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나마 휴가였다. 책이 언제 나올지 몰라서 미뤄두고 미뤄두던 휴가였다. 휴가 때문에 원고 검토에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랐다. 잠깐 바다 구경을 하고 오고, 여유로운 시간을 이용하여 오랜만에 야구장에 갔다. 글을 쓰면서부터 야구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긴 했는데, 야구장에서 느낄 수 있는 에너지와 초록 잔디가 주는 느낌은 여전히 좋다.
테이블석이 한 자리 남았길래 그 자리를 냉큼 예약했었다. 요새는 일어서서 응원을 못하겠다. 뭔가 점잖게 야구를 보고 싶은 마음이랄까나...
1회 초, 투수가 공을 5개쯤 던졌을 때, 출판사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오늘 인쇄를 못해서 다시 검토하다 보니, 소소하게 수정할 것이 있어서 수정해서 메일로 보내드렸어요. 검토해서 오늘 중으로 넘겨주시면 내일 작업하고 인쇄 들어가겠습니다."
앗.. 별로 좋지는 않은 타이밍인데, 그래도 어쩌겠는가. 다행인 건 노트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테이블석을 잡았다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노트북을 꺼내서 보내준 원고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큰 문제는 없지만 더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들기 위한 출판사의 노력이 느껴졌다. 한 편으로는 나의 글에 대한 한계도 느꼈다.
출판사의 수정의견에 대해서 코멘트를 남기고, 애매한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수정하기도 했다.
'야구장에서'
8월 30일 인쇄에 들어갔다. 그리고, 9월 10일 출판이라고 쓰여 있는 서지를 보니 이제 정말 나올 때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연말에 만들었던 니체 명언 달력이 9월로 넘어갔다.
1년 동안 노력하고 9월에는 무언가 '승리'를 하고 싶었나 보다. 이 문구를 9월에 넣은 걸 보니.
비록, 그날 엘지의 야구는 졌지만 9월에 나올 내 책은 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겨냈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빛을 주는 그런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