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치료시간에 치료사들로부터 자세 교정도 꾸준히 받고 있고, 피드백받은 거 의식하면서 걸으려고 하고 있어요." "아 그러시구나. 걸음 속도는 일부러 천천히 걸으시는 거예요?" "네. 다리로 버티는 힘을 기르려고 3초 정도 기다리며 걷는 것 연습하고 있어요." "아 그러시구나. 회복 속도는 좀 더디더라도 차도는 꾸준히 보이고 있으니까 계속 유지해 보도록 할게요." "네. 알겠습니다. 아! 선생님 그리고 저 꼬리뼈 쪽 통증이 사라진 것 같은데 이번주까지만 받고 다음 주부턴 빼주실 수 있을까요?" "아 그러세요? 그럼 이번주까지만 받는 거로 치료실에 전달해 놓을게요."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날 밤. 정자세로 누워있던 중 꼬리뼈에 또다시 지속적인 압력으로 인한 통증이 왔다는 후문. 어찌어찌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오전 회진 때 통증 치료 의견을 번복했다.
"선생님, 지난밤에 꼬리뼈 쪽 눌림 통증이 다시 와서요. 혹시 통증 치료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아 그러셨구나. 그럼 통증 치료는 계속 유지하는 거로 다시 말해놓을게요." "네. 감사합니다. 혹시 요일이나 스케줄에도 변화가 있을까요?" "그건 확인해봐야 할 거 같아요. 확인해 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젠 괜찮아질 줄 알았던 꼬리뼈 쪽 통증이었는데, 하룻밤만에 번복하게 될 줄이야. 허허. 혹시 이게 자만??
"밍님 새끼발가락 쪽으로 무게중심 이동해 볼게요. 더더더."
계속되는 발목 운동.
머리로는 쉬운데 도무지 몸이 따라주질 않는 답답함이 계속되고 있다.
"밍님 제가 엄지발가락에 저항을 좀 줘볼게요."
"네."
"자 이제 새끼발가락으로 무게중심 이동해 볼게요."
오 엄지발가락에 저항을 준 채로 새끼발가락 쪽에 힘을 주니 좀 더 잘 들어가는 느낌이 난다.
"오! 밍님 엄지발가락 쪽에 저항 주니까 잘 되네요."
"그러게요. 저도 좀 신기해요."
"새끼발가락에 저항을 줄 땐 거의 안되더니.. 앞으론 이렇게 해야겠어요."
"네 좋습니다."
"그리고 왼쪽 발목 가동성이 오른쪽 발목보다 더 좋아요. 힘은 오른쪽이 좀 더 있는데, 가동성이 대신 많이 떨어지구요."
내 발은 양쪽 모두 마비 증세가 있었다. 그 와중에 회복 정도 역시 제각각이다. 발목의 경우 왼쪽은 힘은 거의 없는데 가동성이 좀 나오고, 오른쪽은 힘은 좀 나오는데 가동성은 형편없고. 종아리는 오른쪽이 좀 더 좋고, 허벅지는 왼쪽이 상대적으로 월등히 좋고, 엉덩이는 오른쪽이 좀 더 낫고. 아주 뒤죽박죽이다.
이젠 나도 내 몸을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뭐.
같은 병실을 쓰던 분께서 호빵을 잔뜩 받았다며 몇 개 노나 주셨다. 전자레인지를 쓰기 위해 필요한 100원 몇 개와 함께.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호다닥 전자레인지에 호빵을 돌린다.
따땃하게 데워진 호빵을 들고 냅다 옥상으로 올라간다.
"아 뜨거"
허겁지겁 베어 물다 입천장 다 데일 뻔했네.
때마침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눈. 지난주에 이어 또다시 하늘에서 얼음 결정이 떨어진다.
사담이지만, 얼음 결정인 상태에서 중력가속도를 받음에도 살포시 떨어지는 걸 보면 공기 저항은 실로 대단한 존재이다.
눈 내리는 옥상을 뷰 삼아 호빵 한 입 베어문다. 아~ 병원생활이여~
더불어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병원주소 어떻게 되냐?"
"경기 수원시 영통구.."
"과자 쿠팡 했다.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하고."
"오 감사감사."
호빵, 과자 등등 당분간 주전부리가 넘쳐나겠는걸.
친구가 쿠팡해 준 과자 한 상자 덕에 간식창고가 생겼다.
무릎을 꿇은 채 치료 베드 위를 오다닌다. 그냥 무릎 꿇고 걷는 셈.
생각보다 스무스하게 움직이는 것 같아 양손에 4kg 아령을 쥔 채 이동한다.
