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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색 콩 Mar 22. 2024

소심한 우월감-캐나다에서 4시 40분의 아침

내게 아침은 꽤 중요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챙겨 먹곤 했다. 심지어 캐나다 스타벅스에서 일할 땐 출근 시간이 이른 아침이라. 5시 40분쯤 집에서 나가곤 했는데,

 오직 여유롭게 아침을 먹기 위해 항상 4시 40분에 일어나 집을 나섰다. 새벽 4시 40분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고 냉담하다. 그 시간만큼은 이 세상에 나 혼자뿐일 것 같다는, 모두가 사라지고 오직 나만 남았다는 철없는 상상을 하기에 적합하다.


내게 아침은 아껴읽고 싶은 책만큼 소중하다.

아침을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정성스럽게 먹을수록 나 자신을 소중히 다뤄주는 행복한 느낌이 든다.

 대형 마가린을 듬뿍 발라 촉촉한 식빵 두장과 커피. 조용한 음악과 좋아하는 책을 보며 아침을 먹으면

그만큼 멋들어진 기분이 아닐 수가 없다. 나를 위해 무언가를 대접하고,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아침 하루도 여유롭고 단조롭기 어려운 이 세상에서, 부지런하지만 게으른 사람들만 이 여유를 잠깐이나마 느낄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소심한 우월감이 든다.


그리고 사람들이 조금은, 이런 소심한 우월감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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