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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희 Oct 17. 2023

2023년 여름 어느 날의 일기 세 번째

쉿, 선생님이 사람 되는 중

 오늘은 교육용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연수를 들었어. 강의하는 선생님과, 최신의 경향을  쫓아 밤늦게 연수를 듣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다시금 스승의 의미를 고민했어.


 세상에는 참스승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래서 나 스스로에 대해 후회하게 되더라.


 직업 선택의 기준은 다양하고 옳고 그름이 없다지만, 내가 교사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애초에 워라밸도, 돈도 아니었어. 오로지 교육의 가치때문이었어. 그런데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나는 항상 전전긍긍했던 것 같아. 단지 예뻐했고, 단지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 그랬을 거야.


  그리고 그마저도 점차 체념하면서 나를 놓았어. 교사로서의 삶의 이유를 놓았지. 교직에 대한 관점이 바뀌고 있다고들 하잖아. 크게 성직자관과 노동자관으로 분류한다면, 나는 점차 전자에서 후자로 옮겨간 거야. 물론 두 교직관에서 정답은 없으나, 교육적 가치와 보람만을 바라보며 교직을 원하고 지금까지 달려왔던 내가 노동자로서의 삶으로 치환한 것이 안타까웠어. 그 변화의 원인이 내 가치가 변해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놓은 것이어서야.


 연수를 듣다 보니 내가 이 삶을 선택했다는 자부심이 들었어. 내가 이 삶을 선택했다면, 순간마다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것이 결코 어리석은 일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어. 순간마다 지치고 상처가 늘어나더라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을 거라는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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