치료를 마치고 기립근이 살짝 뻐근하단 느낌을 받는다.
하룻밤 자고 자면 괜찮겠지~ 싶었으나 그건 큰 오산. 기립근에 근육통이란 영광의 통증(?)을 획득하였다.
아니 겨우 4kg 아령 들고 조금 걸었다는 이유로 근육통이 온다고? 대체 어떻게 된 몸이야.
"선생님, 저 기립근 쪽에 근육통이 온 게 더 심해진 거 같은데 기립근 좀 풀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물론이죠. 밍님이 먼저 말씀하실 정도면 많이 불편하신가 보네요."
"아우 죽겠어요. 그냥 4kg 아령 들고 무릎 꿇고 치료 베드 걸어 다닌 게 전부인데.."
"아유 무리하지 마세요. 근데 기립근 근육통은 좀 오래가서 이번 주말 내내 누워계실 수도 있어요."
"허허 그럼 어쩔 수 없죠."
사흘간 진통제를 달고 살았다. 아침에 한 알, 점심에 한 알, 저녁에 한 알.
그나마 진통제를 먹으니 확실히 버틸만했다. 역시 약이 최고야. 거기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풀어볼 깜냥으로 쿠팡으로 마사지볼 하나를 주문한다. 병실에 있을 땐 주문한 마사지볼을 기립근에 위치해 두고 위아래로 몸을 움직이며 근육통이 있는 부위를 조금이라도 풀어보고자 한다. 살짝 불편한 감은 있었으나 다른 물리/작업치료 시간에 운동을 하는데에 지장을 주는 정도까진 아니다.
호기롭게 샀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봉인된 마사지볼. 넌 좋은 마사지볼이었어.
"밍님 앞 허벅지에 비해 뒤 허벅지에 너무 약해요. 이러면 앞 허벅지의 힘을 과하게 쓰다 보니 일어서있거나 걸을 때 백니현상이 있을 수 있어요. 뒤 허벅지 운동도 좀 더 신경 쓰면 좋을 거 같아요."
"넵 알겠습니다."
"밍님 근력을 쓸 수 있는 부위는 곧잘 힘을 쓰긴 쓰거든요? 순간적인 힘은 뽑아낼 수 있는데, 다만 근지구력이 너무 약해요. 이걸 길러야 오래 서있을 수 있어요."
"그럼 그냥 꾸준히 하는 게 답이네요."
"그걸 잘 아시는 분이.."
"허허..."
주말에 자취방의 짐을 모두 뺐다. 아빠와 동생과 함께.
자취방에서 몇 가지 품목들만 병원으로 챙겨 온다. 이번에 새로 구입한 노트북에 쓸 게임 컨트롤러(?), 유선 이어폰, 책 몇 권 등. 그 외엔 본가로 모두 옮긴다.
전자레인지는 아빠 사무실에, 에어프라이기와 자취하며 쓰던 컴퓨터는 본가에 새 터를 자리 잡는다. 헤어 드라이기, 고데기, 거의 모든 책, 옷가지 등등은 모두 상자라는 임시터전에 자리 잡는다.
기존의 책들을 모두 읽어 싹 한 번 책갈이(?) 해주었다.
자취방의 미련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햇수로 약 3년에 걸친 첫 자취가 이렇게 허망하게 끝날 줄이야.
첫 독립이었음에도 나름 깔끔하게 잘 살았다.
매일 아침 기상하면 먼지 돌돌이로 이부자리의 먼지를 걷어내고, 출근 전 청소기를 싹 돌린다.
주 1회 화장실 청소, 월 1회 바닥 청소 등 나름의 생활 루틴을 만드는 재미가 있던 첫 자취집의 삶.
언제든 집안에 손님이 들이닥친다 한들 바로 들여보낼 수 있을 정도의 깔끔함은 유지하려 했다.
간단한 요리 몇 가지를 직접 해 먹고(신이 있다면 굴소스와 치킨스톡일 것이다), 가끔 마트에서 사 온 위스키 한 잔을 곁들이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쉬는 날이면 새벽까지 종종 게임을 한 날도 있고,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주말 아침을 맞이하였다.
공허함이 찾아오는 날이면 그냥 멍하니 누워있으며 밖을 거니는 사람들의 발소리, 창문 너머 들어오는 목소리, 골목을 누비는 자동차/오토바이 소리 등에 정신을 흘려보내곤 했다.
금요일 저녁이면 집에서 한 잔의 혼술을 하곤 했다.
언제쯤이면 다시 이 삶을 누릴 수 있을지. 언젠가 다시 찾아올 혼자만의 공간에서 오는 자유를 그리워하며 주어진 재활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