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도 다시는 돌아 오지 않는다
기차는 다시 오지 않았다.
이 길 따라가다 보면 기차역이 있다고 했지.
다니는 기차소리 들리지는 않지만 팔 흔들며 타박타박.
빠른 차 스쳐 달리는 소외된 시골 국도, 덩치 큰 화물차 지날 때면 훅 덮치는 더운 바람, 그리고 찐득한 먼지 세례.
괜찮아 숨은 쉴 수 있으니까.
가깝다던 기차역은 대체 얼마나 더 가야 하지?
땀에 절어 먼지에 절어 내 무릎이 후들, 흔들린 건 신발이 무겁기 때문이야.
저기 저 앞에 골목길로 접어들면 더운 바람 흙먼지는 피할 수 있을 텐데 기차역이 멀어지잖아.
차라리 거추장스러운 신발을 벗어던지고 말지.
이쯤이나 걸었으면 기차역은 보여야만 할 텐데, 달리는 자동차들은 언제부터 전조등을 켠걸까.
너 태운 기차 떠나면 다음 기차 타고 뒤따라 가려 했을 뿐.
더러워진 신발 내려다보고 있었던 건 시선을 피한 건 아니었어.
기차는 출발하고 넌 손을 흔들고 있었을까?
난 여전히 발끝에 묻은 흙 따위를 털어내고 있었던가?
기차는 다시 오지 않았다.
너 태운 기차 떠나고,
기차는 다시 오지 않았다.
이 길 따라가다 보면 기차역이 있을 거라 했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지.
더 이상 기차는 오고 가지 않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