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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이겨낸 사람, 다시 도전하는 삶

나는, 살아간다

by 정유선

넉넉지 않은 형편 속에서도 나는 성실하게 살아왔다. 아무리 힘들어도, 나는 늘 행복한 일상이 계속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운명이 내게 다가왔다.

“암입니다.”

교수님의 차가운 한마디가 내 가슴을 콱 찔렀다.

‘설마… 내가?’ 믿을 수 없었다. 그 순간, 내 세계는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끝없는 항암 치료와 극심한 피로감 속에서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베개 위에 빠진 머리카락이 쌓여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나는 여자인데, 머리카락까지 잃어야 할까?"


교수님은 담담하게 말했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 머리카락이 빠집니다. 대부분 가발을 씁니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게, 그 병보다 더 두려운 순간이었다.

그날부터, 나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링거 밀대를 끌고 캄캄한 거리를 걸었다.

살아야 했다. 내 몸이 무너지는 걸 막아야 했다.

매일 세 번, 두 시간씩 운동하며 내 몸과 싸웠다.

긴 치료 끝에 내 몸은 많이 망가졌지만, 암세포는 점점 사라졌다.

마침내, 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때 깨달았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암 세포가 줄어들자, 교수님은 수술을 하자고 하셨다.

이른 아침에 들어간 수술은 밤이 되어서야 끝났다.

수술이 끝난 후, 회복실에서 병실로 이동하는 내게 한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살았구나."


하지만, 행복도 잠시였다. 병원 생활이 끝나기도 전에 암이 재발했다.

“암이 다시 진행되었습니다.”

절망이 몰려왔다.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었다.

밤새 울었다. 살아야 할 이유도, 버틸 힘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잠든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깨달았다.

“나는 무책임한 엄마가 아닐까?”

그 순간, 스스로와 약속했다.

“꼭 살아서, 좋은 엄마가 되겠다.”


다시 치료를 받았다. 긴 항암과 방사선 치료.

끝없이 이어지는 고통 속에서 나는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또 한 번 암을 이겨냈다.


암은 내 몸을 망가뜨렸지만 내 영혼은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그리고 여전히 꿈을 꾼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간다.

암을 이겨낸 사람으로서, 나는 오늘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으며 병실에서 우연히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 홈페이지를 보게 되었다.

“내 꿈은 무엇이었을까?”


그 순간, 오랜 고민 끝에 결심했다.

방사선 치료를 받으며 시간이 날 때마다 수업을 듣기로 했다.

그리고 드디어, 나는 미디어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병원에서는 운동을 핑계로, 8인실 동기들과 화장실에서 만나 옷을 갈아입고,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누구보다 더 열정적으로 영상 제작 교실에 참여했다.

그 계기로 방송국의 문을 두드리는 기회를 얻었고,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서 주관한 전국 시청자참여 프로그램 공모전에서 '행복 실은 점 빵 차'로 우수상,

전라남도 보물찾기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내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감성 다큐멘터리를 방송사에 제출하며 인정도 받았다.

암과의 전쟁에서 나는 승리했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기쁘고 값진 순간은 영상 제작을 배우며, 나만의 목소리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암"이라는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나는 영상 제작의 꿈을 꾸지도 않았을 것이다.

미디어 교육 지도사 자격증도 취득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미디어 교육 봉사도 하며,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암”이라는 병 앞에서 나는 나의 꿈도 이루었고, 지금은 또 다른 자격증에 도전 중이다.

암 투병 중인 분들, 절대 지지 마세요.

이제 나는 암 투병 환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며, 오늘도 도전하고 있다.

배울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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