모가 위험하지 않게 잡아줄게. 한 번 해볼래? 미소(가명)가 끓여주는 라면, 이모도 정말 기대된다.”
그 순간 딸의 표정이 환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딸은 라면을 넣으며 작은 손을 꼭 쥔 친구의 아내를 올려다보며 웃었습니다. 그 장면은 제게 잊을 수 없는 한 컷처럼 남았습니다. 딸의 기쁨, 자신감, 그리고 사랑받고 있다는 그 뿌듯함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갈 때 딸은 눈물로 아쉬움을 표현했습니다. “조금만 더 이모랑 놀고 싶어.” 차 안에서 엉엉 우는 딸을 달래며 생각했습니다. 이모와의 시간이 딸에게 얼마나 따뜻하고 특별했는지. 저도 모르게 친구의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이 밀려왔습니다.
이런 친구가 곁에 있다는 것은 참 값진 일입니다. 우리는 모두 부러운 점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부러움은 단지 부러움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친구네가 부러운 이유는 그들의 모습이 저희 부부에게도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과 희망을 열어주기 때문입니다. 저희 부부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이런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사랑과 긍정의 씨앗을 심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