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짐, 가벼운 마음
여행객의 발걸음 뒤로 쓰레기가 무섭도록 쌓인다.
여행을 가기 며칠 전, 제로웨이스트 여행을 위한 물건을 구비하기 위해 상점을 둘러보았다. 여행짐은 뭐니뭐니해도 부피가 작고 가벼운 것이 최고다. 동시에 어떤 상황에서도 일회용 쓰레기에 맞설 수 있는 섬세하고 야물딱진 물건이어야 한다. 그리하여 고심해서 고른 몇가지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소개한다.
접이식 실리콘 텀블러 : 각종 음료는 물론 과일이나 간식을 먹을 때 유용하다. 실리콘 재질에 아코디언 식으로 접혀 다 접으면 한 손에 쏙 들어온다. 완전 밀폐는 어려워서 음료을 담은 채 가방에 넣어 다니는 용으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접이식 실리콘 도시락 : 접이식 텀블러와 마찬가지로 접을 수 있는 실리콘 도시락 용기다. 접으면 책처럼 얇아지고 용량에 따라 최대 1인분 음식을 넉넉히 담을 수 있다. 일회용 접시, 일회용 포장용기 대신 사용하고 두가지 음식을 먹을 땐 뚜껑과 본체를 따로따로 활용할 수도 있다.
수저세트 : 일회용 젓가락, 숟가락, 포크, 꼬치 등을 빠르게 거절하고 수저집을 펼쳐 용도에 맞는 장비를 선택한다. 혹시 몰라 다양한 식기를 챙겨갔는데 사실 한국인은 숟가락과 젓가락만 있으면 모든 걸 먹을 수 있는 것 같다. 이왕이면 가벼운 나무수저를 추천한다.
적고 보니 모든 것이 먹기 위한 물건이다. 역시 여행은 먹는 즐거움이지! 하지만 수많은 여행객의 즐거운 발걸음 뒤로 쓰레기가 무섭도록 쌓인다. 그동안 흐린 눈 하며 지나쳤다면 이제 외면하지 말고 하나씩 도전해보자. 텀블러는 이제 기본. 수저와 용기까지 챙긴다면 짐이 무거워질지언정 마음은 가벼워지는 여행이 될 것이다.
*여행시 설거지는 어떻게?
수세미를 작게 자르고 주방세제를 작은 용기에 소분해왔다. 음식물쓰레기는 최대한 나오지 않도록 잘 먹고(?) 버려도 내 입으로 버린다(카리스마).
*밖에서 용기를 사용하고 또 먹고싶다면?
그 마음 잘 안다. 내가 그랬다(돼지런하기도 하지). 쓰레기가 나오긴 하지만 플라스틱보단 나을 것 같아 휴지로 양념을 최대한 닦아낸 후 다른 음식을 담아 먹었다. 물론 비위가 약하지 않은 사람에 한해서 가능한 방법인 것 같긴 하다. 비위가 강해 감사한 순간이었다.
* 참고 영상
제로웨이스트 여행 중 용기내 장면을 모은 영상(태국편)
https://www.instagram.com/reel/Cn9PNhzpCLo/?igsh=MTFpZ2dya2w3NzZzMw==
여행 중 목이 마를 땐 보통 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먹는다. 밖에서 뿐 아니라 숙소에서도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물은 폐트병에 든 생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여행 중 여러 개의 페트병 쓰레기를 만들게 된다. 쓰레기 없이 물을 마실 수 없을까? 이 문제를 처음부터 대비해서 출발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교토 관광 중 작은 소품샵에서 우연히 정수용 숯을 만났다. 텀블러에 쏙 들어갈만한 아주 콤팩트하고 예쁘게 다듬어 놓은 숯이었다. 숯은 정화와 항균 효과가 뛰어나 물에 담가놓기만 해도 정수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는 이후 여행 내내 자기 전 숙소에 있는 포트에 숯을 넣고 수돗물을 부어 다음날 각자의 텀블러에 정수된 물을 챙겨나갔다. 그 뿌듯함과 든든함이란..!
