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앞에 선 나, 살아 있음의 기록
라디오 제작을 마친 후,
나에게 또 하나의 길이 열렸다.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다큐멘터리 방송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암투병 생활, 즐겁게 즐기기’라는
우리 팀의 따뜻한 목소리가
TV라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갔고,
그 방송은 KBS <사노라면>에서
‘라디오는 항암제’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다.
신문사의 연락도 잦아졌다.
빛을 본다는 건 그런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환자였다.
지쳐가는 몸을 끌고,
나는 또 다른 꿈 앞에 섰다.
영상 제작.
전문가도 아니었고
어떤 경험도 없었지만
‘열정 하나’로 시작했다.
기획안부터 작성했다.
누구의 삶을 담을까,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
사람들 마음 깊숙이 닿을 수 있을까.
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들여다보는 일이
이토록 경건하고 조심스러울 줄은 몰랐다.
카메라 앞에 선다는 것은
타인의 고통을 마주하고,
그 안의 빛을 찾는 일이라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다.
촬영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프레임 안에 들어온 삶의 조각들을
조심스럽게 담고,
밤을 새워 편집하며
내레이션을 위한 시나리오를 쓰고 또 고쳤다.
작은 숨결 하나,
눈빛의 떨림 하나까지
놓치고 싶지 않았다.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는
그저 방송을 배우는 공간이 아니었다.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를 만들어가는 무대였다.
죽음의 문턱 앞에서
내가 선택한 카메라는
결국 나를 다시 삶 속으로 데려와 주었다.
그렇게 나는
다른 이들의 삶을 통해
나 자신을 다시 알아갔다.
어설펐지만 진심이었다.
빛바랜 카메라 화면 속에서
나는
다시,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