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진 Oct 22. 2023

결핍은 나의 힘

    내 20대를 돌아보면 항상 조급했다. 무엇이 될 수 없는데 당장에 무엇이 돼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내게 원하는 것을 충분히 시도할 기회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10대부터 어머니와 둘이 살게 됐는데 어머니는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가정형편이 좋았던 적은 없지만 예민한 사춘기 시절은 정말 최악이었다. 집안 사정을 잘 알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 사고 싶은 물건, 먹고 싶은 음식까지도 표현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미국 유학을 포기했던 것도, 고가의 기타를 살 수 없어 입시를 포기했던 것도, 그렇다고 재수를 욕심낼 수 없었던 것도 나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재즈 피아노에 빠져 있을 때도 작곡을 전공할 때도 나는 유학을 가고 싶었다. 나는 미국이나 유럽으로 떠나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영어 소통에 어려움이 없었지만 당장에 생계를 걱정하는 나에게 유학은 사치였다. 영상 음악 분야에서 일하기 시작하며 결국 유학을 가지 않은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 그건 다음 기회에 정리해보겠다.


    한국에 들어온 순간부터 이집 저집 옮겨 다니며 더부살이를 하던 나는 돈을 벌어야 했다. 그런데 살아오며 많은 것을 포기했지만 음악만은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 음악은 내 오랜 친구이자 즐거움이며 내 피난처였다. 어떻게든 음악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찾고 싶었다. 대신에 내가 음악을 할 수 있다면 적게 벌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나를 괴롭혔던 결핍이 오히려 나에게 원동력이 되었다. 게다가 늦은 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돈과 시간 모두 허투루 사용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나는 앞만 보고 달렸다. 29살에 실용음악과에 입학한 순간 인생의 배수진을 쳤다고 생각했다. 더는 포기하거나 도망칠 수 없었다. 내가 선택한 이 길을 의심하는 시간도 아까웠다. 부족한 실력으로 좌절할 때도 많았지만 어떻게든 버티며 실력을 키우려고 노력했다. 나는 이런 근성이 나를 작곡가로 만드는 데에 8할은 차지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40대에 다양한 도전을 시도하고 있는 나에게 좋은 밑거름이 되고 있다.


    돈이 많다면 하고 싶은 일을 맘껏 시도할 수 있다. 실패해도 스스로 지치지 않는다면 성공할 때까지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돈이 없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고 꿈을 포기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실패할 때 하더라도 도전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성장할 수 있고 인생도 다채로워진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말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고 실력을 키우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 남들보다 조금 늦는다고 해도 인생을 멀리서 보면 생각보다 짧은 시간일 수 있다.

이전 12화 작곡가 데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