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간호사의 삶과 죽음, 존재의 기록
퇴근길
유독, 눈길이 머문다.
돌잠 사이에 핀 이름 모를 풀과 꽃.
어찌 그렇게 피었니
딱딱하고,
차갑고,
숨 막히게 메마른 시멘트 바닥에서
넌 어찌 그렇게 피었니.
그저 묵묵히
비를 먹고
공기를 마시고
햇살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아주 작은 ‘나’ 하나
눕힐 틈을 찾아 조용히 피었구나.
그저 그렇게 존재(存在) 되었다.
그저 그렇게 살아냈다.
그저, 내 소명을 했을 뿐이다.
돌 틈, 하수구, 갈라진 시멘트 틈에서
말없이 피어난 이름 없는 풀과 꽃아—
참, 고마워.
그냥 존재함으로
나에게 말을 건네줘서.
-밤근무를 마치고 아침 퇴근 길에 본 풀을 보며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