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꼬인 자들을 위한...
몇 년 전부터 뜨개질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뜨개질 고수인 친구가 우리 멍멍이의 케이프도 만들어 주었고 이리저리 여러 경로를 통해 털수세미도 충만히 쌓이게 되었다.
안락의자에 몸을 맡기고 가사 없는 배경 음악을 들으며 침묵 속에서 부단히 손만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속 시끄러움도 다 잊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노트북을 바라보며 숫자와 씨름하다가 갑자기 회사 기념품 포장 일을 돕는 와중에 경험하는 편안함 같은 것 말이다. 단순노동이 선사하는 은밀한 기쁨.
고요한 호수 위 떠다니는 한 마리 비버가 되고 싶었던 나는 교보문고로 향했다. 뭐든 배워야 하는 마음이 들면 아묻따 교보문고로 가는 것이다. 그리고 배움의 요람 속으로 들어간다는 흥분감과 고고한 자부심에 도취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뜨개질 도안 서적을 펼쳐보니 이것은 나의 영역이 아님을 직감하게 되었고 미련 없이 건물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작은 아쉬움이 있었다면, 어렵더라도 배워보고자 열심을 내지 않는 나의 모습이었다. 근래의 삶 속에서 수많은 도전과 시도가 실패로 마무리되는 것을 보며 새로운 시도에 대한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유가 어떠하든 아쉬움은 두고두고 이어졌다. 머리 복잡하게 뜨개질은 배우고 싶지 않았는데 뜨개질은 해보고 싶었다. 아쉬움이 스트레스로 변모하려던 찰나 불현듯 내 인생은 잘 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생이 꼬인 사람을 위한 뜨개방을 만들게 되었다.
이 뜨개방은 여타 뜨개방과 달리 결과물을 낼 필요가 없다. 목도리, 가방, 니트 조끼, 하다못해 털실 수세미든 어떤 것도 만들지 않아도 된다. 이미 우리 인생이 잘 꼬였으니까. 각자 꼬인 삶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속이 조금이라도 편해졌으면 된 것이다. 그러다 다른 이의 인생사를 통해 위로받고 용기까지 얻으면 더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