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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성순 Aug 01. 2024

게이샤, 닌자, 사무라이 그들의 이야기

다테이지다무라

노보리베츠의 민속촌 다테이지다무라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정류장은 료칸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는데 눈이 수북이 쌓여있고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도 우리 둘뿐이다. 버스가 두 대나 지나갔지만 서지 않고 그냥 가버렸다. 이곳이 맞나 싶어 정류장 표지판을 다시 살펴보는데 일본어 사이에 ‘진달래 다리’라는 한글이 보인다. 어떤 연유로 이 외진 곳에 우리의 옛 정서가 물씬 풍기는 이름의 정류장이 있는 걸까?

한참 동안 기다린 후 지나가는 촌로의 조언대로 두 손을 마구 흔들고 나서야 버스가 섰고 어렵게 차를 탔다. 뒷문으로 승차 후 내릴 때 앞문으로 가서 버스 기사에게 요금을 낸다. 거스름돈도 기사가 동전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일일이 찾아서 계산해 준다. 지극히 아날로그적이다. 우리나라 50년 전쯤의 버스에 대한 기억이 소환된다. 

이들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걸까? 아니면 좀 더 천천히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들은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전통적인 형식의 축제나 놀이를 고집스레 이어간다. 대부분 구성원이 그래야 한다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니 가능한 일이다. 전통적인 관습을 이어가려는 고집이 생활방식의 변화를 거부하는 형태로 재생되는 걸까? 이 사회의 곳곳에서는 묵어서 퀴퀴한 냄새가 나면서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삶의 형태가 자주 목격되곤 한다.      

다테지다이무라 입구에서는 붉은 기모노를 입은 여인이 뽀얗게 화장하고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입장객을 맞이한다. 그 뒤로 펼쳐진 에도시대의 건물 위에는 겨울 햇살이 강하게 퍼져 눈이 녹을 법도 한데 높이 쌓이고 단단히 다져진 눈은 고집스럽게 녹을 기미조차 없다. 지붕에 쌓인 눈은 족히 30~40cm는 되어 보인다. 민속촌 중앙을 관통하는 큰길 좌우에는 상점과 전시실 등이 있다. 그 사이 좁은 골목은 검은 송판으로 만든 담이 이어진다. 골목을 따라 들어가 보니 골목 끝에는 우물터에서 수다 떠는 두 아낙네가 실감 나게 재현되어 있다. 어느 나라나 우물터의 모습은 참 비슷하구나 싶다. 

민속촌 다테이지다무라 입구에서는 전통복장의 여인이 입장객을 맞이한다
민속촌의 중앙로


골목을 따라들어가면 골목 끝에 우물이 있다.

중앙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널찍한 공원을 중심으로 공연장과 전시실이 모여있다. 공연장에서는 3종류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기생들의 손님맞이를 보여주는 공연은 그 내용보다 세 기생의 의복에 눈길이 갔다. 화장이나 머리 모양, 옷을 입은 모습은 과장된 장식을 한 종이 인형 같다. 화려하고 작위적이다. 좀 낯선 옷도 있었는데 입은 모습이나 앉은 자세가 항아리 같아서 단발한 머리만 항아리 위로 올라온 것 같다. 남자 관객 한 명을 무대로 초대하여 손님 대접을 하는 과정도 흥미롭다. 


게이샤 모습, 왼쪽 사람은 넓은 소매로 몸을 감싸 항아리 모양을 만들었다. 오른쪽 게이샤 옷의 밑단에는 솜을 넣은듯 부풀었다. 

닌자 쇼는 천장과 바닥에서 불쑥불쑥 나타나는 칼잡이들 이야기다. 무대는 집안으로 꾸며져 있는데 칼잡이들은 바닥에서도 튀어나오고, 벽면으로 사라졌다가 다른 곳에서 나타나고, 천장에서도 뭔가가 떨어진다. 배경음악 없이 4명의 무사가 뛰어다니는 소리, 기합 소리, 비분강개한 꾸짖음 등이 들리다가 숨어들어온 자객을 물리치며 이야기는 끝난다. 그 다이나믹한 움직임과 진지한 과장스러움이 극의 몰입감을 고조시킨다. 

사무라이 쇼는 정극에 가까워서 좀 더 진지하고 활기가 덜하다. 그래서인지 대극장 공연임에도 관람객은 다른 쇼에 비해 턱없이 적다. 

닌자쇼의 배경 공간에는 암기와 트랩이 판을 친다


닌자 쇼와 사무라이 쇼를 보니 이들 역사 속에서 ‘무(武)’의 비중이 컸음을 알겠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의리나 충성과 같은 가치관을 칼을 통해 구현해 내고 있다. 우리의 역사가 ‘문(文)’에 중점을 둔 것과 비교된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무보다 문에 가깝다. 그러면 이들의 숭무적 경향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사회 내면에 스며들어 어떤 특징적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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