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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진 Oct 22. 2023

터져 나온 박수

    이듬해 기작은 포스트 프로덕션, 즉 영상 음악이었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광고 등 다양한 영상물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됐는데 나는 한 학기 내내 영상을 고르지 못해 머뭇거리다가 기말을 2주 남기고 애니메이션 <탱탱의 모험> 도입부에 오케스트레이션을 입히기로 했다. 


    이윽고 기작 발표회가 있던 날, 나의 순서를 얼마 남겨두지 않았을 때 당시 학교를 방문 중이던 캘리포니아 주립대 음대 교수진이 참관하고 싶다며 강의실 문을 두드렸다. 교수님들을 비롯해 모두 당황하던 상황에서 발표는 이어졌고 세 번째 순서로 나의 발표가 시작되었다. 영상과 함께 내 곡의 재생이 끝났을 때 미국에서 온 교수님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기립했고 환호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Wonderful!”


    이 말과 함께 그래미상 후보이기도 했던 한 미국 교수님은 나를 불러 세웠고 내 작품에 구체적인 피드백을 줬다. 발표회가 끝나고 학교 교수님들은 내가 학교 체면을 세워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는 뜻밖의 찬사에 몸 둘 바를 몰랐다.


    3학년이 되도록 하고 싶은 음악이 무엇인지 몰랐던 31살의 만학도였던 나는 그제야 스스로 원하고 남들도 잘한다고 인정해주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지난 3년 가까이, 아니 음악을 다시 하기로 마음먹었던 26살부터 움츠려있던 나의 자존감과 자신감은 그날 이후로 회복됐고 나는 진로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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