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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전화

같은 말을 하지만, 감정은 다르게 흐른다

by 정유선

"안녕하세요, 나주 한전입니다."

고객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저희 부모님...

"하늘의 별이 되었어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네?"


"여기, 이제 빈집이에요. 가족도 없어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 스며든 세월과 쓸쓸함은 숨길 수 없었다.

전기 요금 고지서 하나를 두고 나눈 짧은 대화 속에서도 삶과 죽음이 엇갈렸다.


주소가 불명확한 분들이 많고,

시골 어르신들은 전화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대부분은 요양병원에 계셨다.


오늘 통화한 이분도, 언젠가 그 길을 걸었을 것이다.

혼자 남은 집, 점점 희미해지는 존재, 그리고 어느 날 끊어진 전기.


이게 남의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언젠가 나도 전화를 받지 못하는 날이 올 것이고,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나의 집에 전화를 걸어

"빈집인가요?" 하고 묻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참 씁쓸하다.


하지만 지금 나는 아직 수화기를 들고 있다.

오늘도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그 짧은 대화 속에서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있다.


어쩌면 내 미래가 그렇게 흘러간다 해도,

지금 이 순간의 대화들이 내 안에 작은 빛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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