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 그렇게 아빠가 되어 갑니다.
직장 동료의 결혼식이 있었다. 혼자 다녀오려 했는데 딸아이가 함께 가겠다고 해 부녀간의 결혼식 데이트가 시작됐다. 그동안 결혼식은 대개 인사 몇 번 나누고 밥 먹고 오는 자리였지만, 딸과 함께하니 달랐다. 호기심 많은 딸의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아빠, 왜 사람이 이렇게 많아?"
"결혼식은 제일 축하받는 날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모인 거야."
"아빠, 결혼식 언제 시작해?"
"10분 남았어. 조금만 기다리자."
1분 단위로 계속된 질문 속에 결혼식이 시작됐다. 신랑이 입장하고, 이윽고 신부의 차례. 신부가 들어서는 순간 아내가 떠올랐다. 결혼식 날, 아내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아이가 태어나고, 아내는 '엄마'라는 역할이 더해졌다. 쇼핑할 때도 늘 아이와 내 옷을 먼저 고르고, 자기 것은 나중으로 미뤘다. 그런 아내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아내는 10년 전 "신부 입장"을 하며 꿈꾸던 결혼생활을 하고 있을까? 나는 여전히 그때의 마음으로 아내를 대하고 있을까? 그렇게 아내가 가장 아름답게 보였던 순간들을 떠올려 봤다.
결혼식의 신부 입장, 아픈 아이를 돌보며 밤새우던 모습,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안으며 안도하던 표정, 퇴근한 나를 위해 저녁을 준비하며 웃던 얼굴. 아내는 매 순간 나의 시선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아름다웠다.
결혼식 주례사가 이어졌다.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니라 '다심다체'입니다.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먼저 양보해야 합니다. 작은 습관 하나가 관계를 망칠 수도 있지만, 작은 양보 하나가 관계를 살립니다." 주례사가 유난히 마음에 남았다. 결혼 당시의 마음으로 지금을 살아간다면 매일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식이 끝날 무렵, 신부와 어머니가 포옹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을 본 딸이 물었다.
"아빠, 이모랑 할머니는 왜 울어?"
"기쁘고도 슬퍼서 그런 거야."
딸에게 대답하면서 나도 생각했다. 딸을 키우며 지나온 시간들이 떠오르고, 이제 딸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섭섭함도 있을 테지. 그러다 딸에게 말했다.
"아빠는 네가 결혼하면 엄청 슬플 것 같아."
"나는 결혼 안 할 건데?"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었겠지만 묘한 미소가 지어졌다. 딸과 함께한 결혼식 데이트는 참 성공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