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너머의 어르신들
고객과의 대화: 전화 너머의 삶들
한국전력공사에서의 인턴 생활은 단순히 업무를 배우는 것 이상의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전화를 통해 고객들과 소통하며, 그 너머에 담긴 삶의 이야기를 마주했던 시간은 저를 한층 더 성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전화 너머의 어르신들
고객들 중 대부분은 농촌에 거주하시는 어르신들이었습니다. 그분들과의 대화는 단순히 전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삶에 잠시나마 귀 기울이는 시간이 되곤 했습니다.
한 분은 귀가 잘 들리지 않으셔서 여러 번 반복해 말씀드리던 중, 문득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영감님 보내고 나서 눈도 안 보이고, 모든 게 어렵네. 주소는 자식이 오면 알려줄게."
그 말 한마디에 그분의 깊은 상실감과 고독이 느껴졌습니다. 전화 너머에서 그분의 삶의 무게가 전해져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또 다른 어르신은 내가 "나주 한전"이라는 단어만 말했을 뿐인데, 곧장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하셨습니다.
“사람이 그리웠어. 전화라도 걸어줘서 고맙다.”
그분에게 나는 단순히 전화를 건 직원이 아니라, 외로운 마음을 잠시라도 달래줄 누군가였던 것 같았습니다.
전화 속 인생 이야기
전화라는 작은 연결선 너머로 듣게 된 이야기들은 대부분 힘겨운 삶의 단면들이었습니다. 농촌에서 홀로 계신 어르신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이들, 건강과 고독에 맞서 살아가는 분들의 목소리에는 짙은 외로움과 삶의 애환이 담겨 있었습니다.
어떤 날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업무를 마친 후에도 마음이 무거웠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랐습니다.
내가 배운 것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고객 서비스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때로는 내가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도 있지만, 누군가 들어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객들과의 대화는 그분들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작은 연결, 큰 의미
고객들과 나눈 전화 한 통 한 통이 단순히 업무의 일부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작은 다리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그분들의 목소리를 통해 저는 일상의 소중함,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런 순간들은 한국전력공사에서의 인턴 경험을 단순히 업무로만 기억하지 않게 만든 소중한 시간들로, 앞으로 어떤 환경에서 일하더라도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