구글맵 지도 _ https://goo.gl/maps/qJcauP2cAXFgYrHn9
<숯 스틱 사용법>
1. 숯 스틱을 텀블러에 넣기
2. 1시간 후부터 음수 가능
3. 3~4개월간 무한대로 넣고 마시기
4. 이후 한 번씩 뜨거운 물로 소독하고 말려쓰기
<이외 플라스틱프리 음수법>
1. 공항, 대형몰에 있는 정수기 이용
2. 식당에서 물 리필하기
3. 수돗물 마시기(음용 가능한지 확인하기)
4. 여행용 브리타 정수기 사용
5. 라이프스트로우 사용(정수 필터가 달린 빨대)
(4,5번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대중적으로 판매되지는 않고 있다)
*숯스틱 사용 영상
https://youtube.com/shorts/UrlJqe9bsog?feature=shared
한국에서 용기내(텀블러나 용기에 음료, 음식을 테이크아웃하는 것)는 이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먹는 것은 물론 다양한 형태의 용기에 떡볶이, 마라탕, 반찬, 과일, 빵 등 못 담는 음식이 없다(맞다. 알맹지기들이 망원시장에서 참새 방앗간 들르듯 용기내하는 음식들이다). 우리는 일본여행에서도 맘껏 용기낼 생각에 용기를 막 두 개씩 싸가고 그랬다. 과연 용기내는 수월했을까? 첫날의 용기내 에피소드를 밝힌다. 버스터미널에 있는 맥도날드에 가서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달라고 부탁했다. 다소 당황한 직원이 머뭇거리길래 한 번 더 부탁했더니 받아주셨다. 아니 처음부터 성공? 우리는 신이 난 눈빛을 교환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넘겨진 텀블러를 따라 시선을 옮기니 아니 글쎄 일회용컵에 커피를 제조한 후 텀블러에 담고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일이 있을 때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는 텀블러를 사용하려는 이유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그래서 처음 주문시 분위기를 보고 ‘일회용 쓰레기를 만들기 싫어서 그러는데 제 용기에 담아주시겠어요?’라고 이유를 분명히 밝히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팥빵을 살 때도 우리 용기에 담아주신 신입 직원분이 선배에게 살짝 혼이 나는 것을 보기도 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무튼, 항상 거절당했던 것은 아니다. 타코야끼, 어묵, 당고 등 우리 용기에 담아먹은 음식도 여럿 있었다. 의외로 음료 용기내가 쉽지 않았는데 비교적 아주 수월했던 카페 두 곳을 소개한다. 일본의 대표 커피 체인점인 툴리스 커피(Tully’s coffee)와 스타벅스. 스타벅스야 전세계 메뉴얼이 동일하다고 하니 텀블러 테이크아웃은 당연히 가능하다. 처음 알게 된 툴리스 커피는 매장 내 일회용 식기를 지양하고 친환경 인테리어로 꾸미는 등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면모가 꽤 많아보였다. 두 곳 모두 텀블러 할인 가능! 하지만 스타벅스는 매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다 일회용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여행 중에도 플라스틱프리 빨래 끝 ~
고체세제라는 것이 있다. 나도 알맹상점에서 처음 알았다. 세탁비누도 아니고 고체세제? 바로 동전 모양으로 만든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식기세척기다. 여행 중에 빨래를 하는 경우가 흔친 않지만 장기간 여행이나 비상시 사용하면 좋다. 빨래비누나 액체세제를 챙겨가기엔 번거로울 때 고체세제 몇 알 쏙 넣어가서 세탁기를 돌리거나 손빨래를 할 때 한 알씩 꺼내쓰면 편하다.
*알맹상점 파는 세제 종류(세탁세제, 주방세제, 섬유유연제 등)
https://blog.naver.com/almangmarket/222700758473
*고체세제 사용 영상
https://youtube.com/shorts/-TMsLKos2lU?feature=shared
글ㅣ알맹지기 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