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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우리 문화재를 지키다: 보존과 복원의 과학

보존과학실에서의 배움: 금속 유물의 속삭임

by 정유선 Feb 08. 2025

문화재는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우리 조상의 삶과 지혜가 담긴 시간의 기록입니다. 이 귀중한 유산을 후대에 온전히 전하기 위해 문화재 보존과 복원의 과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만난 조연태 선생님과의 인연은 나에게 문화재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감사함을 일깨워주었습니다.

문화재 보존과 복원의 과학


문화재 보존과 복원은 단순히 훼손된 부분을 고치는 작업이 아닙니다. 그것은 유물의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며, 오랜 세월 동안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과학적 작업입니다.


보존을 위한 기술

습도와 온도 조절, 유물의 손상을 방지하는 약품 처리, 그리고 빛과 공기로부터의 보호까지, 모든 과정이 치밀한 연구와 실험에 기반을 둡니다.


복원을 위한 정밀한 작업

유물의 재질, 제작 기법, 그리고 역사적 배경을 철저히 분석한 후에야 복원이 시작됩니다. 이 작업은 마치 퍼즐을 맞추듯 신중하게 진행됩니다.


조연태 선생님과의 인연

보존과학실에서의 배움: 금속 유물의 속삭임


처음 보존과학실에 들어섰을 때, 조연태 선생님은 금속 유물 하나를 조심스레 꺼내 보여 주셨습니다. 유물은 녹이 슬고 표면이 거칠어 보였지만, 선생님의 손길 아래 마치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이야기를 꺼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유물은 단순한 금속 조각이 아닙니다," 선생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누군가의 손에서 만들어졌고, 누군가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했겠죠. 우리가 하는 일은 그 흔적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겁니다."


보존과학실은 그야말로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공간이었습니다. 유물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정밀한 도구들과 기술들은 과학의 정수를 보여줬지만, 선생님은 과학적 기술보다 그 유물이 품고 있는 역사적 의미를 더욱 강조하셨습니다.


“이 금속 유물의 표면에 보이는 녹은 단순히 시간의 흔적이 아니라, 그 시대의 환경과 재료, 그리고 사용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복원은 단순히 녹을 제거하는 작업이 아니라, 이 이야기를 최대한 보존하는 작업이에요.”


그 말씀에 나는 유물을 대하는 태도를 완전히 새롭게 정의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유물의 겉모습이나 기능에만 주목했다면, 이제는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삶과 감정, 그리고 시간이 남긴 흔적까지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보존과학실에서 유물을 손으로 만질 수는 없었지만, 선생님의 설명과 작업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유물과 더욱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금속 유물의 복원 과정에서 사용되는 세심한 작업은 과거를 대하는 겸손함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이후, 전시해설을 준비하며 나는 관람객들에게 선생님이 보여주신 유물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더 많은 자료를 읽고, 그 유물이 가진 의미를 더욱 깊이 탐구하게 되었습니다.


보존과학실에서 조연태 선생님과 함께한 시간은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자리가 아니라, 유물과 대화하고 그것을 온전히 지켜내는 법을 배운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우리의 문화재를 지키는 것은 단순한 보존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역사와 삶을 함께 보존하는 것입니다. 선생님과의 인연을 통해 배운 이 가르침이 이 책을 통해 더 널리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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