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이지만, 추천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첫 책이어서 추천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어떤 것보다 ‘첫00’은 의미가 깊기에.
사실 신인 작가에게 추천사는 막막한 영역이다. 그 누가 뭐를 보고 추천사를 해주겠는가. 추천사라고 하면 그래도 ‘추천을 해줄 만한’ 사람이 써줘야 추천사일 텐데...
글을 쓰면서 추천사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나를 니체에 입문하게 해 준 <초인수업>의 저자 서울대 박찬국 교수님에게 받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 했었다. 그분의 그 책이 있었기에 지금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니까.
그런데 확신도 자신도 없었다. 아무런 연줄도 없는 내가 어떻게 그분께 추천사를 부탁드린단 말인가. 무엇보다도 추천사를 어떻게 써달라고 ‘부탁’하는지도 몰랐다.
검색해 보니 다른 작가들의 추천사 의뢰과정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런 과정에 맞추어서, 박찬국 교수님과 다른 3분의 작가님들께 보냈다.
존경하는 박찬국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신인작가 강민규라고 합니다.
바쁘신 와중에 이 메일을 열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저는 <오늘 당신의 삶에 대해 니체가 물었다>라는
책의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에, 추천사를 부탁드리고자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인터넷상에 공개하진 않았지만
개인적인 소개를 드리자면,
저는 00 대학교를 졸업하고
00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특히 니체의 글을 좋아해서 삶의 이정표로 여기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교수님의 여러 책들을 통해서
쇼펜하우어. 니체의 글을 접하며 생각을 키우며
하루하루 희망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책에 대한 소개를 드리자면,
나름 최선을 다해 살았지만
누구에게나 그렇듯 인생은 생각처럼
마음대로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고통을 정면으로 이겨내 보고자
니체의 글을 필사하고 그 글을 통해 글을 쓰며
하루하루 블로그에 연재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글이 모여 책이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별'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지만,
춤추는 별을 잉태하려면 내면의 혼돈이 필요하듯
저의 고민과 고뇌를 통해
주변을 따듯하게 밝히는 내용의 책입니다.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가장 존경하는 교수님께 추천사를
감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바쁘신 일정 속에서도
이런 부탁을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부디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만약 작성이 어렵거나
다른 문의사항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항상 건강하시고, 평화가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과 다른 작가님들께 메일을 일단 보내고 난 후에 그냥 기다렸다. 먼저 A작가님의 메일이 왔다.
답신이 조금 늦었습니다.
이 부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마음 담아 주신 메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글을 쓰며 필사를 하시는 모습도
늘 잘 보고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본래 추천사를
아예 쓰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최근 조금씩 쓰게 되면서 스스로 생각할 때
너무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동안 추천사를 쓰지 않을 생각이랍니다.
제 사정을 꼭 이해해 주시길 바라며,
작가님의 모든 순간을
늘 응원한다는 말씀 전합니다.
오늘의 행복을 전하며~~
이렇게 답변이 온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내가 이 작가님과 메일을 주고받는다는 것도 신기했다.
그리고 B작가님께도 거절 메일이 왔다. 최근에 책을 집필하고 계시기에 여유가 없으시다고 했다. 그러려니 했다. 원래부터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정신으로 한 것이었으니.
그런데 며칠 지난 주말 아침 박찬국 교수님께 갑자기 메일이 도착했다. 추천사를 짧게나마 써주시겠다고.
와. 가장 받고 싶었던 박찬국 교수님께 추천사를 받아보게 되다니! 너무나도 영광이었다. 그분의 책을 읽고 니체에 대해서 알기 시작했는데, 그분이 내 책의 추천사를 써주는 느낌은 감동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추천사가 오늘 도착했다.
강민규 작가의 <<오늘 당신의 삶에 대해 니체가 물었다>>는 니체를 단순히 머리로 이해하지 않고 온몸으로 이해하려고 한 노력의 결실이다. 이러한 독서법이야말로 니체가 독자들에게 가장 원했던 것이다. 니체는 독자들이 자신에 대해 많은 지식을 쌓는 것보다는 자신의 한마디 말이라도 독자들의 피와 살이 되길 원했기 때문이다. 강민규 작가가 니체의 글에서 살아갈 힘을 얻었던 것처럼, 이 책의 독자들도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이 추천사를 받자마자, 책을 쓰면서 지나갔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온몸으로 이해하려고 한 노력의 결실’이라는 말에서 참 큰 힘이 되었다. 정말 그렇게 살았으니까. 읽는데 그치지 않고, 그처럼 살아보려고 노력하며, 그 느낌을 쓴 것이니까.
교수님의 추천사에 누가 되지 않도록, 마무리를 잘해야겠다. 그리고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누구보다도 나를 믿고 나를 존경하며. 그리고 기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