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올해 봄 인생이 꼬인 자들을 위한 뜨개방을 오픈했는데 어느새 가을이 되었다.
뒤엉킨 삶의 실타래는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그 모습이 나의 답답한 마음과 닮아 보였다. 하지만 누군가를 붙잡고 반복적으로 신세를 한탄하는 것이 상호 소모적이라는 생각에 그만두었다. 속마음을 터놓을 곳이 없으니 점차 혼자가 되었다. 그래서 신선한 바람이 내 영혼에 들어와 자유롭게 흐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마음 한켠에 작은 소망이 있었는데 이런 나라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싶었다. 연속된 고난과 좌절로 사회의 아웃사이더가 되어가고 있지만 홀로 견디는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쁠 것 같았다. 그리고 "나도 버티니 당신도 버텼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나의 이야기와 감정을 꾸밈없이 적어 내려갔다. 사건과 사고 끝에 유일하게 얻은 깨달음이 만고의 지혜는 아니더라도, 내 삶의 발자취를 기억하고 당신의 용기를 조금이라도 북돋을 수 있기를 바랐다.
중학교 때 기술과 가정이라는 교과목이 있었는데 뜨개질로 목도리를 만드는 것이 수행평가였다. 교안대로 따라했는데 중간 지점에서 털실이 요상하게 꼬이고 말았다. 모양새가 틀어져버려서 그냥 넘어가는 것도 애매했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은 더더욱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옆에 앉아계시던 할머니가 반쯤 만든 목도리를 집어드시더니 꼬인 부분만 살짝 풀어내시고는 새로운 털실과 엮어서 뜨개질을 이어가주셨다. 완성된 목도리를 보니 새롭게 엮인 부분이 미세하게 표가 났지만 전체적으로는 별 문제없는 예쁜 목도리였다.
숱한 실수와 시련이 있지만 잘 해결하고 계속 나아간다면 우리 삶 또한 그렇지 않을까. 몇 년간 나를 괴롭히던 전세사기와 재취업 문제를 과거의 평안했던 상태로 완벽하게 돌려놓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안다. 그러나 지금 내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삶은 예상치 못한 길로 나를 이끌어 새로운 삶의 터전과 재입사를 선사했다. 내가 원했던 모습은 아니었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었다. 앞으로도 또 다른 역경이 있겠지만 힘든 날이면 인생의 뜨개방에 들러 엉킨 실을 풀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 괴롭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이들에게, 우리의 아픔은 결코 가벼이 여겨져서는 안 되며 각자에게 가장 무거운 짐이다. 나 또한 당신의 고통을 온전이 이해할 수는 없지만 당신이 지금 가장 힘들다는 사실은 안다. 힘내라는 말도 지겹고,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고문도 진절머리가 난다. 그러나 우리 인생은 너무도 소중하기 때문에 그래서 또 한 번 버텨주면 좋겠다.
나는 당신을 모르지만 당신의 삶이 다시 빛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