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돌보며, 마음을 돌봅니다

by 소금별

나는 식물을 키운다. 식물을 잘 키우려면 물, 햇빛, 통풍 뿐만 아니라 아기를 다루듯 잘 살펴봐야 한다. 이 살피는 것을 못해서 몇 년 키우던 홍콩야자에 병충해가 생기는 일이 있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개각충이라고 했다.


식물을 키우다보면 병충해가 생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거실에 들여놓은 홍콩야자 잎에서 뭔가 찐득한 것이 만져졌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게 화근이었다. 식물은 나에게 아프다고 신호를 보냈는데 나는 정작 알지 못했던 것이다.


홍콩야자에 개각충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어느 분이 올린 사진을 보고 나서다. 십 년을 넘게 키운 홍콩야자에서 진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 글에 달린 댓글을 읽어보니 홍콩야자에 개각충이 생긴 증상이라며 이쑤시개로 개각충을 긁어내고 살충제를 뿌려야 한다고 했다. 우리집 홍콩야자를 자세히 살펴보니 잎들마다 개각충이 붙어있었다. 그때부터 개각충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쑤시개로 일일이 긁어내고 헝겊에 소주를 묻혀서 잎을 닦아주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남편이 식물에 정성을 쏟는다고 핀잔을 준다. 시골 출신인 남편은 식물을 풀떼기라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키우는 식물에게 병충해가 있다니 마음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 내친 김에 밑가지도 전부 잘라주었다. 겨울 들어서기 전에 했어야 하는 일인데 나는 무슨 태평을 부렸던 것일까 새삼스러웠다.


코로나 이전부터 식물을 키우긴 했지만 팬데믹이 온 이후로 우리 집 식물들도 개체 수가 늘었다. 이사 오기 전부터 키웠던 식물들도 있지만 이사오고 나서 새로 들인 아이들도 있다. 반려식물 붐이 일면서 등장한 식집사 행렬에 나도 살짝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아직 초보 식집사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좋아하는 식물들을 키우면서 일상의 행복 온도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제 엄마처럼 식물들이 좋아진다. 결혼 하기 전 친정엄마는 지금의 나처럼 다양한 식물들을 키웠다. 초록식물보다는 꽃이 피는 화초를 더 많이 키웠지만 식물에 정성을 다하는 엄마를 보며 의아스럽게 생각했는데 이제 내가 그러고 있는 것이다. 남편은 늘어가는 식물들을 보며 집이 정글이 되어간다고 나에게 찌릿찌릿 레이저를 발사하지만 난 상관하지 않는다. 공기청정기 없는 우리 집에 알게 모르게 좋은 공기를 뿜어주고 있는 이 녀석들 덕분에 작은 아이 발에 생기던 습진이 이제 더는 생기지 않는다. 그뿐인가! 이 집에서 내가 마음을 쏟을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남편은 모를 것이다.

얼마 전에 마련한 베란다 텃밭에는 상추와 치커리, 쑥갓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율마에게서는 산뜻한 레몬향이 나고 코알라가 좋아한다는 유칼립투스도 상큼한 향을 선물해준다. 두 녀석 모두 얼마나 예민한 성격인지 처음에 키울 때는 시간만 나면 들여다본 기억이 난다. 얼마 전에 데리고 온 로즈마리도 한 번 쓰다듬으면 기분이 절로 좋아질 만큼 좋은 향기를 전해준다. 허브 종류는 성공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코로나 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플랜테리어나 반려식물에 빠진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식물카페도 많이 생겼고 공공시설에는 식물을 이용한 수직정원이 늘어나는 추세다. 미세먼지나 황사 등으로 공기정화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물 몇 가지는 으레 다들 키우고 있을 것이다. 식물을 키운다는 것은 그냥 식물을 집에 들여놓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햇빛, 물, 통풍에 신경을 쓰면서 식물의 상태를 늘 살펴야 하니 이것 또한 마음을 쓰는 일이다. 식물에 물을 많이 주면 과습으로 뿌리가 썩고 잎이 누렇게 변하면서 죽는다. 물을 적게 주면 말라서 죽고 햇빛이 모자라면 웃자라거나 잎이 누렇게 변하면서 생기가 없어진다. 통풍이 안되면 병충해에 노출이 되거나 뿌리에 바람이 통하지 않으니 뿌리가 썩게 된다. 식물을 키운다는 것은 이렇게 마음을 쓸 일이 많아서 아이 하나를 키우는 일과 다르지 않다.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뉴스를 보면서 느끼게 된다. 온 가족이 집에 있으니 다툼이나 마찰이 많이 생기고 마음을 나눌 곳이 없으니 소통에도 문제가 생긴다. 주변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는 나는 식물을 키우면서 마음을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된다. 마음을 쓴다는 것은 잘 살핀다는 것이다. 잎이 괜찮은지, 병충해가 생긴 건 아닌지, 과습은 아닌지 살피고 살피는 일이다. 사람과의 관계 또한 그러했으면 좋겠다. 힘든 지, 어디가 아픈 지, 도움이 필요한 지 살피고 살펴서 우리도 식물처럼 초록초록 마음이 싱그러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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