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프렌드와 콩나물 국밥
늦은 일요일 오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뭐 하고 있어? 아침은 먹었어? 오늘 스케줄 있어?"
"아침은 안 먹었고 일은 아무것도 없어"
"나 지금 교회 가는 길인데 끝나고 전화할게 같이 점심 먹자."
"알았어."
12시 40분쯤 카톡이 왔다.
"지금 출발 10분 후 도착."
친구는 정확히 10분 후 아파트 정문에 도착했고 서로 무엇을 먹을지 고민에 들어갔다. 두 사람 다 많이 먹지 못하기에 과하다 싶은 거 말고, 가벼우면서도 한 끼 식사로 충분한 뭔가, 밀가루 음식 말고 밥 위주로 뭐가 좋을까를 고민하다 친구가 "콩나물 김치 국밥 어때?" 하는 말에 "좋아" 대답과 동시에 출발. 어쩌다 한 번 콩나물 해장국을 사 먹긴 했지만 김치가 들어간 해장국은 먹어보지 못하기도 했고 평소에 김칫국을 선호하는 편이기에 흔쾌히 동의를 했던 것이다.
친구는 얼마 전에 먹어 봤는데 담백하고 괜찮았다며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식당으로 데려갔다. 식당 안에는 손님들이 제법 많았고 모두가 국밥을 먹고 있었다. 국밥 두 개를 주문하니 잠시 후 펄펄 끓고 있는 뚝배기가 앞에 놓아졌다.
뚝배기 맨 아래에 밥이 있고 밥 위로 잘게 썰은 오징어와 콩나물, 김치, 김가루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테이블 위에 미리 준비되어 있던 계란을 툭 깨어 끓고 있는 뚝배기 안으로 밀어 넣고 살짝 휘저어 주었다. 역시 상상한 대로 국물은 시원하고 담백했으며, 콩나물의 아삭함, 김치의 살짝 매콤함과 단맛이 어우러진 좋아하는 맛이었다. 아침을 거른 상태이긴 했지만 좋아하는 맛에 둘은 천천히 한 뚝배기씩을 모두 비웠다.
반찬으로는 깍두기와 오징어 젓갈 두 가지뿐이었지만 깔끔하니 나무랄 데 없는 맛에 모두 흡족했다. 맛도 맛이지만 가격 또한 현 실정에 맞지 않는 저렴한 가격이라 맛에 만족했고 가격에 놀랐으며 좋은 사람과 같이 먹으니 더할 나위 없는 점심이 되었다. 음식의 퀄리티나 맛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먹느냐가 정말 큰 의미를 갖는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는 시간이었다.
점심을 마치고 자리를 인근 커피숍으로 옮겨 각기 커피 한잔씩을 사이에 두고 앉아, 만나지 못한 시간 속에 있었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커피숍의 분위기와 장식품들, 다른 가게에 비해 저렴한 커피값, 그럼에도 맛이 좋은 커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친구란 그저 차 한잔을 마시며 특별한 이야기는 없어도, 때론 아무 말 없이 그 순간을 함께 즐기는 사람이다. 바쁘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그 존재 자체로 편안함이 되는 사람이며, 말이나 행동보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저 친구라는 이름 만으로도 좋은, 서로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존재, 항상 내 편이 되어주고, 행복은 배로 늘려주고 슬픔은 반으로 줄여주는 존재.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삶이 된다. 진정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친구를 많이 가진 자가 부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