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시간이 모여, 우리의 이야기가 되다
“감독님!”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불렀다. 처음엔 그 호칭이 낯설고 무거웠다. 카메라 하나 겨우 다루는 내가, 감히 ‘감독’이라니. 혼잣말로 “내가 과연 자격이 있을까?” 하며 멋쩍게 웃던 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사람들의 눈빛은 따뜻했다. 그 안에는 내가 걸어온 날들이 조용히 녹아 있었다. 혼자 기획하고, 섭외하고, 촬영하고, 밤새 컵라면 하나로 버티며 편집하던 그 시간들. ‘정감독’이라는 두 글자에, 내 작은 열정과 버티며 지켜온 시간이 스며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상 촬영을 마치고, 편집 중인 파일을 재생했다. 작은 화면 속, 한 어르신의 조용한 미소와 햇살 아래 흔들리던 눈빛이 보였다. 숨소리, 말끝의 떨림, 그리고 그분의 삶이 고요히 흘러나왔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하루를 담고 있었구나.’
내 영상은 화려하지 않다. 대단한 장비도, 거창한 연출도 없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한 가지는 놓치지 않으려 했다. 사람의 마음.
카메라 렌즈는 내 감각이 되었고, 나는 그 렌즈를 통해 표정의 떨림과 침묵 속의 이야기까지 담아내려 애썼다. 때로는 초점이 맞지 않아도, 때로는 구도가 완벽하지 않아도 그 화면에는 그 사람의 하루,
그 사람의 ‘빛’이 있었다.
촬영을 마친 이들이 내게 말하곤 했다. “감독님, 영상으로 보니 제 이야기도 꽤 괜찮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나는 그저 하루를 비췄을 뿐인데,
그 빛은 결국 나에게도 닿아 있었다.
혼자라는 생각에 눌리던 날들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카메라를 들고 다시 밖으로 나섰다. 걷고, 담고, 듣고, 웃으며 나는 ‘기록자’라는 이름의 위로를 나에게 건넸다.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는 내게 장비를 빌려주는 곳 그 이상이었다. 내 가능성을 의심 없이 지켜봐 준 사람들, 기획안이 서툴러도 “다시 해보자” 웃으며 말해준 동료들이 있었다. 그 응원 덕분에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카메라를 손에서 내려놓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렌즈를 통해 누군가의 하루를 걷는다. 그들이 잠시 머무는 순간들, 말없이 참아낸 고요한 감정들, 그리고 가만히 피어오르는 빛들을 담는다.
나는 감독이지만, 동시에 청취자이고, 기록자이며, 무엇보다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정감독’이라는 이름은 그 따뜻한 시선 속에서 태어났다. 누군가의 하루를 비추며, 그 하루가 또 다른 하루를 비출 수 있음을 믿게 된 시간 속에서.
오늘도 나는 카메라를 든다. 그리고 속삭이듯 말한다. “괜찮아, 당신의 하루는 오늘도 참 아름다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