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랭바레증후군, 마흔세 번째 이야기
오후 첫 번째 타임 치료와 두 번째 타임 치료 시간 사이엔 약 2시간의 텀이 있다. 이 시간을 활용하여 매일 2~30분씩 병원 건물 옥상을 걸어 다닌다. 옥상을 거닌 지 약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처음 옥상에 올라 한 바퀴를 주욱 걸었을 땐 약 15분의 시간이 소요됐고, 시간이 흐를수록 시나브로 한 바퀴 거니는 시간이 단축되고 있다. 5월 셋째 주는 지나는 시점엔 약 7분의 시간이 단축됐으며, 쉬지 않고 한 번에 걸을 수 있는 바퀴 수 역시 한 바퀴 반에서 두 바퀴 정도로 약 반 바퀴의 거리가 늘었다.
근력과 근지구력과 더불어 옥상을 꾸준히 거닐며 얻은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태양 빛에 점차 타기 시작하는 나의 살결. 신고 다니는 슬립온의 모양을 기준으로 발목 아래론 하얀 반면, 위론 햇볕에 타들어가며 그 경계선이 날이 갈수록 뚜렷해진다. 심지어 치료사에게 자랑한다.
"선생님, 옥상 매일같이 거닐었더니 신발자국 따라 탄 자국이 생겼어요."
"엥 진짜요?"
"네. 이거 봐보세요."
"와 진짜네요? 맨 눈으로 봐도 다 티나요."
"그쵸? 그늘 하나 없는 뙤약볕을 온전히 받아서 그런가 봐요."
그렇게 병동과 옥상을 거니는 모습을 지켜보던 간호사 선생님도 걸음걸이가 많이 자연스러워졌다고 하신다.
"오 밍님! 이제 걸음걸이 많이 자연스러워졌네요!"
"다 간호사 선생님들께서 잘 케어해 주신 덕분이죠."
"에이 그짓말은!"
"거짓말이라뇨~~ 진심이에요 진심~"
오전 첫 치료시간에 병동을 거닐다, 재활병원 입원 시점부터 올 2월까지 물리치료를 담당해 준 치료사를 복도에서 마주친다.
"허~! 밍님! 걸어 다니시는 거예요?! 와 감동~"
"요즘엔 지팡이 짚고 조금씩 걷고 있어요!"
"저랑 했을 땐 걷는 것도 힘들어하셨잖아요. 이젠 걸어 다니실 정도로 좋아지셨다니!! 와 진짜 감동이에요."
"초기에 선생님께서 잘 잡아주신 덕분이죠. 헤헤. 감사합니다."
"에이~ 다 밍님이 열심히 운동하신 덕이죠~"
호전된 나의 상태를 보며 좋아하는 치료사의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덩달아 브런치 글 역시 잘 보고 있다는 것도. 오며 가며 이 공간을 홍보한(?) 치료사들 역시 잘 보고 있다며 인사는 건네곤 한다. 이게 뭐라고 이리 쑥스러울꼬.
모두 훌륭하신 선생님들 덕분이다.
그리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정신줄을 살짝 놓은 채 수동자전거를 타고 있다.
"밍님 너무 느린 거 아니에요?"
기구치료 라운딩을 하나 갑자기 말을 붙여오는 치료사.
"에이 안 느려요~ 지금 속도면 충분히 힘들어요~"
"아닌데.. 안 힘드신 거 같은데.."
"안 느려요~ 속도 빠르게 돌리면 무릎 아프단 말이에요. 근데 말대꾸는 잘하죠?"
"그러게요. 한 마디도 안 지려고 하네요."
"아마 물에 잠기면 입만 동동 떠다닐 거 같아요."
"어머! 잘 알고 계시네요?"
"네? 선생님 잠깐만 이쪽으로 와보세요."
대체 이게 무슨 대화람.
가만히 서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몸이 오른쪽으로 틀어져있단 말을 하며 자세를 교정해 주는 치료사.
"지금 자세 좀 어떠세요?"
"지금 좀 불편한 느낌이 있어요."
"가만히 서있을 때 몸이 오른쪽으로 살짝 틀어져있어요. 아마 왼쪽 엉덩이 힘이 부족한 상태에서 편한 자세를 찾다 보니 틀어졌을 확률이 높아요. 평소에도 왼쪽 엉덩이에 힘주면서 지금 이 살짝 불편한 느낌에 익숙해지셔야 해요."
"아 지금의 이 불편한 느낌이요?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쌓아둔 습관이 어디 쉽게 없어지랴. 치료사가 말 한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몸이 오른쪽으로 틀어진다.
"아니 이 싸람이! 바로 전에 이야기했잖아요!"
"어? 저 또 틀어졌어요~ 아이 몰랐네~"
발목과 허벅지에 세라밴드를 각 하나씩 묶고 다리를 옆으로 들어 움직여 본다.
"선생님 발이 틀어져서 옆으로 나가는 거 같아요."
"아 그래요? 그럼 허벅지에 있는 세라밴드를 풀어볼게요."
허벅지에 묶은 세라밴드를 품과 동시에 다리가 바깥으로 틀어져 나오던 현상이 없어진다.
"오 이제 괜찮은 거 같아요."
"다리 힘이 부족해서 내전근 힘을 너무 끌어다 썼나 봐요. 넘어지거나 할 거 같진 않으시죠?"
"네. 발목은 괜찮습니다."
"좋아요. 그럼 옆으로 조금씩 움직여볼게요."
서서 옆으로 다리를 들어 올리는 것조차 안 되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덧 발목에 세라밴드를 차고 옆으로 조금씩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주치의는 갈수록 회복 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다는 소견을 내비친다. 더불어 그동안 가만히 정자세로 누워있으면 얼마 안 가 오던 꼬리뼈 쪽 통증 역시 사라져, 다음 주부터 이에 해당하는 통증치료를 받지 않기로 한다.
"지금이 가장 조심해야 할 때예요. 걸어 다닐만하다는 생각이 들 때 방심해서 훅 낙상 일어날 확률이 가장 높거든요."
"아유 조심해야죠. 나자빠지면 바로 골절행인데.."
"그쵸. 골절이면 수술하고 뼈 붙는데 한 달. 결국 그 사이 근육 또 빠지고 다시 이걸 해야 해요. 특히 더 조심하세요."
"으. 네. 조심하겠습니다."
방심은 가장 큰 적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신경과 근육이 쇠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넘어지면 보통의 사람과는 달리 그 충격이 고스란히 관절로 향할 것이 분명하다. 그 말인즉슨 엎어지면 골절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 조심하고 또 조심하자.