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너는 나였어

by 고하

같은 곳을 보고 같이 길을 가자 했었는데

가슴 시릴 줄 알면서도 놓아준 때도 있었는데


아프다고 그냥 집에 있는 건 더 아프더라.

슬프다고 소리 내 우는 건 더 슬프더라.


돌아보면 한없이 사랑했기에

돌아서도 끝없이 보고 싶었기에


길 떠난 너의 기억조차 사라질까 두렵더라.

미안해서 숨을 쉴 수가 없더라.


한여름 바다처럼 너는 나였어.

한겨울 외투처럼 나는 너였어.


하늘로 갔지만 너는 나였어.

산으로 와서야 나는 너였어.


나는 너였어.

너는 나였어.

P.S

우리는 이별을 전제로 사랑하지 않는다.

버림을 전제로 붓을 들지 않는 화가처럼

우리들은 영혼을 다해 사랑을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오늘 이 순간이 영원할 수 있다는 기대와 바람으로 예쁘게 색칠하는 것이 사랑이다. 만일 이 세상에 사랑이 없다면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를 만큼 사랑은 창조적이고 생산적이며, 최악의 시대와 상황에서도 가뭄의 단비처럼 삶의 원동력이 되어 준다.


안타깝게도,

세상 사람들은 팝콘처럼 달콤하고 셀 수없는 사랑을 터뜨리고 있지만, 동시에 수많은 별만큼 '이별'도 맞이하고 있다. 서로 많이 멀어야 할 두 단어! 사랑과 이별이 생각보다 가깝다는 것이 너무 낯설고 역설적이지만 현실은 사랑으로 시작해서 이별로 달려가는 열차처럼 느껴질 정도로 이별도 그지없다.


어떤 이별은 너무 어렵지 않게 잊히고,

어떤 이별은 큰 상처로 남기도 한다. 무엇이든 모두 사랑으로 시작했고, 사랑했던 그 순간순간들이 있기 때문에 이별까지 얼마나 치열하고 아프지 않았겠는가!


아마도 그 절절함이 저 밤하늘의 수많은 별로 박혀, 사랑했던 순간을 추억하며 빛을 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랑이든 이별이든

사노라면 조금은 익숙해지겠지만,

누구에게나 첫사랑의 이별은 익숙해지거나 잊힐 대상이 아닌 것 같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과 장소에서 예고 없이 영화 같은 추억이 가던 길을 멈추게 하는 첫사랑!

나는 공양주보살님이 해주신 버섯감잣국에

밥을 비우고, 오늘도 의상봉에 올라 하늘을 보고 있습니다.


먼저 와 있던 스님께서 나지막하게 묻습니다.


"天告스님. 오늘도 하늘을 보고 계십니다. 하늘을 보면 마음을 덜을 수 있다 하셨지요?"


"네. 스님. 아무리 간절해도 안 되는 것이 있었어요. 끌어당김은 이 세상에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이지요. 저는 지금 그 간절함 만큼 누구 대신 살고 있는 것이지요"



나의 첫사랑은 이렇게 끝사랑이 되었다.

니가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