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배워야 할 가장 기본적인 것이 신생아 다루는 방법이라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대화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대화의 상대는 아내와 아이 모두이며 대화의 방법에는 말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말하는 방식, 얼굴표정, 목소리 톤 등도 포함이 된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여자에 비해 대화의 양도 적지만 대화의 스킬도 부족한 편이다. 남자에게 말은 생각, 감정 그리고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으로써의 성격이 강한 반면 여자에게 말은 전달의 수단뿐만 아니라 감정의 공감, 스트레스 해소와 같이 그 자체가 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또한 화가 나거나 속상한 상황에서 말을 멈추고 입을 닫는 남자들이 많은 반면 여자는 오히려 말이 많아지면서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등의 행동의 차이도 존재한다. 이렇듯 여자의 말은 남자보다 복잡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표면적인 뜻보다 그 이면의 의미를 해석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예를 들면 방 안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여기 좀 춥지 않아?”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남편은 “글쎄, 잘 모르겠는데”, “그러게 좀 춥네” 또는 “아니, 난 괜찮은데?” 라거나 센스가 있는 남편은 “난 괜찮은데, 당신은 추워?”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데 아내가 남편에게 얘기한 것은 춥냐는 질문이 아니라 ‘나 추우니까 에어컨을 끄던지, 히터를 틀던지 해서 내가 춥지 않게 해 줘’라고 부탁 또는 지시하는 이면의 뜻이 존재한다. 이렇듯 여자와 남자는 대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대화의 방식조차도 서로 다르다. 여자와 남자의 수많은 대화의 차이를 여기에서 다룰 수는 없지만 그러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육아에 필요한 대화의 방법을 배우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육아를 위해 배워야 하는 대화의 방법이란 바로 감정을 표현하고, 감정을 공감하는 여자의 대화법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육아를 위해 배워야 할 남편의 대화 방법 중 아내를 대상으로 하는 대화법은 어떠해야 할까? 첫 번째는 육아를 하는 아내의 힘듦에 대한 공감과 관심을 표현해야 한다. 부부가 똑같이 육아를 하더라도 남편들은 보통 힘들고 지친 마음을 혼자 삭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내는 다른 사람과 얘기하고 공유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많은데 친구나 다른 가족보다는 남편에게 그런 얘기를 하면서 위로받고 스트레스 풀기를 바란다. 하지만 남편입장에서는 아내가 왜 그런 얘기를 나한테 하는 거지? 그래서 내가 무얼 해주기를 바라는 건가? 아니면 내가 뭘 잘 못해서 짜증을 내는 건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만일 남편이 그런 대화가 부담스러운 나머지 아내의 얘기에 단답형으로 대답하고 별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짜증을 내게 되면 아내는 그런 남편을 서운해하고 실망스러워하면서 화를 내거나 입을 닫을 수가 있다. 부부가 육아 과정에서 서로의 힘든 점에 대해 대화조차 하지 않는다면 이후의 육아는 부부 모두에게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아내가 전업주부인 경우에는 하루 종일 아기를 돌보느라 누군가와 제대로 대화도 못하다가 남편이 퇴근해서야 비로소 얘기할 상대가 생겼는데 회사일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남편이 아내와 제대로 대화도 나누지 않는다면 얼마나 외롭고 서운하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아내가 하소연하거나 힘든 점을 토로하면 남편이 관심 있게 들으면서 공감의 표현을 하고 때론 남편이 먼저 아내에게 “요즘 많이 힘들지?”, “요즘 걱정되는 거 있어?”, “오늘은 애랑 뭐 하고 놀았어?” 하고 얘기를 꺼내보는 것도 필요하다.
두 번째는 육아와 관련해서 아내를 탓하는 얘기는 하지 말라는 것인데 이 부분은 말은 쉽지만 현실에서 지키기가 쉽지는 않다. 아내가 육아를 하는 동안 아기가 다치거나 또는 위험한 행동을 할 때가 있는데 그때 남편이 아기가 걱정된 나머지 아내를 탓하는 말을 하기가 쉽다. 예를 들어 아내가 아기를 돌보다가 어쩌다가 뜨거운 물에 아기가 데었을 때 남편은 아내에게 “애 좀 잘 보고 있지 뭐 하고 있었어” 또는 “애가 얼마나 아팠을까, 혹시 흉터라도 생기면 어떻게 해, 참 속상하네” 와 같이 아내를 탓하거나 아기를 걱정하는 말을 하기가 쉽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남편이 먼저 해야 할 말은 “여보, 너무 놀랐지? 애는 괜찮을 거야 일단 진정하고 빨리 병원 데려가서 진찰받아보자”와 같이 아내를 우선 안심시키는 말이다. 아기가 다치면 이 세상 누구보다도 마음 아프고 걱정이 되는 사람이 바로 아내다. 남편이 굳이 얘기를 안 해도 아내는 아기가 다친 것에 대해 속으로 수없이 본인 탓이라고 자책을 하고 후회를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남편까지 아내를 속상하게 할 필요는 없다. 안 그래도 육아로 힘들 아내에게 위로와 의지가 되는 사람이 필요한데 남편이 그런 존재라는 것을 아내가 느낄 수 있게 말과 행동으로 표현해야 한다. 또한 아기가 성장하면서 물건을 던지거나 떼를 계속 쓰는 등 아빠가 볼 때 맘에 안 드는 행동을 할 때가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훈육을 하지 않는 아내에게 남편이 지적을 하거나 짜증을 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남편이 보기에는 아내의 그런 모습 때문에 아이의 잘못된 행동이 반복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내 입장에서는 그 시기의 아이에게는 애정으로 감싸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훈육을 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이렇듯 남편과 아내의 육아 방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아내의 행동에 대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기보다는 따로 시간을 마련해서 각자의 생각을 얘기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남편입장에서 문제로 인식되는 행동이 실제로는 전혀 문제 될 게 없거나 다른 방법으로 교육할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내의 반응에 즉각적으로 반응해서 나의 생각이 옳고 상대방은 잘못되었다는 식의 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육아를 하면서 특히 내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 점이 바로 아내와의 대화 방법에 대한 부분이다. 위에 얘기한 내용들도 그동안 아내와의 관계에서 부딪치고 경험하면서 깨닫게 된 점들을 포함하고 있다. 나는 아내에게 불만이 쌓이거나 화가 날 때는 대화보다는 혼자만의 '동굴'에 들어가는 타입인데 스스로 감정을 정리하고 아내와 대화를 하려고 하지만 그동안 아내는 혼자 답답해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미리 대화의 방법에 대해 공부하고 숙지하고 있었다면 아내와의 관계에서 불편했던 순간들을 많이 줄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물론 이론을 공부했다고 해서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불필요한 시행착오는 줄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만으로 상대방을 사랑한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말과 행동으로 표현될 때 비로소 사랑이라고 얘기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대화의 방법을 공부하기 앞서 아내에게 내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스님에게 결혼생활의 비결을 가르침 받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삶의 진리를 통달한 사람에게는 경험하지 않은 일에서도 올바른 길이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의 마음을 알고자 하기 전에 나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본다면 아내와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남편의 대화는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 걸까? 내가 유익하게 봤던 부부의 대화에 대한 강의영상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이 외에도 전문가들의 좋은 강의들이 많으니 찾아보기 바란다. 영상 속 강사가 얘기하는 내용들이 모두 새겨들어야 할 사항들이지만 특히 마지막에 얘기하는 내가 먼저 손 내밀기는 남편들이 꼭 실천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