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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Jan 27. 2016

28년 만의 첫 운동

내 생애 첫 운동, 필라테스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운동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


2016년의 시작과 함께 필라테스 클래스를 등록했다. 올해는 꼭 운동을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운동보다도 체력을 쌓고 싶었다. 게다가 작년부터 샤워할 때마다 별로 있지도 않은 살이 처졌다는 것을 보곤 충격을 크게 받았던 것이다. '그래, 연예인처럼 몸매를 만들 순 없겠지만, 올해 목표는 꾸준한 운동으로 탄력 있는 몸을 만들어보자!' 라며 나에겐 꽤나 야심 찬 계획을 세웠고, 필라테스 등록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마음먹고 들어간 필라테스 학원에서 간단한 상담만으로도 내 몸의 상태가 엄청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나도 내 몸이 구제불능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나 심각할 줄이야. 하긴 내가 뭐 운동이라는 걸 해봤어야 말이지. 우선 간단한 인바디 측정으로 몸에 근육량이 7kg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더 늦기 전에 운동이 시급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매트 운동이야, 기구 운동이냐, 고민하다가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따라가 보자 하는 생각으로 주 2회, 그룹 운동으로 등록 완료.



(운동 전에는 무조건 고기! 고기! 고기!!!)


혹시 병원  진단받아보셨어요?

문제는 시작하자마자 발생했다. 첫 수업부터 부들부들을 시전 하면서 나 스스로 자신감이 떨어진 거다.
게다가 클래스가 끝나자마자 강사님의 걱정 어린 말씀. "회원님, 혹시 병원에서 뭐라고 하시던가요?  진단받으시고 오신 거예요?"내가 병원 간 건, 작년에 심하게 넘어져서 좌측  무릎인대 치료밖에 없는데! 잘 들어보니, 복근도 없고, 척추측만증에, 골반도 틀어질 대로 틀어져 온 몸의 균형이 안 맞는다는 것. 게다가 유연성은 없는 중에 제일 없다는 것도 난 잘 알고 있지. 암요. 그렇게 강사님께 개인 OT를 제안받고 집에 오는 길이 꽤나 씁쓸했다.


그리고 2주가 넘으면서 '욕심 부리지 말고, 꾸준히 6개월만  해보자.'라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말했다. 워낙 욕심이 많다 보니 경쟁이 없는 필라테스에서도 '왜 나는 저 자세가 안돼?'라는 마음이 컸다. 자존심도 얼마나 강한지, 부들부들 거리면서도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허리가 휘어질 정도로 힘을 주니, 강사님은 그렇게 무리하라고 하는 운동이 아니라고 하시고. 나로썬 답답했다. 이렇게 하면 금방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했던 마음 그 자체도 하나의 욕심이었던 것이다. 2주 만에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고작 4번, 첫 술에 배부르랴, 누구 보여주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욕심이 나는 거지? 내 운동 목표는 누굴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닌데 왜 무리하는 거야? 등등 내 안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서로 큰 소리를 내고 있었다.


(운동 전, 지금은 마음의 여유를 찾은 것만 같다!)



나만의 운동 목표를 잊지 말자.

이렇게 많은 생각 사이에서도 하나 느낀 건, 필라테스 등록하길 정말 잘 한 것 같다는 점! 첫 수업 때, 강사님이 하신 말씀은 진짜 좀 많이 충격이었는데, 사실 내 자세가 좋지 않았다는 건 나도 알고, 세상이 다 알았던 사실. 그래서 자세교정에 도움이 되는 기구 운동을 선택한 거라서 그리 놀랍진 않았다. (적잖이 충격을 받은 건 왠지 그러려니 했던 걸 확인  사살당한 기분 탓) 적잖은 충격 요법으로 (물론 강사님은 그러려고 하신 말씀은 아니지만) 이제 화, 목 만큼은 정신을 빠짝 차리게 된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세상엔 참 많은 사람이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거. 특히나 우리 집 앞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운동하러 다니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나는 그동안 매일 지나가기만 했지, 여기 필라테스가 생겼다는 건 관심도 없었던 거지 뭐. 그리고 아주 살짝이지만, 땀을 내면 이렇게나 기분이 좋았다는 걸 너무 모르고 산 게 아닐까. 운동 후에 집에서 하는 샤워가 이렇게 뿌듯하고 기분 좋은 일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니. 소소하지만, 꽤나 행복한 순간이 생긴 것 같다. 참 좋네-

주 2회, 6개월을 빠지지 말고 다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아쉬운 것도 같다. 해서 주 3회로 욕심을 낼까 하다가도, 적어도 6개월은 욕심 내지 않고 꾸준히만  다녀보자!라는 걸 올해 내 목표로 삼았다.  그동안은 이 뻐근한 느낌을 즐겨봐야지. 더불어 내 자세도 좀 자리 잡을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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