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을 하지만, 감정은 다르게 흐른다
"안녕하세요, 나주 한전입니다."
고객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저희 부모님...
"하늘의 별이 되었어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네?"
"여기, 이제 빈집이에요. 가족도 없어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 스며든 세월과 쓸쓸함은 숨길 수 없었다.
전기 요금 고지서 하나를 두고 나눈 짧은 대화 속에서도 삶과 죽음이 엇갈렸다.
주소가 불명확한 분들이 많고,
시골 어르신들은 전화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대부분은 요양병원에 계셨다.
오늘 통화한 이분도, 언젠가 그 길을 걸었을 것이다.
혼자 남은 집, 점점 희미해지는 존재, 그리고 어느 날 끊어진 전기.
이게 남의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언젠가 나도 전화를 받지 못하는 날이 올 것이고,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나의 집에 전화를 걸어
"빈집인가요?" 하고 묻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참 씁쓸하다.
하지만 지금 나는 아직 수화기를 들고 있다.
오늘도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그 짧은 대화 속에서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있다.
어쩌면 내 미래가 그렇게 흘러간다 해도,
지금 이 순간의 대화들이 내 안에 작은 빛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